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 아파트가 무난할 것 같어…’
나는 아내에게 20살부터 살 던 아파트를 매수하자고 하였다.
생각해 보니 그 아파트 단지에는 내가 구입한 상가도 있고, 부모님도 살고 계신다.
우리의 신혼도 그 아파트에서 시작했고, 첫 째도 그 아파트에서 태어났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면서 회사에 집중하려고 집도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고 1년이 지났다.
살기에는 큰 불편이 없는 수도권의 신도시 아파트였다.
40평인데 전세가 2.5억이고 근처에 공원도 있고 단지도 제법 크니 아이들이 지내기에는 좋았다.
문제는 1년 뒤에는 아내의 복직인데, 여기에서는 어떻게 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양육에는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했고, 우리는 부모님 근처 아파트를 알아 보던 중이었다.
바로 이사를 갈 것은 아니었기에 부동산에 전세를 끼고 살만한 부동산을 문의하였다.
그러면서 우선 순위는 1층….
소리에 민감한 나는 내가 남을 힘들게 하는 것도 민감(?)해 했다. 그래서 이사나 집을 얻을 때 첫 째 조건도 1층이었다.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 집도 그래서 1층이었다.
마침 48평 1층이 2개가 매매로 나왔다. 전부 부모님과 같은 동이었다.
상가 투자와 원룸 투자로 어느 정도 부동산 매수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 나는 2개 중에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였다.
90년대 후반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 1층…
지금이라면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더 높은 층에 전망 좋은 곳으로….
구축 아파트의 1층은 신축 아파트의 1층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있다.
우리집 현관문을 열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거실 창문 앞으로는 주차장이 있다. 그래서 항상 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살아야 한다.
투자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아파트 투자는 처음이었던 나는 그런 것도 모른 채 일단 계약을 하였다.
5억에서 천을 깍아서 4.9억에 매수하고 기존의 세입자는 그대로 전세 4억에 거주…
역세권에 서울과 지하철로 30분밖에 안되는 수도권 도시, 그것도 48평대 아파트를 갭 9천에 산다는 건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그 당시에는 가능하였다.
수도권 뿐이랴… 서울에서도 갭 1억에 가능한 아파트들이 많고 많았다.
‘축하드려요. 벌써 이 동네에 등기가 2개나 되네요…’
부동산 사장님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 하였다.
벌써 부동산 부자가 된 것 같고, 역시 나는 투자 고수라 생각했다. ^^;;
실거주를 위해 매수했던 아파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매수 후 1년이 지나 그 아파트를 매도를 하였다. 아무래도 출퇴근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다행히 1년이 지난 시점에 1억 정도가 올랐다. 갭 9천에 1억이면 꽤 좋은 성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도를 하고 3년 정도 지나서는 11억의 최고가를 찍는 기염을 토해냈다.
물론 1층이기에 10~20% 가격을 감안해도 8억 정도에 거래가 가능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아파트 투자가 아니라 상가와 원룸 건물을 먼저 투자를 했기에 어찌 보면 아파트 투자를 너무 간단히 생각했었다.
아마도 그건 그 아파트에 오래 거주했기에 쉽게 투자했을 수도 있다.
다들 첫 투자는 근처, 혹은 내가 아는 곳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 내가 그 당시에 반포에 살았으면 어땠을까?
글을 쓰면서 그 당시에 반포에 살만한 아파트를 찾아보니 갭 2억으로 샀다면 지금 10억 넘게 오른 아파트들이 제법 많은 걸 찾을 수 있었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 익숙한 곳에 투자한다.
그러니 더 알아야 하고 새로운 곳을 다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