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결혼의 풍경. 4화

by Simon de Cyrene

결혼...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당연히 지나야 하는 통과의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여전히 많은 듯하다. 사람들은 그래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에 집착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일정한 나이까지 결혼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르신들의 잔소리가 많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겉으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말을 하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모습만 보더라도 불편해지다 보니 어른들을 피하게 되더라.


어른들만 그런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일정 나이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못한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들어간다. 사람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했다 돌아온 사람이 그 나이까지 결혼하지 못한 사람보다 낫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지만 그 말 자체가 사실 결혼하는 것을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꼰대스럽다.


물론, 정말 이상이 있어서 결혼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그걸 눈치채지 못해서 결혼했다 돌아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결혼을 생각하다 애매한 나이에 연인과 헤어져서 그 이후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결혼을 못한 사람도 있고, 연애로는 괜찮지만 함께 평생 가는 것까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 연인만 만나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으며, 요즘에는 일에 집중하다 결혼을 못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겉으로는 쿨한 척 '결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거지 뭐'라고 말하면서도 일정 연령까지 결혼하지 않거나 못한 사람들을 보면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고는 한다.


그런데 나는 반대로 결혼을 일찍 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다. 매우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분들을 보면 항상 '어떻게 그렇게 쉽게, 감정적으로 결혼을 결정하세요?'라고 묻고 싶었다. 상대에 대한 확신이 있고 본인 짝은 있다고 말은 하는데, 어린 나이에 결혼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실 신혼 초기에 '정말 본인 짝이 맞아?'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싸우고 그중에 적지 않은 수는 다시 싱글로 돌아온다. 그런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면서도 본인은 다를 것이라고 믿는 그 확신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난 그게 정말 궁금하다.


물론, 아주 매우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분들 중에는 아이가 생겨서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실 난 우리나라에서 성교육이 적나라하게, 제대로 이뤄지고 남녀가 처음 잠자리를 갖기 전에 첫 경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와 첫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첫 경험이 어땠는지를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서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꽤나 자주 했다. 그렇게 해야 남녀가 서로의 생각을 알고, 아이가 생기는 것을 조심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더라도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고, 합의를 제대로 한 후에 아이가 생겼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두 사람이 그렇게 마음을 먹은 상태라면 아이가 그 사이에 생겼더라도 두 사람이 이미 가정을 꾸리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아이가 그 안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그 뒤의 문제를 함께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두 사람 중 보통 여성이 엄청난 상처를 받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결혼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라면서 내내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한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무의식 중에 '저 00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어'라고 생각이 드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 길은 없다.


결혼은 [상대방의 인생을 내 인생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두 사람의 인생을 같이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그렇다. 결혼은 그저 두 사람이 사귈 만큼 사귀었고, 적당히 맞는 것 같고 더 만나봐야 더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을 뿐 아니라 나이도 적당히 먹었으니 그냥 하기로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 정도 생각과 고민으로, 때로는 충동적으로 결정한 결혼은 두 사람과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생명체를 고통과 불행의 길로 끌고 갈 수 있다.


