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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Jun 24. 2020

면접에서의 대화

대화의 원리 21화.

면접에서의 대화에서 '면접관'의 대화에 대한 부분은 사실 특별히 설명할 것이 없다. 이는 대기업과 같은 큰 기업들은 보통 이미 내부적으로 인사팀에서 면접관의 역할을 어떻게 시행하고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내려오거나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고, 작은 기업들의 경우 면접관으로 있는 사람들이 어차피 본인의 성향에 따라 사람을 선발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면접관들에 bias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Google에 정직원으로 지원할 경우 합격한 사람의 경우 1대 1 면접을 최소 4회 이상 보고 면접관들은 그 사람이 지원한 자리의 조직에 있는 사람, 그 조직과 같이 일하는 사람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면접을 보고 그 사람들의 평가를 추린 후에 애매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은 면접을 더 진행해서 끝까지 확인해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 사람을 조직에 들이기 전에 최대한 물음표를 많이 제거하기 위한 절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oogle에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좋은 사람을 뽑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듯하다. 


면접과 관련한 여러 거룩한 얘기들과 다양한 설이 오가지만 기본적인 소양, 지식,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 후에 그 사람이 선택되는지 여부는 사실 면접관들의 성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기본적인 소양, 지식,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넘치도록 지원하는 조직의 얘기고 사실 작은 조직들은 그런 것들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그런 요소들을 추려내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어느 경우에든 면접관의 성향이 최종 합격에 영향을 '어느 정도는' 미치는 것이 분명하고 그게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은 아니다. 이는 그 면접관은 보통 그 조직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위에 있고, 그 사람이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그 조직문화에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면접이나 채용과 같은 과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이 [실력대로 뽑아야 한다]는 명제다. 이는 애초에 능력이 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물리적인 [실력]에선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실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험'이 있지 않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수능 영어를 만점 받지 못하면 그의 영어 능력이 수능 영어 만점자보다 못한 것인가? 시험은 줄 세우기 위한 수단이지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일을 할 때는 줄 세워지지 않는 능력이 더 필요로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험과 같은 평가로만 사람을 선발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사람들이 말하는 [실력]은 사실 허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회사의 경우, 그 사람이 아주 기초적인 지적능력만 갖고 있다면 그의 능력보다 그의 인격과 성향이 더 중요하다. 이는 회사는, 잘 조직화되어 있는 회사는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사람이 언제든지 대체 가능할 수준으로 조직과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직원이 500명에서 1,000명 이상이 되고 수익을 내는 기업들은 대부분 내부 업무가 기본적인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회사에는 사실 엄청난 능력자가 필요하진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회사의 경우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고 조직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여부가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회사가 필요한 이상 최대한 오래 남아있는 사람인 것이다. 이는 사실 신입의 경우 처음 3-4년은 실적을 내기보단 그 사람이 일을 배우는데 투입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에서는 오래 있을 사람을 뽑아야 투자한 만큼 그에 대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30위권에 있는 기업에 다니셨는데 소위 말하는 SKY 출신이나 좋은 대학을 나온 유학생 출신은 1-2년 안에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절대 신입으로 뽑지 않으셨다고 한다.


물론, 경력직의 경우 본인이 해온 일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력적인 특정한 기능이 지금 당장 필요해서 선발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신입에 대한 사람들의 또 다른 착각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학교생활만 한 사람들은 [회사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춘 경우가 거의 없단 것이다. 이에 대해서 대학에서 사람들을 그렇게 준비시키지 못한다며 대학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일은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이지 책상 앞에서 배울 수가 없다. 머리로 4년을 아무리 공부해도 1년 일한 것보다 몸과 머리에 남아있는 지식이나 능력만 못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을 실력을 기준으로 선발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에 불과하다. 


신입을 선발할 때는 그 사람이 얼마나 회사에 빨리 적응하고 일을 익혀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실 대학에서는 기능적인 부분을 트레이닝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다양한 사회영역을 접하고 고민하게 해서 새로운 상황, 시장이나 이슈를 접했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빨리 그에 대한 환경을 파악하고 적응할 수 있는 '사고하는 법'을 트레이닝시켜줘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고하는 법은 기능적으로, 또는 경영학 수업을 통해서 훈련되지 않는다.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과 고민의 총량이 중요하다. 


