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이유 1

이혼의 풍경 4화

by Simon de Cyrene

우리가 가장 흔히 듣는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 또는 '둘 중 한 사람의 외도'일 듯하다.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이혼 사유로 가장 흔히 언급되는 '성격 차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똑같은 사유라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하는데, 부부관계를 놓고 생각해 보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외도했거나 한 사람이 사업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면, 사실 결혼까지 한 사람들이 헤어질 이유는 성격 차이밖에 없다.


사람들이 '성격 차이'란 사유에 코웃음을 치는 건 '무슨 이혼을 그런 이유로 하느냐'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사건, 사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그런 사유를 미주알고주알 보도자료에 쓰는 것은 더 이상하지 않나? 그걸 다 설명하기 시작할 경우 그 설명은 어느 한쪽에 편향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사람 간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사건, 사고는 궁극적으로는 두 사람의 성격 차이 때문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헤어지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성격 차이 때문이 맞다.


그리고 사업의 실패, 외도, 폭력과 같은 사유로 이혼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혼한 사람들이 갈라서는 이유를 뭐라고 딱 정의하는 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혼한 지인들이 이혼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을 들어보면 두 사람이 헤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 있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헤어지는 사람은 없더라. 단순히 연애도 아니고 결혼까지 결심해서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사건 한두 가지로 헤어지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이전에 이미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고 있었고, 그런 사건들이 누적이 되어서 상대와 평생 할 자신이 없어졌을 때 갈라서기로 결정을 하더라.


이혼한 것을 흠이나 실패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 사람들은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 그 모든 과정을 다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사람들이 어떤 경험적, 감정적 과정을 거쳐서 이혼하는 지를 알지 못하고,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소설을 쓰고 판단과 평가를 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거나 그런 류의 댓글을 볼 때마다 '당신은 꼭 이혼을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너무 못된 걸까?


그렇다고 해서 '성격 차이'를 이혼 사유로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결심하는 건 굉장히 큰 일이기 때문에 결혼까지 결심할 정도였다면 어떻게 '겨우' 성격차이를 이유로 헤어지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성격 차이로 인해 이혼하는 것은 두 사람 혹은 둘 중 한 사람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애하면서 상대의 좋은 면, 자신과 잘 맞는 면에 돋보기를 대고 본다. 하지만 연애에 대한 글들에서 수차례 썼듯이 사람들은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보는 횟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주일에 두 번 보고 매일 1시간씩 통화를 해도 상대와 일주일의 10%도 같이 지내지 않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상대도 얼마든지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줄 수 있고, 사람들은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면을 발견하고도 산수를 하듯이 '이건 마이너스 요소지만 이것, 저것, 저것이 플러스 요소이니까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면서 결혼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면 두 사람의 환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두 사람은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살면서 잠자는 시간을 빼도 하루에 최소한 2-3시간, 주말에는 온전히 24시간을 붙어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연애할 때 데이트는 두 사람이 좋은 것을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가급적이면 좋은 모습을 편집해서 보여주지만 결혼한 후에는 두 사람은 그런 시간보다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다. 그럴 때는 두 사람에게 무엇이 '좋은지'보다 '맞지 않고 불편한지'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고, 그런 요소들을 서로 맞추지 못하게 되면 두 사람은 일상이 불편하고 힘들게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럴 때, 연애할 때 반복적으로 거슬리고 불편했던 상대의 특정한 습관이나 경향성이 문제가 되고 두 사람 관계에서 상대에 대한 신뢰, 그리고 상대와 본인이 계속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런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조각들을 도저히 다시 붙일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으로 인해 이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결혼 전에 상대방에게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을까? 그건 어쩌면 상대가 본인에게 맞춰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신뢰는 상대가 준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교회 다니는 여자분들 중에는 결혼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남자 친구를 교회에 가고 세례를 받게 만드는 분들이 계신데, 그 과정에서 정말로 신앙이 생기는 남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결혼하고 나면 교회에 나가지 않기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세례까지 받았으니 교회에 다니겠지'라 생각하겠지만 남자는 반대로 '일단 결혼하고 보자. 결혼하고 나서 안 나간다고 크게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한 지 3-5년 혹은 그만큼도 되지 않아서 헤어지는 사람들은 이처럼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긴 부분이 결국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혼생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게 필요한 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상대방은 어떤 사람인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아닐까 싶다. 자신에 대해서는 본인이 한 선택을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본인과의 관계에서 보인 모습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성향 또는 경향을 보이는지, 지인들의 평가와 평판은 어떤 지를 살펴보면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과정과 시간을 거쳐서 결혼을 해도 두 사람은 서로의 예상하지 못한 면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결혼생활은 없고, 건강한 결혼생활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맞춰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내게 얼마만큼 맞춰줄 수 있는지 만큼이나 내가 상대방에 얼마나 맞춰줄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고, 상대방 와 내가 서로에게 최대한 맞춰주기 위한 노력을 같이 할 때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점진적으로 안정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상대가 본인에게 맞춰주고 있는 면을 발견하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점점 좋아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맞춰주던지 두 사람 모두 전혀 맞춰줄 생각이 없어서 문제가 생긴다.


누군가에게 '네가 거기까지는 맞춰야지!'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우린 모두 그릇이 다르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더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맞춰 주기기 힘든 사람이 있다.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일정 수준 이상 맞춰주기 힘들다고 해서 본인이 나쁜 사람도 아니고, 더 맞춰줄 수 있다고 더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그냥 우리는 가진 성향과 경향이 다를 뿐이다.


어떤 부부들은 본인들은 수년간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알만큼 안다면서 싸우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으면서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싸우거나 신혼 초기에 엄청나게 싸우더라. 그리고 상대방에 가졌던 나의 깊은 신뢰가 깨졌고, 내가 몇 년 동안 알았던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맞는 지를 신뢰할 수가 없다면서 수년간 연애하고도 수개월만에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겠다면서 헤어지더라.


연애를 아무리 오래 했어도, 모든 것이 완벽한 부부는 없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맞추고 조화롭게 만들 능력이 있는 부부는 있다. 따라서 우린 결혼하기 전에 최대한 본인과 상대방에 대해서 객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결혼한 후에도 두 사람이 모두, 함께 상대방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게 있고 새롭거나 조금 불편한 점을 발견할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


두 사람, 동시에 모두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그 부부는 이혼하거나, 이혼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


ps. 이 지점에서 '거 봐, 나는 충분히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니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본인이 정말 그랬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대와의 관계에서 본인이 상대방에게 맞춰 준 것의 목록을 써보고, 본인의 의견을 관철한 것의 목록을 써보자.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만약 본인이 정말 많은 것을 맞춰주고 있다면, 어떤 방향이든 그것은 본인 책임이고 본인 탓이다. 상대가 누구에게도 맞춰주지 못하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상대방을 선택한 것은 당신의 결정이었으니까. 그것의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으면 된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