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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Sep 01. 2019

연애와 나이 차이

나이 차이 나는 사람과 만남에 대하여

3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싫어했다. 7살 어린 친구와 소개팅이 들어왔을 때 반강제로 소개팅을 했을 정도로. 이는 뭔가 서로 경험한 세상이 너무 달라서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나이 차이가 3살 이상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시점에 내 여사친들은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더라. 20대에는 죽어도 연하는 싫다던 친구들도 '연하도 괜찮다'를 넘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하가 낫지'로 가더라. 그러면서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을 보면서 비판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준이 이중적이어도 이렇게 이중적일 수가 있을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녀들은 그때만 해도 2-3살 정도 연하까지만 괜찮다고 했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상대만 괜찮다면 아래로는 나이가 상관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면서, 그 생각이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건 단순히 '나이 어린 여자가 좋아'라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통하는 미혼인 또래들은 점점 줄어들고, 오랜 시간을 친구로 지내왔던 관계는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연인으로 발전하지 않더라. 또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과 소개팅을 하면, 두 사람 모두 본인은 물론이고 상대를 생각해서라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결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그 관계가 부담스러워지기도 했다. 여사친들의 기준이 조정되는 것도 그러한 영향을 받은 것일 테다.


물론 사람들, 특히 남자들 중에서 무조건 어린 여자가 좋다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 군대 선임 중 한 명도 20대에 이미 '나는 띠동갑이랑 결혼할 거야'라고 선언했고, 실제로 거의 띠동갑인 분이랑 결혼한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의 생각이 바람직한지 여부를 누군가 묻는다면, 난 그 사람은 그걸 추구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만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도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남녀를 불문하고 본인이 본인의 기준을 갖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내가 판단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도,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나이 차이에 관대해진다는데 있다. 그것도 위로는 엄격해지면서 아래로는 관대 해지는 것이 보통 패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걸 입 밖으로 내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는 않을 뿐. 그러한 생각을 가진 남자에 대해서는 여자들이, 여자에 대해서는 남자들이 왈가왈부하지만 그런 가십은 가십일 뿐, 나도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사람들의 기준이 그렇게 움직이는 게 이해는 된다. 남녀를 불문하고 말이다.


여기에서 '너는 그러면 이제 나이 차이 나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것이냐?'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니다. 상대와 대화가 잘 통하고, 이성적인 매력이 느껴진다면 난 여전히 연상과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대화가 안 통하지만 어린 사람보단 연상이더라도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 낫다고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 난 나이 차이가 4살 이상 나면 만남을 갖는 것 자체를 불편해했던 것과 달리,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보는 방향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했다는 데 있다.


그 방향으로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여러 일을 하면서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나이 차이가 난다고 해서 상대가 생각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반드시 더 어린것도 아니고, 서로 경험한 문화가 다르더라도 다른 영역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사람과 나이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기도 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과는 연령대가 비슷함으로 인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영역 외의 영역에서는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기도 하더라. 그런 경험들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나이는 어쩌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두 사람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만나게 되면 비슷한 연령대인 것이 두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개팅으로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을 만나면 같은 일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기억이 완전히 다르고, 학창 시절의 기억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영역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르기도 했다. 그리고 나이 차이 나는 사람과 소개팅을 하면, 남녀불문 잘못하면 나이가 더 있는 사람이 어느 순간 상대에게 멘토가 되거나 훈계를 하고 있게 되는 경우들도 많은 듯하다. 그런 점에서 사실 비슷한 또래끼리 만나는 게 초기에 유대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만난 관계라면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다.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만나게 된 모임이나 관계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두 사람이 경험한 다른 시대가 서로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 즉, 그런 경우에는 다름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고 새로움으로 느껴질 수도 있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과 만남을 지속하고, 결혼까지도 생각한다면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은 상대가 경험하지 않음으로 인해 모르는 것을 무시하지 않아야 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단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대가 판단당한다고 느끼지 않게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배려는 '노력해서'할 경우에 티가 나고 상대가 불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가 꼬이면 그 관계가 연인이 아니라 멘토와 멘티, 선생과 제자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다.


나이 차이 나는 연인과 '지속되는 관계'를 형성하려면 나이가 있는 사람이 가치관과 생각 등이 자신이 만나는 사람과 맞아야 하고, 상대의 나이 적음으로 인한 다름이 틀림이나 부족함이 아님을 편하게 수용하고 있을 수 있어야 하며, 상대가 나이가 어려도 자신이 상대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음을 인지하면서 상대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꽤나 많이 성숙하고, 위계를 따지지 않는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익숙해야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다른 변수는 상대 또한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데 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대가 나이를 많이 의식하고, 미숙하다면 나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따라서 내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과 만남을 지속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은 언젠가는 나이 차이로 인해 존재하는 다름과 인식으로 인해 헤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상대의 나이를 어느 수준까지 고려할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날수록 이런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것은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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