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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Nov 11. 2018

연애할 때 여자들이 모르는 것

남자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남자들은 단순하다

남자들이 단순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불변의 진리다. 남자들 중에서 단순하다는 말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단순하다는 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뭔가를 실행하는데 방해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생각을 적당하게 하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세상에 그런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남자가 단순하기 때문에 남녀가 공존하는 것이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 이는 평균적으로 봤을 때 사물의 이면을 볼 줄 아는 섬세한 면이 있는 여자와 평균적으로 그런 옵션들 중에 하나를 단순하게 뽑아낼 수 있는 남자의 특성은 서로를 존중하면 조화가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생각이 많은 사람이 리스크를 다 따지고 계산해 내면서 브레이크를 걸면, 단순한 사람은 그걸 검토하고 나서 하나의 옵션에 대해서 액셀을 밟을 수 있고, 그러한 조합이 상대적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줄 수 있지 않은가? 각 특징들에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이 있을 뿐이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나만 해도 여사친들에게 '뭐 그렇게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라는 말을 가끔씩 들었으니,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단순한 것도, 둔한 것도 아니다. '모든 여자들이 이래'라고 할 수 없듯이 '모든 남자들이 이래'라고 할 수도 없다. 전반적인 경향성과 평균적으로 그러한 특성들이 남자에게 있을 뿐이다. 남자중에서 상당히 생각이 많고 복잡한 편인 나보다도 훨씬 생각이 많고 더 많은 옵션을 생각해 낼 줄 아는 여자를 꽤나 자주 봐왔던 점에 비춰봤을 때,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건 분명한 듯하다.


그래서 남자들을 다루는(?) 법은 사실 생각보다 쉽다. 남자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칭찬에 약한데, 여자들에 대한 칭찬은 구체적이고 근거가 있어야 하는 반면 남자들에 대한 칭찬은 추상적이어도 된다. 예를 들면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오늘 나 어떤 거 같냐?'는 질문에 '예뻐'라고 답하는 것은 성의가 없어 보여서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반면 '오늘 옷, 바지 신발이 000 해서 잘 어울리고 그래서 더 예뻐 보인다'라고 칭찬을 하더라도 그 디테일이 마치 평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의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갖는다. 적정 수준을 넘어서 옷 색에서 어떤 색은 어떻고, 화장은 어떤 톤으로 하고 섀도를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 식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단 것이다. 남자들이 칭찬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달리 남자들에 대한 칭찬은 추상적이어도 된다. 어느 분께서 칭찬을 해야 한단 강연을 듣고 도저히 칭찬할 게 없어서 남편에게 '우리 남편은 후진도 잘하네'라고 했더니 그 남편 분이 '그럼 난 후진해서 부산까지 갈 수도 있어'라고 했다는 말은 남자들이 얼마나 단순한 지를 보여준다. 내 경우에도 과거에 만나던 친구가 '너는 잘생기지는 않았는데, 또 못 생긴 것도 아니고, 목소리 톤은 저음이라서 편한 느낌을 주는데 여자들이 좋아하는 말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나마 교회를 안 다녔으면 제비가 됐을 거야'라는, 칭찬인지 욕인지를 구분하는 게 모호한 말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난 그 말을 그냥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자들은 이렇듯 여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너무 터무니없지만 않은 긍정적인 뉘앙스의 말을 남자에게 던지고 나서 살짝 지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탁하면, 그 부탁이 터무니없지만 않다면 자신의 연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남자는 생각보다 적다. 그런데 연인 관계에서 많은 여자분들은 이 지점을 놓치고 자신의 섭섭함을, 아쉬운 점을 먼저 남자 앞에 늘어놓음으로 인해서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크게 만들 때가 있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먼저 앞에 놓는 순간 자신이 판단받고, 평가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대화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전제를 깔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자는 단순하니까.


남자들은 동굴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자들이 단순하다 보니 모든 남자에게는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한데, 여기에서 동굴은 꼭 자신 혼자 있으면서 아무에게도 연락을 받지 않는 시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자에게 동굴이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서 뭔가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여자들이 보기에 애들이 갖고 놀 것 같은 운동, 레고, 컴퓨터 게임, 만화책, 애니메이션 캐릭터, 술 등에 남자들이 보통 마니아가 되거나 집중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그들에게 동굴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여자들 중에는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얘기를 쏟아내면서 현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편인 듯한 반면, 남자들은 그렇게 뭔가에 집중해서 빠짐으로써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남자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현실의 스트레스를 다시 반복해서 쏟아내면 다시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그런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그 문제를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좋아하는 무엇인가에 푹 빠지는 것이다. 그렇게 동굴에 들어가는 것, 또는 자신만의 취미 생활에 깊게 몰입하는 것은 남자들에게 현실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푸는 과정이다.


과연 그런가?라고 만약 묻는다면 주위 남자들을 보면 자신만이 푹 빠진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사람들이 한 개 이상의 무엇인가에 빠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만화책을 수집하고 그에 푹 빠진 사람이 스포츠 경기도 다 챙겨보는 경우는 내 경험상 거의 없다. 특정 만화에 빠진 사람이 그 만화의 캐릭터와 관련된 모형을 수집하는 경우는 있어도, 다른 모형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또 모형에만 빠진 사람은 다양한 모형에 보통 집중하지 레고와 운동까지 관심 영역을 확장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성인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빠지는 것에 '덕후'라는 호칭을 붙이지만 사실 남자들은 모두 어떤 면에서든 자신만의 덕질의 영역이 있다.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한국에서 남자들의 관계에서 형성된 음주문화도 사실 그런 동굴의 영역에 해당한다.


