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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Sep 18. 2022

거리 사진 15 - 해방촌에서 이태원까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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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pilgrim6/76


해방촌의 입구는 항아리 공방에서 준비해 둔 항아리 벽이 "여기는 해방촌이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표지판과 같은 곳이었다. 사실 서울에서 항아리를 보는 것이 쉽진 않다. 더 이상 장을 담가 먹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항아리"를 놔둘만한 공간이 이제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모든 집들이 아파트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항아리"는 불필요한 공간을 생산해 내는 물건이란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해방촌 입구에는 그 어느 곳 보다 항아리가 많이 놓여있다. 

이태원은 해방촌과는 다른 이미지다.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외국의 문화가 혼재된 문화의 해방 공간과 같은 곳이었다. 미군과 그 외 외국인들의 문화를 공유하는 곳. 어찌 보면 한국인들에게는 문화적 일탈을 꿈꿀 수 있는 곳.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그 공존하는 문화가 혼재되어 또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그곳. 사실 지금도 이태원이란 곳은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외국인 클럽이 모여있고, 눈에 띄는 곳곳에 트랜스젠더 클럽과 게이바가 모여 있는 그곳. 아무래도 이태원의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와는 다른 문화가 영위하는 곳일 것이다.

Sweet East(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Superia 400)
일탈(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Superia 400)

이태원의 골목은 조금만 뒤로 들어가도 수많은 그라피티가 넘쳐났다. 밤늦게 누가 그리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밤늦게 까지도 열기가 끊이지 않는 그곳에 누군가 락카 스프레이를 들고 그라피티를 그릴 때 남의 일인 양 무심코 지나가지 않나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분명 한낮에는 그라피티를 그릴만한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조금만 눈을 돌리면 깨끗한 벽을 찾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낙서가 쌓여있다. 

어찌 보면 이태원의 필수 아이템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방 한가득 다양한 색의 락카 스프레이를 들고 가야지만 이태원을 출입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라피티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불러와서 일부러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물론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그라피티는 "해방"의 상징이었다. 기성세대와의 차이를 보여주며,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기 위한 젊은 이들의 일탈과 해방을 꿈꾸는 그곳. 그 문화는 한 편으로는 "오렌지족"이라는 이미지로 보여주었으며, 한 편으론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반발심으로 보여주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어찌 되었건 이태원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일탈"을 상징하는 곳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출구(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Superia 400)

조금만 뒤로 걸어가다 보면, 요즘 한창 한 핫 거리의 미술가인 Mr. Tongue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서울 곳곳에 그려진 그림이다 보니 다들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인데, 이태원 한가운데에서도 이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 참고자료

https://blog.naver.com/worksout_official/221665782291


Mr. Tongue(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Superia 400)

사실 이태원에서 거리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재밌는 작업 중 하나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해 보지 못하는 다양한 구조물들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국적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사진과는 다른 낯선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사진이란 것이 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평소에 자주 보던 모습보다는 새롭게 다가오는 그런 모습을 찍었을 때 더욱 재밌게 다가오지 않을까? 거리사진도 마찬가지다. 분명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하지만, 그 고민 속에서 만들어내는 답은 사진을 찍는 작가의 시선과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가 무수히 지나쳐왔던 공간들 역시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이태원은 "해방"의 이미지 "일탈"의 이미지가 강했다. 나 역시, 이곳의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가는 목적은 새로움과 변화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태원은 분명 우리가 느끼는 공간과 다른 부분일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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