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와 결혼

결혼의 풍경. 3화

by Simon de Cyrene

앞의 글에서도 한참을 설명했지만, 난 개인적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은 상황이라면 동거와 결혼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거를 하면 결혼한 것과 달리 상대 부모님을 보지 않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동거한다는 사실을 양가에 숨기고 동거를 하는 게 아닌 이상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들도 일정기간 이상 함께 하면 큰 가족모임들에는 같이 하는 게 더 자연스럽게 된다. 그리고 동거가 '일상의 상당 부분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결정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상대의 부모님을 만나고 더 알아가게 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상대의 부모님은 상대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굳이 구속되지 않고 그렇게 동거하겠다는 가치관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도 기꺼이, 본인이 설득하고 설득해서 억지로 결혼 아닌 동거를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니라 기꺼이 결혼에 대한 생각 없이 동거로 만족하고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면 그건 아무 문제도 될 게 없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인간이 지금처럼 공식적으로 부부라는 것을 공공기관에 등록하고 산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정말 엄청나게 길게 잡아도 100년에서 200년 사이일 것이다. 그 전에는 '사회적으로' 부부로 인정을 받은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는 있었어도 '법적으로 구속받는' 부부가 생긴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동거와 결혼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그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려고 한다).


하지만 [결혼해서 같이 살아도 될지를 확인해 보기 위한 동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결혼해서 같이 살아도 될지, 상대의 소소한 습관이나 삶의 패턴을 알아보고, 신뢰해도 될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동거부터' 해보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그런 전제를 한 동거를 과도하게 신뢰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할 생각은 있지만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하는 동거에서 두 사람은 절대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다 보여줄 리가 없다. 이는 두 사람 머릿속에는 '내가 흐트러진 모습이나 잘못된 모습을 보이면 상대가 나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어'라는 생각 또는 두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 긴장감이 흐트러질 때까지 같이 살아보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언제 흐트러질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동거를 2-3년 한 후에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치자. 동거부터 해보고 결혼을 결정하겠다는 사람들의 이유들 중에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이혼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면 손해 보는 것이 너무 많아서'라는 부분이 있는데, 2-3년 간 동거를 하면서 주위에 동거를 하고 있단 소문이 나지 않기는 힘들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 다행이지만 두 사람이 그러다 헤어졌다고 해보자. 우리나라에서 동거했다가 헤어진 사람과 이혼한 사람 중에 누구가 평판이 부정적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두 경우에 대한 평판이 크게 다를 것 같진 않다. 그런데 1년 전후 정도 동거하는 것만으로는 상대방의 모든 습관 등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결혼해도 괜찮을지를 태핑해 보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동거에 내가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두 변하기 때문이다. 결혼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사회적 지위, 연봉, 부모님의 건강, 형제자매의 경제적 상황, 회사의 상황 등과 같은 사회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변하고 바뀌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에 무슨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2-3년 정도 동거를 하다 결혼했다 하더라도 그런 변수들이 작용을 하면 상대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거를 함으로써 상대와 내 사이에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다짐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아무 소용 없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어떤 이유로든 상대와 법적으로 구속되는 것이 두렵고 상대 또는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면 결혼에 대한 기약 없이 동거를 하는 게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아이가 생길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아이가 생길 경우에는 법적으로 부모가 지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법적으로 부부가 될 필요가 있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생명이자 영혼인 아이가 생기고 나면 두 사람이 충동적으로 이별을 결정하지 않고 서로에게 맞춰나가기 위한 수단으로라도 두 사람은 가정을 꾸리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만약 두 사람이 이별하고 나서도 쿨하게 아이를 위해서 친구처럼 지내고 같이 지낼 수 있다면 이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사실 아이를 위해서는 두 사람이 최소한 아이가 성인일 때까지는 부부인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 아이들은 자칫 잘못하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빠의 여자 친구와'와 '엄마의 남자 친구' 사이에서 엄청난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처럼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에서도 아이들이 그러한 구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그런 것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더 보수적인 사회에서 아이가 겪게 될 혼란은 더 클 것이다.


나는 사실 사랑하는 남녀 간의 동거가 아니라 하우스 쉐어링의 형태로 사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서 동거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성혼에 대한 부분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온전한 혼인과 가정의 형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동성혼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의 성적 지향성이 그러한 사람들이 함께 살 경우 그들의 삶도 동거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제도를 통해서 법적으로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동거하는 사람으로서 더 보호 및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성애나 동성혼에 대한 내 주관적인 생각은 이와 별개로 따로 있고, 그건 내 브런치 글들 중에 하나로 있다. 이 문장으로 인해 동성애나 동성혼에 대한 내 생각을 넘겨 짚지는 않아주셨으면 좋겠다).


동거는 이처럼 결혼이라는 제도의 대체재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어도 결혼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수단으로써는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동거와 결혼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인 '결혼의 의미'에서 다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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