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문>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롭게 임대인이 된
풍이라고 합니다.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하는데
언제 시간이 되시나요?
감사합니다.
원룸을 인수하고 모든 임차인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실제로 임대차 계약서도 확인해야 하고 왠지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임대인으로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임대하는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다가 가면 좋겠다.’
‘좋은 임차인은 좋은 임대인이 마는다.’
누가 보면 호구라고 할 수 있지만 7년 넘게 임대를 하면서 느끼는 건 세상은 꼭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각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나 예외 사항은 발생하지만…
사실 저렇게 간단하게 작성하였지만 저 문자 하나 보내는데 몇 일을 고민하였다.
‘보내지 말까?’
‘그냥 찾아갈까?’
‘너무 건방져 보이나?’
‘너무 만만해 보일까?’
문구를 수정하고 수정하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나는 원룸 임대업을 시작하였다.
막상 만나보니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다.
만나기 전에 나는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하나씩 드렸다. 그리고 각 세대마다 중요한 내용은 체크하고 엑셀에 기록하였다. 그러면서 알게된 사실은 허위 임차인은 없었지만 일부 월세 지원을 받은 세대와 관리비 지원을 받은 세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렌트 프리는 신규 상가나 원룸의 세입자를 맞출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원룸의 보증금이 천만원에 월세가 50이라고 하면 6개월은 월세를 무료로 해준다. 그러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300만원을 절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집에 들어와서 사는게 다른 집보다 이득이다. 문제는 만기 이후에는 그런 혜택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그런 혜택을 주는 곳으로 이사를 간다.
매수한 임대인은 이런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그 월세가 진짜 월세로 생각한다. 그리고 만기가 된 임차인이 나가고 같은 월세로 세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감소한다.
내가 인수했던 원룸은 그 정도는 아니었고 두 집 정도 한달 월세를 깍아주는 조건이었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그 두 집은 2년 만기 이후에도 연장 계약을 했다.
많은 임대인들은 임차인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심장이 떨린다고 말한다.
나라고 안그랬을까?
처음에 임차인에게 전화가 오면 쿵쾅거리는 가슴을 잡고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 무엇이 안된다는 전화엿다.
‘아니… 왜 신축인데 이렇게 문제가 많은거야…’
그 때까지 나는 집이라는게 한번 짓고 나면 별 문제 없이 몇십년이고 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어떤가?
대기업에서 짓는 아파트도 무너지는게 집 아닌가? 하물며 영세 건축업자가 지었던 원룸 건물은 어떠하랴?
다행이라면 지금과 다르게 그나마 그 시절에는 좀 더 튼튼하게 지엇다는게 안심이다.
세입자의 민원은 다양했다.
그 중에 하나는 주차였다. 당시 도시형생활주택은 1세대당 0.6대의 주차 공간만 확보하면 되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주차 공간이 조금은 부족하고 외부인이 주차를 하면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주차 차단기를 설치하려고 알아보니 300만원 정도 비용을 예상해야 했다.
그리고 자주 고장난다는 내용도 있었다.
내가 한 방법은 간단했다.
‘ㅇㅇ 하우스 ㅁㅁ호’
이렇게 차량 내부에 부착할 수 있는 주차증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건물에 갈 때마다 주차증이 없는 차량에 전화를 하였다.
웃긴건 전화를 하면 빨리 차량을 빼준다고 하는게 아니라 누구냐고 물어본다.
처음에는 관리인이라고 하니 별 반응이 없길레 다음에는 집주인라고 하니 반응이 빨리 왔다.
기타 다른 자질구레한 고장 민원이 많았다.
하나 하나 처리하다보니 원룸 1층 창고는 어느덧 철물점 처럼 되어 있었다.
다양한 공구 및 용품들 그리고 청소도구들 까지…
덕분에 지금도 왠만한 수리는 내가 다 처리가 가능하다.
물론 시간을 아껴야 하기에 대부분은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것 말고도 할 일은 많았다.
나는 위탁 관리를 맡기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관리를 해야 했다.
