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풍경 6화
본래 목차에는 이 글의 제목이 '이혼, 그 후'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많은 고민 끝에 제목을 바꿨다. 그 제목은 클릭을 유도하기는 좋지만 이혼은커녕 결혼도 아직 해보지 못한 내가 쓸 제목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쓰려하는 글의 내용에 맞는 제목을 선택했다.
이혼한 사람들이 이혼 후에 어떤 경험을 하는 지를 나는 정확히는 모른다. 꽤나 가까웠던 지인들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이혼했지만 그들이 내게 해 준 얘기들이 그들이 경험하는 모든 감정이나 상황이 아님을 안다. 이는 내가 힘든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 아무리 많은 얘기를 털어놔도, 그게 내 얘기의 전부는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들이 겉으로 얼마나 힘든 표시를 하지 않든지, 멀쩡한 척을 하는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모두 어느 정도 이상의 힘든 기간을 겪는단 것이다. 멀쩡하고 강해 보이는 지인도 진지하게, 오랫동안 결혼과 이혼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니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 사람도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그 과정에서 경험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경험할 것이다.
그런 고통은 때로는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스스로가 자신에게 향하는 화살도 꽤나 날카롭더라. 마치 본인이 실패한 것처럼, 본인이 뭔가 엄청난 실수를 한 것처럼, 자신을 갉아먹는 사람들을 봤다. 신중하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결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결정의 끝을 경험하는 경험이 쉬운 사람이 있을까? 본인이 외도를 해서 관계를 끝낸 사람이 아니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 어느 정도는 그런 경험을 한다.
어떤 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사는 게 그렇게 쉽나? 결국 본인이 나약해서 그런 거지 누구 탓을 하겠어?'라고도 하던데, 그렇다고 치자. 그 사람이 정말 나약해서 그런 거라고 치자. 그런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그 사람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리고 세상에 한계가 없는, 완벽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우린 모두 어딘가 부족하고 무엇인가에 약하다. 그 말을 던지는 그 사람도 무엇인가에 한계를 느끼고 포기하거나 무너지게 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누군가에게 쉽게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결혼생활은, 부부간의 일은 두 사람만 정확히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어떤 면을 중요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건강한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남자들은 그저 여전히 어리고 예쁜 여자, 여자들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남자를 찾는 문화가 여전히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그것도 아니면 그 반대로 어리고 잘생긴 남자를 찾는 여자들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여자를 찾는 남자들도 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고 스펙으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줄 세우며 여전히 결혼을 단순히 거래로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 그것을 뚫고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혼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은 경우 그런 식으로 사람에 대한 조건을 단순화해서 줄 세우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후 선택하는 문화의 영향을 받았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지인은 자신의 이혼에 대해 '실패'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데, 그게 그렇게 안타깝고 마음 아팠다. 본인은 실패라서 실패라고 하는데, 무엇인가를 실패로 여겨서는 힘이 안 들래야 안들 수가 없다. 이혼은 결혼생활의 실패가 아니라 상대와 결혼하기로 '선택'한 실수의 결과물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나는 실패했다'라고 생각하고 무너져 있거나 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하면 된다.
이혼한 지인들 중에서는 본인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민해서 선택한 결혼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여기게 되면서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이 가장 안타까웠다. 그들의 그런 트라우마는 본인이 상대를 믿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런 트라우마를 느낀 상대가 그 사람을 피하게 만들게도 하더라. 너무 좋은, 괜찮은 사람들이 그러는 모습을 보면 그게 안타까우면서도 이해가 되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수한 것이다. 실수는 다음 기회에 바로 잡으면 된다. 그리고 우린 누구나 인생에서 몇 번, 아니 몇십 번, 어쩌면 몇 백, 몇 천 번씩 실수하고 넘어진다. 다음 선택에서 실수하지 않으면, 그러면 된다.
꼭 재혼을 해야 한다거나 연애를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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