이쯤 되면 면접에서의 대화에 대한 글을 쓴다고 했으면서 왜 기업의 채용 등에 대한 내용을 이렇게 길게 썼는지에 대해 짜증이 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건 상대가, 면접관이 어떤 전제를 깔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면접에서 그에 맞춰서 말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면접에 들어가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그 전제를 잘못 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를 전혀  모르면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여서 면접에서 탈락하겠지만 업계에 대한 지식은 그 안에 들어가 있지 않은 이상 어차피 제한적으로 밖에 알 수 없다. 그래서 사실 면접에서는 그 업계에 대한 지식보다 분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컨설팅 회사나 면접전형을 잘 진행하는 회사들이 황당한, 업계와 관련되지 않은 질문이나 케이스를 던지는 것은 그 사람의 분석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그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래서 면접을 잘 보려면 사실 '왜?'라는 질문을 묻고 답하는 연습을 하고, 뭔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그 대상이 꼭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의 업계가 아니어도 된다. 이는  '업계'는 사실 소재일 뿐, 근본적인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면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긴 하되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에서 본인이 실수했을 때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은 자신이 잘못 답했음을 깨달았을 때도 자신의 답이 맞다고 우기는 것인데, 이는 본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아무리 잘 알아도 면접관이 그에 대해 더 잘 알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우기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능력이 아니라 '인성'에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어서 면접에서 탈락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면접은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고, '지식의 총량'은 생각보다 중요한 능력은 아니고 본인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고 지거나 탈락하는 건 아니다. 


내가 이에 대해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수많은 면접들 중에서 합격한 면접들에서 내가 지식적으로 뭔가 엄청나게 많이 알고 있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내가 2년 다녔던 대기업에 크게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서 업계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고 1박 2일 면접에 들어갔는데,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그 회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더라. 그런데 회사에 들어온 후 내가 케이스 등에서 했던 말들을 돌아보면 정말 현실과 맞지 않는 면들이 많더라. 그렇다고 내가 면접에 왔던 다른 사람들보다 스펙이 어마어마하게 좋았던 것도 아니다. 난 심지어 경영학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고 학부를 졸업했었다. 


내가 추측할 수 있는 나의 합격 이유는 아마도 학부시절 프리랜서로 에이전시들에서 일을 받아서 용돈을 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일하는 법'이 면접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가 대답한 내용은 비현실적이긴 했어도 논리적으로는 빈틈이 많지 않았었다. 나는 심지어 로스쿨 면접 과정에서는 케이스에 대한 생각을 말하다 면접관이신 교수님께서 '자네가 그런 의도라면 000이라고 말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하셨고, 그 말이 너무 맞아서 그 자리에서 '네, 교수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는데 합격했고 Google면접에서는 장기적으로는 Google사업과 전혀 무관한 북한이나 북한이탈주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합격했었다. 


로스쿨 면접이 끝나고 나서 면접관 교수님께서는 잠시 화장실에 가자며 쉬어가자고 하면서 나가시다 내 어깨를 치면서 '너무 실망하지 마, 이 면접이 원래 사람을 그렇게 코너로 몰기 위해 하는 거야'라고 하셨고, Google에서 나를 뽑았던 팀장님은 너무 이 업계에만 몰입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게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 내가 그 앞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아는 척을 하려고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분들 눈에 우습고 건방지게 보이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면접에 합격한 것은 아니다. 취업전선에 있을 때 난 내가 다닌 회사에만 합격했고, 심지어 1차 면접은 어지간하면 통과시키고 임원들이 거의 다 결정한단 회사에선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다녔던 회사가 덜 좋은 회사도 아니었다. 그 회사는 당시에 대기업 연봉 5위 안에 항상 있었고 지금도 5위 앞뒤를 오가는, 내가 지원했던 회사들 중에 제일  좋은 회사였다. 


면접관이 면접에 온 사람을 어떻게 볼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일 중요한 것은 면접관의 말을 잘 듣고, 겸손하고 오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면접관에게 보여주고 나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합격할 것이란 것이 아니다. 본인의 성향이 맞는 회사엔 합격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회사에는 떨어질 것이다. 불합격했다고 반드시 본인의 능력이 처지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최종면접까지 가본 적이 있거나 계속 간다면 그 사람은 사실 능력이 아니라 그 조직과의 합이 맞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본인보다 합이 더 맞는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어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는 하되, 계속 합격하지 못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어느 조직이나 자리든지 사람을 뽑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인성이다. 이는 일단 면접을 보는 조직에서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통해 일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기본적인 능력, 그다음이 그 조직문화에 잘 맞는 사람인지 여부다. 그래서 사실 면접에서 주어진 문제나 질문에 너무 잘 대답하거나 면접관을 이기려 들기보다 오버하지 말고 솔직하고 꾸밈없이 말하고 듣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상대적으로 본인에게 잘 맞는 조직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거룩하고 거창한 얘기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에 해당하는 얘기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난 면접 보고 들어왔는데도 문화에 엄청 안 맞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작은 회사들은 대부분의 경우 조직이나 기업문화라는 것이 없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의 풀이 많지 않다 보니 일단 능력치가 높다고 보이는 사람들로 우선 뽑아서 그런 사람들이 조직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조직에서든지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일하기 위해서 모인 조직에서는 일을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런 작은 조직일수록 사실 그 사람의 인성을 먼저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는 작은 회사일수록 한 사람이 그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중소기업의 딜레마는 그렇게 선택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는다는데 있고, 많은 중소기업들은 그래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게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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