승강기 관리 업체, 전기소방관리업체와도 새롭게 계액을 해야 했다. 건물 청소해주는 업체와도 가격 협상을 했고, 인터넷 업체와도 새롭계 계약을 했다. 이런 부분은 그냥 계약을 하면 되기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주택임대사업자신고, 임대사업자 신고 때때로 신고해야 하는 사업자현황신고, 부가세 신고 그리고 마지막 큰 허들인 종합소득세 신고는 나에게는 큰 허들이었다.
직장인에게 세금은 알아서 회사에서 제외하고 주는 것이고, 그나마 연말 정산 때 살짝 들여다 보지만 그것도 잘 모른체로 넘어가는게 보통 아닐까?
그러나 이제는 내가 전부 챙겨야 했다.이런 트레이닝 덕분인지 법인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세금 관련 부분은 나에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원룸을 하면서 수 많은 임차인과 만났다. 감옥에 가서 가족이 보증금을 대신 받으러 온 사람도 있었고, 월세를 내지 못해서 보증금이 다 깎이고 떠나는 임차인도 있었다. 반대로, 청약에 당첨이 되서 이사가는 세입자도 있었고, 더 좋은 직장에 취업이 되어서 떠나는 세입자도 있었다. 그 중 기억이 나는 세입자가 있다.
‘지이이이이잉’
사장님 402호입니다.
오늘 쓰레기를 버리러 갔는데
쓰레기봉투에 안넣고 그냥 버린
집이 있더라구요. 그런데 거기에
기저귀가 있는데 저희집은 아닙니다.
기저귀 때문에 오해하실까봐
미리 연락드려요.
저녁을 먹고 집에서 쉬는데 이런 문자를 받았다.
402호면 지금 아이가 6개월쯤 된 집이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축하한다고 기저귀를 사주었던 기억이 나는 집이었다.
통화를 해보니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았다.
좀 귀찮지만 밤에 출동을 하였다.
원룸에 도착해 우선 바닥에 큰 비닐을 깔고 쓰레기를 쏟았다. 정말 기저귀가 있었다. 나도 익숙한 보솜이 기저귀. 생각해 보니 602호가 최근에 아이가 태어났던게 기억이 났다.
심증은 가지만 혹시 모르니 602호로 가보았다. 역시 602호 앞에 보솜이 기저귀가 배달된게 있었다.
‘ 아오…. 당장 초인종 눌러서 뭐라고 할까…’
밤에 쉬다고 나온 나는 당장에 저런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두 아이를 키우고 있고,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된 때가 얼마나 힘든지 기억이 났다. 나는 원룸을 나와 근처 마트로 갔다. 그리고 아까 보았던 보솜이 기저귀 한팩을 사고, 임차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임대인입니다.
지금 밖에 있는데 잠시
나오실 수 있나요?
혹시나 나의 초인종에 자는 아이가 깰까봐 문자를 보냈고 다행히 임차인은 밖으로 나왔다.
나는 기저귀를 전달해 주며 말했다,
‘출산 축하드려요. 아이 키우느라 정신 없으시죠? 그런데 기저귀는 재활용이 아니라서 꼭 쓰레기 봉투에 버리셔야 해요. 원룸 건물 청소하시는 분이 저에게 몇번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
기저귀가 재활용이 안되는 건 임차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저렇게 돌려 말하는게 때로는 더 효과가 있다.
‘아…아이 돌봐주시는 분이 그냥 버리셨나봐요. 죄송해요 다음에는 봉투에 담아 버릴게요. 기저귀 감사합니다. ‘
역시 고의는 아니었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 세입자는 만기를 6개월 앞두고 지방에 큰 사업을 하기 위해 이사를 갔다. 문제는 바로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았는데 본인의 보증금에 대해서 바로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만기 때까지의 관리비도 본인이 납부하였다.
지금이야 계약서 만기가 있으니 딱딱 지켜야 하는게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세입자가 먼저 이사가면 보증금을 빼주는 분위기였다.
그냥 내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아무래도 세입자는 그 때 내가 건내 준 기저귀가 고마웟던게 아닐까?
이 사건 이후로 난 더욱 더 임차인에게 다음과 같은 마음을 갖고 대한다.
‘ 살고 계신 동안에는 행복하게 있다가 가셨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