남자들이 자신만의 동굴에 빠져서 집중하는 것은, 운동으로 따지면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집중적으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찢어진 근육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식사를 하고 쉬는 시간과 같은 시간이다. 따라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생활을 할 때 자신의 연인이나 배우자가 그러한 것에 시간이나 물질을 '적정한 수준'으로 쏟는 것에 대해서는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관계 속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순간 섭섭할 수 있겠지만, 남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 부분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더 잘해주게 되어 있다. 물론 그 '수준'이 적정선을 넘어서 현실을 흔들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누군가가 그에 대해서 브레이크를 잡아줄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그 수준을 본인이 감당하기 힘들다면 (결혼하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전제로) 두 사람이 갈라서는 게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일시적으로 바뀔 수는 있으나 결국 그 지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느낀 것은, 남녀관계에 있어서 이러한 남자의 동굴을 존중해주면 그 관계에서 본인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많은 여자들이 모른다는데 있다. 남자들은 자신의 동굴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야 본인 이야기를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털어놓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남자가 처음부터 자신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자가 자신의 연인이나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거나 신뢰하지 않는게 아니란 것이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강하기를 강요받다시피 하며 자라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문화가 유난히 심하다. 따라서 남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금 털어놓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마음을 의심하기보다는, 그를 조금만 기다려주는건 어떨까? 좋은 남자들은 그 기다림을 보통 고마워 할 줄 아니 말이다.


본인을 믿지 않냐고, 왜 혼자 부등켜 안고 있냐고 남자를 쪼는 것은 오히려 남자가 본인을 신뢰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기다려주고, 언제든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싸인만 보내주면 남자들은 자신이 준비되었을 때 연인 또는 배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올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다. 반대로 남자가 자신이 힘든 걸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은가?


남자들은 말을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남녀관계에서는 남녀 간의 대화 방식의 차이로 인한 문제도 많이 발생하는데, 그 원인 제공자는 대부분의 경우 남자다. 그런데 그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은 꼭 남자가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자들보다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섬세하거나 세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고, 여자들 중에도 그런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인 사람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경향성이 그렇단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여자 친구와 싸웠을 때 자신이 미안한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 친구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그래야 한다고 학습되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5살에 놀이기구를 타지 못한다고, 남자 애가 왜 그러냐고 아버지께 놀이공원에서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혼난 적이 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난 놀이기구를 좋아하지는 않는 걸, 내 취향이 그런 걸 어쩌란 말인가?


비슷해 보이는 조건을 가진 두 남자 중에  말을 엄청나게 잘하는 남자와 아주 잘하지는 못하는 남자 중에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조금 덜 잘하는 사람이 낫다고 하겠다. 이는 조금 많이 과장하자면 말을 능수능란하게 잘하는 남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보통 연애가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을 지도 모르고, 그런 사람들중에는 상대를 오히려 진심으로 대하기보다는 잠시 재미로, 즐기기 위해 만나는 경우들이 '비율적으로' 많을 지도 모르니까... 나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께서 좀 천연덕스러우신 면이 있으시고, 주위에 항상 여자가 더 많은 집단에 있었다 보니 말을 잘한다는 얘기를 듣는 편인데, 실제로 그로 인해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 멘트 자판기도 아니고 반사적으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며... 말을 잘하는 남자를 만나면, 아마 당신도 그런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말하는 남자들은, 연애를 쉽게 하는 사람일 가능성도 높다.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남자들이 표현을 잘 못하더라도, 그들이 하는 말은 보통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들 중에서는 '뭐가 미안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들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남자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마음이 상하게 한 것에 대해서 미안해. 어떤 일로 기분이 상한 것인지를 말해주면 다시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할게'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미안하다고 하는 남자에게는 본인이 어떤 지점에서 마음이 상했는 지를 최소한 말은 해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당신 남자 친구가 기분이 상하거나 힘들 때 왜 그런 지를 항상 알았나?'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남자는 당신이 예뻐서 만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보다 많은 여자들이 모르는 것은, 그들의 남자 친구가 본인을 만나는 것은 본인을 예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란 사실이다. 남자들은 본인 기준에 예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일단 이성적인 호감도 느끼지를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그걸 너무 표현해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그런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남자들이 표현을 잘 못하는 것이고, 또 그런 말을 남발하는 남자를 만나면 그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니 그에 대해서 너무 마음에 두지는 않는 게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예외가 한 가지 있을 수는 있는데 그건 여자의 집안이 어마어마해서 등 처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일 것이다. 만약 본인이 그런 재력을 갖고 있거나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가 그러하고, 본인이 보기에 스스로가 객관적으로 이성적 매력이 없고 주위 사람들의 평판도 그러한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관심을 표현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의 의도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남자들은 여자 친구의 외모 중 특정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예쁘다고, 아름답다고 느껴야만 그 관계를 유지한다. 내 지인들을 보면, 최소한 결혼하기 전까지는 분명 그렇다. 결혼 후에는 어떠냐고? 그건 내가 결혼해 봐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한 건, 누군가와 가정을 꾸릴 정도의 결정을 하기 위해서 남자는 여성의 외모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야 한단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눈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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