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후배이고, 같은 업계에 종사할 뻔해서 밥을 한 번 같이 먹은 친구가 있었다. 이동할 때 인스타 스토리를 오른쪽으로 넘기면서 보는 편인데, 우연히 그 친구 스토리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별생각 없이 그 사진에 대한 얘기를 DM으로 보낸 후에 직장을 옮긴 것 같던데 어디냐고 물어봤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본인의 근황에 대해서만 물어보니 불편하다는 답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그냥 내 근황을 물어봐도 되는 것 아니었을까 싶었지만 일단 미안하다고, 내 근황에 별 변화가 없어서 그랬다고 했더니 또 농담이었단다. 이게 뭐지. 싶은 상황에서 순간 개인적으로 정신이 없었던 상황에서 그 후에 DM을 확인하고 답을 했더니 그에 대해서 물어본 것에 답은 없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면서 스마일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이건 또 뭘까. 혹시나 그 계정이 지인인 줄 몰랐다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카톡을 보냈으나 그에 대해선 답이 없더라.
굉장히 '자아'에 집착하는 수준으로 몰입이 되어 있는 친구였다. 인스타 피드도 그런 글귀로 가득하고, 요가를 하면서 '나'에 집중하는. 본인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반응들에 춤추고 그런 반응들을 받기 위한 게시물도 종종 올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너무 '나'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위에서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인 얘기만 주고받는 게 습관이 들다 보니 자신의 기준과 패턴을 벗어난 것에는 공격적이고 적대적이 된 것이 아닐까...
그 친구가 보이는 '나'에 집중하는 경향은 최근의 트렌드인 듯하다. 내가 가장 중요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시되는 시대. 그런데 그렇게 내가 중요해서 나와 다름을 존중할 줄 모르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과 다른 생각은 틀림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줄 모르고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없게 된다면 그게 과연 그 사람을 행복으로 이끌어 줄까? 단기적으로는 서로 긍정적인 얘기만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겠지만, 그로 인해 개인주의적이 아니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 되는 사람 주위엔 사람이 남지 않을 텐데...
건강한 자아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건강한 자아를 갖는 것은 '나는 모든 것이 괜찮아'라고 생각함으로써 형성되지 않는다. 건강한 자아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데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한 실수를 '괜찮다'가 아니라 '잘못했다'라고 인정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할 줄 알 때 그 사람은 성숙해진다. 또 그 과정에서 상대도 완벽한 사람일 수 없고, 둘 사이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서 그 문제를 해결하던지 그냥 묻고 넘어갈 수 있을 때야 비로소 그 사람의 자아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라 그 후배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 '자아 과잉'의 문제는 그 친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니 사실 우리나라는 '자아 과잉'이 너무 심해서 남에게 상처를 줘왔다. 자신과 다름을 틀림이라고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상당수의 모습은 '자아 과잉'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현상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 또 다른 자아 과잉을 개발해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의 자아는 내가 가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여김과 동시에 부족한 걸 인정할 때, 나의 약점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게 항상 괜찮지는 않을 때야 비로소 건강해진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하려 할수록, 그 사람은 자기중심적이 되고 주위엔 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사람들은 어쩌면 신종 꼰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