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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Sep 12. 2022

거리 사진 14 - 해방촌에서 이태원까지 1편

서울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난 박소(Bakso)를 좋아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갈비탕 같기도 하고, 고기완자 국수와 같기는 하지만 다소 묘한 맛을 만들어내는 음식. 인도네시아에서 즐겨먹는 음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급 음식도 아니었다. 와룽이라 불리는 포장마차에서 한 그릇 먹던 그 맛. 분명 그 당시 인도네시아의 박소는 "마시따" 혹은 "미원"을 한 봉지 털어 넣고 끌이는 흔히 이야기하는 MSG 깊게 우러난 국물이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인도네시아에서 꽤 유명한 음식이지만, 이 음식을 먹으러 가긴 쉽지 않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명동은 가끔 장사를 하고, 이태원에 한 곳 있고, 안산에 한 곳 정도 있을 뿐이나. 그나마 인도네시아 음식이라 하면 출처 분명의 국적을 가진 세계 음식점에서 만드는 "나시고랭"을 빙자한 볶음밥 정도가 있을 뿐이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랭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맛과는 좀 차이가 있다. 당연하지만, 왠지 불량식품 먹는듯한 강한 양념 맛이 그 음식의 매력이다. 아무튼, 박소를 먹기 위해 거리를 걷는다는 건 좀 우스운 일이지만, 마침 내가 걸어간 그곳에는 서울에 몇 안 되는 박소를 파는 곳이 있었다.

Bakso(박소)와 Tehbotol(떼보또르) (아이폰 11)

해방촌을 가 봐야겠단 생각은 너무나 즉흥적이었다. 아무래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몇 번 해방촌을 보았던 기억. 그리고 어렴풋이 이야길 들었던 기억들의 종합이 날 이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빠를지 모른다. 그리고 조금 더 곁들여 본다면 몇 해전 인도네시아에서 즐겨 먹었던 "박소"와 "떼보또르"를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는 희망. (물론,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 더욱 아름다울 때가 있다는 것은 이번에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용산구 후암동 일대의 고지대에 형성된 마을. 해방과 함께 마을이 형성되었다 하여 "해방촌"이란 이름을 얻는다. 물론 북한 실향민들의 이동과 함께 대표적인 달동네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이태원"이 뜨고 있끼 때문에 이태원의 문화와 환경을 받아 흔히 이야기하는 "힙"한 동네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을지로 골목은 한 때 철공소가 모여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 철공소를 개조하여 멋진 카메로 만들어 "힙지로"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으니 때론 격세지감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살던 달동네와 비교하면 해방촌은 생기를 불어넣고, 희망이 들어가 있으며, 자본이 투입된 지역이 되어버렸다. 결국 무언가 "힙"한 동네가 되면 권리금 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사람들과 이곳의 트렌드에 맞추어 비슷한 콘셉트의 식당과 주점들이 열리는 모습. 마치 가로수길이 그랬던 것처럼 과한 임대료와 권리금에 다시 상권이 사라지는 모습도 함께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거리(Leica SL, Sigma DG DN 24-70/2.8, Kenko Nostaltone Orange)

녹사평역 2번 출구에 내린 직후의 모습. 푸른 녹음이 쭉 이어진 길은 마치 담양의 메타쉐콰이어 길을 연상시키곤 한다. 이곳이 일상인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나와 같은 외지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이 날은 다소 욕심을 부린 하루였다. 중형 카메라를 한 번 들고 가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여 있었다. 그래서 장비 무게만 10Kg 가까이 되었다. 물론, 삼각대를 놔두고 갔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사진은 실패했다. 실패를 통해 또 하나의 기술을 배우게 된다.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는 핸드 헬드로 활용할 경우, 렌즈 화각의 1/X 값이 최저 속도이다. 즉, 50mm 렌즈는 1/50초 까지 사용이 가능하고, 90mm 렌즈는 1/90초 까지 가능하다. 아무래도 중형 카메라인 마미야 rb67은 90mm 렌즈였기 때문에 1/90초 이상 확보가 되어야 했다. 아마, 그 부분을 간과하고 50mm 렌즈의 속도인 1/50초 까지 활용을 한 듯 싶다 실패한 사진은 아래를 참고하였으면 한다.
셔터스피드가 너무 느려 주위가 흔들렸다.(Mamiya RB67, Seiko 90/3.5, Kodak Potra 400)