그래서 결혼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되고 철저히 이성적이어야 한다.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고, 나와 어떤 것이 잘 맞고 어떤 것에서 부딪힐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고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상대와 감정적으로 뜨거워진 시간이 지난 후에 두 사람이 가끔씩 설레이고 상대와 종종 부딪히기는 하지만 서로 맞춰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평상시에는 뭔지 모르게 신경 쓰이고 서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정도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이들은 결혼을 해보기 전에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사실이다. 결혼해보기 전에 상대방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결혼해서 30년을 함께 산 사람도 서로를 모른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정말 핵심적인 몇 가지는 사실 결혼하기 전에 파악할 수 있다. 상대방의 기본적인 성향은 상대방의 일상적인 모습, 상대가 지인들과 지내는 모습, 반복적으로 '툭'하고 던진 말들, 상대의 가족이 무의식 중에 상대에 대해 하는 얘기 등. 우리는 사실 그런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을 통해 상대방이 '허니문 기간' 또는 '신혼이 주는 힘으로 노력할 수 있는 기간' 이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그에 대한 '이성적인 고민'을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이성적인 감정은 결혼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완벽한 사람을 만나야 한단 것이 아니다. 상대와 어디까지 맞춰줄 수 있고, 상대는 내게 얼마나 맞춰줄 수 있는 지를 고민해야 한단 것이다. 상대와 나의 다름을 서로 억지로 바꾸지 않고, 그걸 억지로 공존하도록 할 필요도 없다. 사실 그냥 그 사람이 그러한 것을 스치듯 지나칠 수 있으면 두 사람은 충분히 불행하지 않게, 행복에 가깝게 함께 살 수 있다. 상대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고, 상대에 대해 내가 그럴 수 있는지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너무 힘들고 피곤하지 않냐고? 결혼한다는 것은 상대와 내가 가정을 꾸리고 '평생' 살겠다는 약속이다. 상대방은 물론 나의 평생까지 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 정도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게 맞지 않을까?


결혼한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결혼 후에 그들이 싸우게 되는 일들은 사실 대부분이 우려했던 지점에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문제들을 사소하게 여겼거나 그건 상대가 바뀌거나 내게 맞춰줄 것이라고 전제하고 결혼을 한 후에는 결국 그 문제 때문에 다투고, 부딪히다가 때로는 이혼을 하더라. 상대가 바뀌지 않은 면에 대해서 상대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싫어하지만 지금 본인에게 맞춰주는 것을 상대가 평생 기대할 것이라고 기대해도 안된다. 상대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지금 인위적으로 노력해서 맞춰주는 것은 결혼해서 길어도 2-3년 후에는 맞춰주지 않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까다롭게 굴면 평생 결혼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결혼했다 이혼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는 애초에 가지 않는 게 상처를 덜 받는 길이다. 사람들은 요즘 사람들이 이혼을 쉽게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옆에서 본 바로는 쉬운 이혼은 절대 없다. 이혼 과정에서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또 이혼하지 않았다고 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겉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아이를 빼면 부부간에 소통이 전혀 없는 부부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삶보다는 지금 충분히 행복한 일을 하며 사는 내 삶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겐 가정이 짐일 텐데, 나는 최소한 짐은 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정말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결혼을 일정기간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어렸을 때보다 둥글둥글해지고,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고수하는 몇 가지 조건은 양보하지 못해서 까다롭다는 평을 받지만 따지는 조건의 개수는 줄어들기 때문에 잘 맞는 사람만 만나면 금방 가정을 꾸리기도 한다. 또 그렇게 정말 중요한 몇 가지만 딱 맞춰서, 잘 맞아서 결혼한 사람들은 연애 기간이 길지 않아도 잘 살기도 한다. 이는 두 사람이 연애기간이 길지 않으면 서로 모르는 게 많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상대의 새로운 면을 보면 그걸 배신이나 신뢰의 붕괴가 아니라 새로운 발견으로 여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상대방과 평생 함께 하겠다고 사회적으로, 지인들 앞에서 자신이 약속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할 때 자신과 상대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잘 아는 것이 두 사람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갈 가능성을 높인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를 잘 아는 것은 단순히 연애기간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어떤 이들은 5년을 사귀었어도 2-3개월 사귄 사람들보다 서로를 모르기도 하더라. 물론, 그들은 자신이 상대를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상대의 모습에 국한되어 있고,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상대의 모습은 무의식 중에 보지 않는 경우도 많더라.


연애기간이 길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아니고, 연애기간이 짧아도 행복할 수 있다. 모든 결혼과 가정은 말 그대로 '케바케'다. 분명한 것은 결혼은 감정적 휩쓸림이 아니라 이성적 결정 또는 결단이어야 한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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