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사진이 이야기하는

by 별빛바람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 찍기"와 "글 쓰기"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오래전부터 내가 생각하는 "사진"에 대한 생각을 글로 옮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 보곤 했다. 물론, 내 생각을 옮기기에는 난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업체에서 지원을 해 주어(혹은 협찬) 리뷰를 멋지게 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냥, 단지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이야기에서도 말을 하였듯, 내가 처음 카메라를 산 것은 2011년이었고, 그 이후로 가끔은 뜸하게 - 그리고 지금은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고 있다. 그러니, 내 가방은 항상 무겁다. 어쩔 땐 카메라를 두 대를 들고 다니니 와이프가 가뜩이나 허리가 안 좋고 거북목이 있는데, 일부러 더 무겁게 다니는 거냐고 핀잔을 줄 때도 있다. 와이프는 내가 카메라를 한 대 까지는 들고 다니는 걸 허락한다. 하지만, 그 이상 들고 다니면 언제나 한 소리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내가 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보통 평범한 사람들보다 카메라가 많은 게 사실이고, 그중 고가 브랜드인 라이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나름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하지만 당연히 나와 맞지 않는 카메라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 중고 거래에서 확실하게 한 방 먹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한 방 먹은 것을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수리를 하려 했는데, 수리 업체에서도 또 한 방 먹은 적도 있다. 그냥 제대로 호구 만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결국 나의 선택과 경험에 따라 그런 실수를 해 보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찍은 사진의 장수를 세어보진 못했지만, 대략 4TB 근처까지 채워졌단 생각이 든다. 군 전역 즈음해서 구입을 한 Leica X1과 신혼여행 때 아무것도 모르고 구입한 Canon EOS 60D와 EF 35/2.0과 85/1.8 렌즈.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알게 되어 중고로 그 입하였던 28-105 렌즈 등 다양한 추억이 있는 묻어 있다. 특히, Sigma 18-35/1.8 렌즈는 첫째 아이가 태어날 즈음 구입을 하여 거의 3살 때까지 매일 사진을 찍어주곤 하여 나에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해 준다. 그래서 그런지 첫째는 사진을 찍는데 상당히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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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둘 째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태어나서 매일 사진을 찍어준다는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애초에 코로나 전파 때문에 배우자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수 없었고, 아이를 매일 볼 수도 없었다. 그러니 힘들게 카메라를 들고 갔지만 막상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러나, 그나마 남아 있는 사진은 아이가 막 태어난 직후 찍은 사진 몇 컷이다. 그래도 둘째도 첫 째만큼 사진을 찍는데 익숙해한다. 그리고, 요즘은 아빠를 따라 하는지 둘째에게 장난감으로 준 Canon 똑딱이 카메라를 곧잘 재밌게 사용하는 걸 보니 나중에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니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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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카메라는 일종의 도구다. 누군가의 손에 들리면 "예술"의 영역에서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손에 들리면 "멋진 추억"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혹은 카메라를 통해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찍히길 원하지 않는데, 그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를 따질 때 내가 찍는 사진은 최소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Street Photography를 찍을 때, 주위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사람이 없는 곳의 한적한 거리를 찍는 것으로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의 집이나 자신이 사는 거리를 찍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최대한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사진"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다. 그 이미지는 분명 내가 기억하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그 모습들이다. 나의 아버지는 나와 함께 여행을 다닌지도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에 나질 않는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담배를 태우다 아버지에게 걸렸을 때, 아버지는 소주 한 잔 하자 하시며 같이 담배를 태우시던 그때의 기억. 힘들게 땀을 닦으며 동네 뒷산에 함께 등산을 다니던 기억. 아버지가 좋아하던 순댓국집에서 술국에 머리 고기를 시켜 함께 소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기억. 그 모든 아버지와의 기억들 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순간의 사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내가 남긴 것은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함께 찍어둔 사진들이었다.

참 세상일은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그때가 마참 한창 사용하던 Canon EOS 60D가 두 번째 셔터 박스가 고장 나던 시점이었다. 아무래도 중고 가격보다 수리비가 더 비쌌기 때문에 난 과감하게 미련 없이 카메라를 버리고, 한참 뒤 200D 리퍼를 샀다. 물론, 200D 리퍼를 살 때까지 가족들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니, 그날 이후 갑자기 아버지는 걷지를 못하셨고, 점점 말이 없으셨다. 그래도 난 늘 아버지를 찾아 뵐 때마다 사진을 한 장씩 찍어보려 노력했다. 침대에 누워있고, 이가 다 빠진 아버지의 모습이라도 한 두장씩 남기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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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아버지는 맛을 잃으셨다. 그리고 음식을 허겁지겁 드셨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이야기를 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하셨다. 그러던 순간부터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하셨다. 이제는 씹지도 못하시니 늘 바라볼 때마다 아버지는 미음 수준으로 간 죽을 숟가락으로 힘겹게 드시는 모습만 볼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숟가락을 들고 맛있게 물회를 드시는 모습 한 장도 나에겐 앞으로 다시 볼 수 없는 소중한 사진의 일부가 된다.

요즘은 더 많은 사진을 찍기보다 신중해지려 노력을 한다. 그 순간의 이미지를 한 번 붙잡아 보고자 고민해 본다. 그러다 회식자리에 가져온 카메라 한 대. 별 의미 없이 사진 몇 컷을 찍었는데, 요즘도 가끔 보는 사진이다. 앞으로 이런 사진을 찍을 기회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모든 사진 하나하나의 의미는 나에게만큼은 참 소중한 것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한 번씩은 찾아보기 힘든 사진들. 다시 보기 힘든 사진들이 있지만, 그래도 그 사진을 다시 보고자 노력해본다. 분명 그 사진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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