미군 부대 주위라 그런지 철조망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하위 문화인 그라피티를 처음부터 볼 수 있었다. 분명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그라피티"는 우리나라로 넘어오며 "낙서"의 이미지로 만든다. 물론, 한쪽에는 "벽화"라는 문화를 이루긴 하고, 어느 한쪽에는 "그라피티"라는 문화로, 또 한쪽에는 "낙서"라는 이미지로 그림을 그리곤 하지만, 결국 그 의미는 우리가 보이는 회색 빛 시멘트 바닥에 색을 부여하는 것. 그 의미가 유명 작가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림의 가치는 달라지낟. 만약 뱅크시가 낙서를 했다면 그 가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낙서(Leica SL, Sigma DG DN 24-70/2.8, Kenko Nostaltone Orange)
미소((Leica SL, Sigma DG DN 24-70/2.8, Kenko Nostaltone Orange))

해방촌은 이태원 근처라 그런지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모든 간판들이 마치 외국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길을 걷다 우연히 셔터를 눌렀을 때 바라보는 그런 이국적인 공간. 그곳이 남겨진 이미지는 마치 한국에서 외국에 온 듯한 착각. 혹은 외국에서 한국인 거주지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해방촌은 그런 곳이다. 그리고 외국의 이미지가 한데 섞여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곳의 이미지는 미국의 이미지와 동일하다. 동남아나 유럽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미군부대 주위에 형성이 된 공간이기 때문에 미국의 하위문화가 도착하게 된다. 

사실 그 이미지는 이태원의 모습이다. 해방촌은 이태원이 부각된 이후 위성도시처럼 확장이 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또 다른 문화가 혼재된다. 거기에 더불어 "문화"와 함께 "경영"을 해보기 위한 다양한 사람들의 시도는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낸다. 즉, 우리 대한민국이 해방이 된 순간, 이곳은 문화의 경계가 해방된 것을 기념하듯 "해방촌"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해방하는 것을 선언하게 된다.

공중전화와 두꺼비(Leica SL, Sigma DG DN 24-70/2.8, Kenko Nostaltone Orange)
붉은 매력(Leica SL, Sigma DG DN 24-70/2.8, Kenko Nostaltone Blue)
LOVE(Leica SL, Sigma DG DN 24-70/2.8, Kenko Nostaltone Orange)
붉은 매력(Leica SL, Sigma DG DN 24-70/2.8, Kenko Nostaltone Orange)

하지만 해방을 하더라도, "경제적" 해방이 이루기엔 쉽지 않다. 이미 이곳은 언론이 여러 차례 언급을 한 곳이라 그런지 비싼 권리금과 프랜차이즈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설마 이곳까지 식당이 있을까 의문을 갖는 곳까지 상권이 형성된다. 다소 오르막길이라 이곳을 찾아가기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여긴 그런 곳이다. 그리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기 좋은 그곳. 컬러 필름이 아름답게 그림을 만드는 그곳.

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사진에 대한 욕심이 많은 나는 컬러 필름을 장전한 수동 카메라도 함께 들고 거리를 이동했다. 당연히 디지털과는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빛이 만들어낸 삭감은 어떠한 모습을 만들어 냈을까? 이번 편을 마무리하기 전에 총 천연색의 필름 색감의 사진을 함께 공유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거리(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장이 익어가는 풍경(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항아리 1(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항아리 2(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해방(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카페들(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스마일(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붉은 매력(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낡은 오토바이(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낡은 오토바이(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Fuji Superia Premium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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