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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Sep 25. 2018

상대의 연애경험보다 중요한 것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 방식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이후로 연애를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보다는 알 것 다 아는(?) 사람과 만나는 게 편하고 좋아졌다. 나만의 얘기는 아니다. 서른을 넘어 초중반이 되었을 때부터 남녀불문 지인들의 소개팅 조건에 '모태솔로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조건이 들어갔으니까. 사실 나이가 들수록 연애는 피곤해지고,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에너지를 쏟지 않더라도 서로 알건 아는 사이를 선호한다. 어렸을 때 연애를 해 본 것은 그래서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연애를 아무렇게나,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지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니까. 아주 오래전에 쓴 글에서도 썼지만 난 20대만큼은 정말 마음에 최선을 다하는 연애를 하는 게 중요하고,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100%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마음을 따라서 해보는 결정을 말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과의 연애는 두 사람이 평생 갈 인연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연애경험은 매우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애경험이 전부는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연애'가 마치 다른 것들과 엄청나게 구분되는 무엇인 것처럼 여기면서 그에 대한 고민을 엄청나게 하고, 연인은 우리 인생을 한 방향으로 개방해 놓고 있는 관계라는 측면에서 실제로 굉장히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사실 연애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형성하는 수많은 관계들 중에 하나일 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누구랑 만나든지 간에, 상대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패턴이 연인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날 것이란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사람이 연애 초기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사실 연애 초기에는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 다른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그건 말 그대로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한 것이지 그 페이스를 평생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나이가 들수록 내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수준도 점점 낮아지더라. 어렸을 때는 거의 매일 데이트를 하고, 그때마다 상대를 매일 집에 데려다주면서 또 집에 오는 길에 통화하는 연애를 했지만 이제는 연애 초기에도 일주일에 많으면 2-3번, 전화통화는 거의 매일 하지만 하루에 한두 번 정도로 확연하게 빈도가 줄어들더라. 그리고 그런 패턴은 누구나, 어느 관계에서나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도파민의 작용이 약해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의 패턴이 연인에게 그대로 나오기 시작한다. 연인들의 다툼도 보통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혹은 본인의 패턴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상대의 마음이 변했다고 느끼고, 그로 인해서 다툼이 잦아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 다툼으로 인해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경우도 매우 많다. 만난 지 100일 정도 됐을 때 시작되는 다툼들은 대부분 이런 패턴으로 진행되는 듯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연애 초기에 엄청나게 쏟아부어지는 노력들이 언젠가는 끝날 것임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그 순간 그 경험과 감정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 다만 그게 언젠가는 끝날 것임을 인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연애를 시작할 때 상대가 지금 나한테 어떻게 대해주는지보다 상대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친구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지내는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허니문 피리어드가 지나고 나면 그 사람은 당신을 아마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패턴보다 조금 더 친밀한 수준으로 대할 확률이 매우, 매우 높기에. 


어떤 사람들은 상대가 본인을 다른 지인들만도 못하게 대한다고 말할지 모르는데, 실제로 그렇다면 그 관계는 거기에서 끝내는 것이 나는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하면서 어떻게 대하고 있는 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A의 패턴으로 대하는데 나만 유난히 B의 패턴으로 대한다면 그건 내가 상대를 대하는 방식으로 인해 상대가 나에게 다른 패턴으로 대하는 것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놓고 고민하고 상대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연인은 이별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깊은 관계로 한 걸음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말하는 '연애경험'이라는 것은 연애 초기에 편안함을 주거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조금 더 부드럽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고, 나는 그런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애도 결국 관계가 기초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단순히 순간의 불타오르는 감정과 욕정,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잘 맞으면 계속 연애를 할 생각으로 만났다면, 상대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 결국 두 사람 사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과거 또는 지금 당장 본인에게 해주는 것보다 그 사람이 주위 친구 및 지인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지를 지켜보는 것이 훨씬,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사실 잠시 감정의 브레이크를 잡고 그 사람의 삶의 방식과 그 사람이 한 말들을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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