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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Apr 18. 2017

연인 간의 일상 공유

남자들은 소소한 대화가 힘들다.

혼자 살고 있는 내게 어머니께서는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신다. 사실 내 일상은 단조롭기 그지없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어머니와 대화할 것도, 공유할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어머니의 연락이 가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내 인생에 그렇게 대단한 변화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이는 나뿐 아니라 대부분 남자들이 그러한 것 같다. 대부분 남자들은 말로 자신의 삶에서 작은 일들에 대하여 많은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사실 그것이 꼭 나쁜 의도는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의도인 경우가 더 많다. 남자들은 본인이 힘든 것, 상대가 힘들다고 여길 것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무식하게 혼자서 감당하고 가려는... (물론 이러한 남자들의 패턴이 여자들을 섭섭하게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반대로 여자들은 아주 소소한 것까지 다 공유하려는 성향이 남자보다 훨씬 강하다. 그래서 여자들은 2시간 동안 통화를 하다가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고, 3-4시간 동안 얘기를 하다가 나머지는 전화로 얘기하자고 하기도 한다지 않나...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부모와의 관계에서 봐도 자취하는 여자들도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매일 부모님과 통화하며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공유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일상을 모르면 상대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연인에게 일상을 꾸준히 공유하지 않으면, 막상 연인과 나누고 싶은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상대가 그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정말 연인과 공유하고 싶은 A라는 사건이 터졌는데 그 사건이 a1, a2, a3라는 소소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서 터진 것이라면 A만 연인에게 공유하게 되면 그걸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사실 a1, a2, a3라는 일들이 있었다고 설명하면 그 사람의 연인은 그런 얘기들은 전혀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섭섭할 수 있다.


이는 특정한 사건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 상태를 서로 공유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데이트를 할 때 개인적인 상황들로 인해서 피곤하거나 짜증이 나 있는 상태인데 상대에게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라면 상대는 당신이 그런 상태인 것을 이해할 수가 없고, 그에 따라 '이 사람이 마음이 떠나는 건가?라는 우려가 들기 시작할 수 있다. 혹자는 이러한 우려를 하는 것이 과민반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인이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으면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본인과 관련된 일로 그러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혹시 그런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 그게 아니라면서 그제서야 본인의 상황에 대해서 상대에게 설명을 하면, (1)상대는 그런 일들이 있는 걸 왜 얘기도 안 해줬냐고 묻고, 난 당신에게 뭐냐고 물을 것이다. (2)그리고 그에 대하여 그 사람이 내가 왜 그것까지 말을 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그에 대한 답을 내가 하자면, (3) 위에서 이 시나리오를 설명할 때 말했듯이 그런 일들이 일어난 것이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당신과 만나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영향을 받음으로써 당신을 만나는 사람에게도 영향력이 확장되기 때문에 소소한 일상들을 같이 공유하고 나눌 필요가 있단 것이다. 연애를 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더 깊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물론 만난 기간 등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렇듯 일상을, 그리고 삶의 작은 부분들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두 사람 간에는 별것 아닌 일로 오해가 쌓일 수 있기에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서로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화가 있어야 가까워진다.

이와 같은 작은, 일상적인 대화가 데이트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직장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주 1회 정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만남만으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인이 주 1회 이상을 만나려면 어느 일방의 일방적인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고, 그런 희생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두 사람 중 누구도 '연애만' 하는 사람은 없기에.


그래서 일상적으로 작은 것들에 대해서 서로 공유하는 것은 이러한 '오프라인에서의 제한된 만남'의 한계를 넘어서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넓은 의미에서는 데이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데이트는 두 사람의 일상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일을 일주일 동안 겪고 나를 만나는 것인지를 서로 아는 것이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기계적으로 주 1회 만나는 것보다도 어쩌면 서로에게 소소하게 자주 연락하고 일상을 나누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고, 깊게 만들어 주는 데는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자주 연락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감시가 아닌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으로써의 의미도 갖는다. (물론 상대에게 억지로 일상을 털어놓도록 강요한다면 그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이는 물론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일단 믿는 것이 연애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관련글), 그 믿음이 유지되고 견고해지기 위해서는 상대의 노력도 그만큼 필요한데 일상에서 소소한 것들까지 서로 공유하는 것이 그러한 신뢰를 형성하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일 먹은 음식의 종류까지 의무감을 갖고 보고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본인이 하루동안 느꼈던 감정과 본인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서로 자주 나누는게 어떨까? 그런 과정을 통해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그리고 서로의 삶에 대해서 더 알아가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결혼은 그러한 신뢰가 어느 정도 이상 구축되었을 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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