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on de Cyrene Apr 17. 2017

데이트가 갖는 의미

데이트의 어원은 무엇일까?

데이트. 사실 자료를 찾아본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추측일 따름이지만 아마도 데이트는 영어로 날짜를 의미하는 'date'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데이트라는 표현이 콩글리시가 아닌, 제대로 된 영어로 미국과 영국에서도 사용하기도 하는 걸 보면 더군다나... 즉, 데이트를 한다는 것의 의미는 자신의 시간 중 일부인 하루를 상대와 단 둘이 같이 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테다.


그런데 영어 표현으로는 'go on a date'라는 표현도 쓰지만 현실에서 'go ou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즉, 데이트라 함은 밖으로 나가서 무엇인가를 상대와 한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단 것이다. 이는 데이트를 하는 것이 단 둘이 밖에서 뭔가를 같이 하고 즐긴다는 의미를 갖기에 쓰게 된 표현이었을 것이다. 사실 둘이 사귀냐고 물을 때도 'are they going out?'이라고 하기 때문에 어쩌면 연인이라는 것은, '단 둘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밖에서 뭔가를 하는 행동을 하기로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관계'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데이트는 왜 하는 걸까?

그렇다면 연인은 도대체 왜 만나서 무엇인가를 하는 걸까?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일단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단 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트를 한다는 것은 상대가 보고 싶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옵션들 중에 상대와 단 둘이 있기로 결정을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만나고 싶은 사람과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는 사실 데이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데이트를 하는데 친구들을 와장창 부르는 것도...)


이처럼 데이트는 원초적으로는 두 사람이 보고 싶어서 만나지만, 데이트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변수(?)들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마다 상대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방식이 다르고, 또 연애 초기와 오래된 연인의 데이트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상형을 꼽을 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는 조건을 내놓기도 하는데 이는 결국 본인이 즐겨하는 것을 상대와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단순히 같은 취미만을 하는 데이트가 항상 이상적이기만 하지 않은 건, 대부분의 취미는 보통 대화를 수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취미생활을 같이 하면서 서로 같은 것을 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고, 또 같은 취미생활에 대해서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한 벽을 쉽게 허물 수도 있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는 장점은 거기까지인 경우가 많단 얘기다. 취미를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 취미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해서도 서로를 잘 알아갈 수 있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서로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

물론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벽이 쉽게 허물어짐으로써 다른 얘기들을 조금 더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장점은 분명 있고 서로 편해지기 위해서는 같은 취미를 갖는 것만큼 좋은 것도 드물다. 그것이 취미가 아니더라도 서로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가 서로의 인생의 일부로 끼어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같이 '하는' 데이트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면 같이 농구를 보러 가고, 연극이나 영화를 보고, 스키를 타고,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것, 공연에 같이 가는 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두 사람이 경험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데이트인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경험을 공유한 것은 두 사람이 다퉜을 때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특정한 시기를 되돌아볼 때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서로 많은 것을 같이 하는 것은 그만큼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서 상호간에 접점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러한 데이트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데이트가 그저 무엇인가를 같이 '하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만약 모든 데이트가 그저 같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친다면 그 관계가 동호회 사람들과 그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것과 (물론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아니면 그것이 그냥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과 얼마나 다르겠는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연애가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고 데이트는 그 관계를 형성하는 도구라면 데이트를 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물론 말로 본인의 삶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것을 들어주면서 서로를 알아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말보다 행동이나 그 사람의 패턴들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본인 입으로 하는 말은 얼마든지 포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뭔가를 같이 하면서도 상대에 대해 알아갈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특히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진 연애 초기에는) 상대에게 그렇게까지 예민한 사람이 많지는 않기에, 대화는 분명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중요한 통로이다. 그리고 대화에서도 본인이 본인의 성향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화가 있고, 본인의 삶이나 생각에 대해서 설명하는 대화가 있는데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은 후자가 더 잘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하는 설명들은 (소개팅 첫 만남에서와 같은 대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의식의 영역이 작동하는 것이지만, 후자는 무의식의 영역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무엇을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하는지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데이트를 어떻게 하든지, 연인 간에 다양한 대화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서로를 알아가고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같이 '하는' 데이트가 두 사람의 경험치를 올려준다면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를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점점 깊게 알아가며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흔히 부부는 '한 몸'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육체적인 측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인 영역을 포함하는 것일 텐데 그렇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트에도 조화와 균형을 잡자

두 사람이 만나면 스킨십만 하는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여사친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나면 밥 먹고 스킨십 외에는 하는 것이 없어서 어느 순간 기분 나쁜 느낌을 받아서 헤어졌다고 말이다. 이는 스킨십을 하는 것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가 경험을 공유하지 않고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기만 한다면 그 관계도 피곤해서 오래가지 못하겠지만 이처럼 경험만 공유하는 관계는 어느 순간 그 바닥이 드러나게 되어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데이트를 할 때도, 아니 사실 결국 데이트가 상대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면 전화 통화나 문자 연락을 할 때도 그 하나, 하나에서 서로를 알아갈 필요가 있다. 그걸 하나, 하나 다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그만큼 나를 보여주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관계가 깊어지고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기에. 


이처럼 데이트에도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이전 12화 상대의 연애경험보다 중요한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