가자! 여름휴가로! - 번외 편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by 별빛바람

참 무식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딘가를 가면 늘 카메라 가방을 들고 간다. 하다 못해 동네 슈퍼에 두부를 사러 갈 때도 카메라 가방을 들고 간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챌리 나는 뭐 하러 무겁게 들고 가냐 이야길 하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게 좋다. 잠깐이라도 순간 멋진 풍경이 나오면 한 컷 멋지게 찍는 것도 나에게는 참 행복한 순간이다. 항상 가방 속에는 필름 카메라 한 대와 디지털카메라 한 대, 두 대를 들고 다닌다. 사실 필름값이 저렴할 땐 필름을 왕창 들고 다녔지만, 요즘은 필름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디지털카메라와 세트를 이루어 카메라를 들고 간다.

이번 여행에도 카메라를 무려 3대나 들고 갔다. 디지털카메라인 Leica SL과 Sigma DG DN 24-70/2.8은 전천후 장비로 들고 간다. 24-70이라는 화각이 혹자는 "계륵"이라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화각이면 웬만한 화각을 다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들고 간다. 멋진 풍경을 찍을 때는 24mm 화각으로, 인물을 찍을 땐 70mm 화각으로, 그리고 휴가지에서의 액티브한 모습을 찍을 땐 35 ~ 50mm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찍는다. 귀찮을 땐 p모드 설정을 해 놓으면 카메라가 알아서 멋진 화면을 만들어준다.

또 한대는 내 평생의 카메라인 Leica MP와 보이그랜더 녹턴 35/1.2 렌즈다. 사실 라이카를 가지고 있다면 라이카 렌즈인 Summicron이나 Summilux 한 세트를 가지고 있는 게 옳겠지만, 아무래도 렌즈도 비싼 장비를 들고 가는 건 사진을 찍는데 비효율이라 생각이 들어 여행을 떠날 땐 저렴한 렌즈를 주로 선호한다. 당연히 보이그랜더 녹턴은 라이카와 견주어도 될 정도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때론 호환 렌즈도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만큼 비용이 부족하다면 호환렌즈를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 카메라는 편하게 사용할 Canon EOS 30과 EF 35 렌즈다. 이 카메라는 정말 물놀이 때, 모래사장에서 뒹굴어도 될 만큼 험하게 사용하는 카메라다. 가격도 워낙 저렴해서 EOS 30만 두 대나 가지고 있다. 그만큼 편하게 쓸 수 있고, 편하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다. 요즘 디지털카메라와 조작법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편하게 찍을 수 있다.

이번 글은 그동안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던 휴가의 일상을 잠시 다른 시각.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로 찍었을 때의 여유와 분위기를 함께 보여주고자 글을 써 보게 되었다. 사실, 휴가지에서 수동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요즘 시대에 디지털카메라의 연사 능력 혹은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수동 필름 카메라의 감성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날 찍는 사진이 꼭 업무에 중요한 사진이 아니니 만큼, 여유롭고 맘 편하게 찍어보았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조리개를 조이고, 셔터스피드를 조정하며 노출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찍은 사진이 어떤 모습이 나올지 상상해 본다. 디지털카메라처럼 바로 화면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거의 대부분은 나의 상상력에 맡겨야 한다. 다행히 여름휴가라는 상상과 함께 휴가의 결과물이라는 상상이 함께 더해지니 휴가가 종료가 돼도 설레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다.


당연한 결과물이지만 필름의 항상 첫 컷은 빛에 탄 사진이 나온다. 노출도 맞지 않는 사진이지만, 이 사진이 항상 첫 컷만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실수로 필름실을 열 수도 있고, 필름이 제대로 장전되지 않아 의미 없는 헛 셔터만 수십 번 누를 수 있다. 그리고 카메라 결함으로 빛이 들어가 빛샘 현상으로 필름을 망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런 결과물조차 예측 불가능함에서 오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항상 모든 결과물이 우리가 의도하는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으니 말이다.

나는 필름 사진을 사랑한다. 예측 불가능. 그리고 최종 현상될 때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 그 순간. 그리고, 한 컷 한 컷이 다 비용이기 때문에 찍을 때마다 신중하게 찍게 되니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사진 전문가가 된 기분도 든다. 물론, 내가 사진을 잘 찍는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한 컷씩 찍을 때마다 보여주는 그 순간이 지금도 기억 속에 남는다는 건, 그만큼 신중하고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다들 필름 사진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금이라도 당근 마켓에 중고 필름 카메라 하나를 사고, 인터넷에 필름 한 두롤 사서 장전하고 36장에서 72장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보자. 그러다 보면 분명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까짓 거 좀 실패하면 어떤가? 실패하더라도 누가 욕하고 비난할 사람은 없다. 그냥 내가 만든 추억이고, 내가 간직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용기를 가지고, 멋진 사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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