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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Oct 08. 2021

20대, 지금 집을 사지 않을 이유

*거룩한 얘기하거나 꼰대질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사회와 경제구조로 봤을 때 20년 후를 내다보면 최소한 20대는 서울.경기 외곽이나 지방에는 집을 사지 않는 게 맞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그 내용을 정리해 봤다. 


부동산이 난리다. 누구나 아는 얘기. 뻔한 얘기다. 30대와 40대 사이에 딱 걸쳐 있는 나도 집은 없다. 사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꽤나 오랫동안은 집을 살 형편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기에 집에 대한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놓은 상황이다. 그래서 아주 솔직히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는 것을 보고도 별로 힘들거나 속이 쓰리진 않았다. 그러기 전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거나 오르기 전 가격이라면 몇 년 안에 빚을 내서라도 살 수 있었으면 엄청 힘들었을 텐데, 5년 이내에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어차피 없어 보이니 별 느낌이 없었다. 서울 안에 있는 아파트를 꼭 갖고 싶단 생각도 없는 편이다 보니 더더욱 그랬다. 


다만, 이제는 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런 상황들이 우려되기 시작하긴 한다. 그리고 이젠 '내 집은 영원히 못 사겠구나'란 걱정보다는 '이러나 이 여파가 한 방에 와서 은행들이 싹 다 망해서 내 돈도 건지지 못하면 어쩌지'란 걱정이 더 크다. 아, 그건 또 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 정도가 되면 우리나라 전체가 망한 상태여서 진짜 부자들 외엔 모두 손가락을 빨고 있을 테니까...


지금의 부동산 광풍이 이해된다. 특히 결혼을 한 30-40대들이 어떻게든 일단 집을 사두고 보려는 심리는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꼭 집을 갖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일단 회사를 다니거나 일정 수준의 수입이 있어서 갚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지출을 하면서라도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집을 사놓을 필요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 나야 싱글에 부모님 소유의 집에 살고 있으니 이러고 있는 거고..... 


나도 사실 결혼까지 생각하면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지고, 요즘에는 그 복잡해지는 걸 어떻게든 돈을 벌 유인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30대 이상의 결혼 생각이 있거나 결혼한 사람들이 영 끌 해서 집을 사고 빚투하는 걸 이해하고, 공감하기도 한다. 나도 겁이 많고 소심하지만 않았으면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20대나 결혼 생각이 없는 30대들은 굳이 지금 집을 살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아니, 20대와 절대 결혼할 생각이 없는 30대는 지금 집을 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외가 있다면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자수성가해서 강남, 여의도, 용산, 잠실처럼 어떤 경우에도 수요가 항상 있을 지역에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 정도. 그런 사람들은 다른 지역이 아니라 서울 중심부에 집을 사놓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고? (비록 글의 중간까지 왔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우리나라의 인구는 20년 후에 지금보다 최소한 20% 이상 줄어있을 것이고, 그때 즈음이면 최근 몇 년간 영끌을 해서 부동산을 산 30-40대들은 50-60대가 되어 회사에서 퇴직하거나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서 급매물로 나오는 집이 서울 외곽과 경기도 지역과 작은 지자체들에 굉장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값이 5-10년 이내로 폭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인구구조와 경제규모를 고려했을 때 10-20년 후에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부터 시작해서 경기도, 서울 외곽까지는. 


이제부터 디테일하게 살펴보자.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83.3세다. 그렇다면 20년 후에는 지금의 60대 이상의 분들이 대부분 돌아가셨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2월 말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60대 이상인 분들은 1,200만 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5,100만 명에서 3,900만 명까지 줄어든단 의미다. 이에 대해서 '새로 태어나는 애들도 있지 않냐!'라고 할 텐데, 우리나라의 10대 미만 인구는 400만 명이 조금 안된다. 따라서 이 출생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800만 명을 더한다고 쳐도 우리나라 인구는 4,700만 명이 된다. 그런데 2020년 12월을 기준으로 10대 미만과 10대의 인구가 100만 명 차이가 나고, 10대와 20대는 무려 210만 명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20대 미만의 인구는 더 적을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더해서 만으로 20세가 안된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집을 직접 사는 연령계층이 아니어서 부동산 시장을 논하는 데 있어서 큰 변수는 아니다. 


어쨌든, 우리나라 인구는 20년 후에 상당히 줄어 있을 것이고, 지금의 부동산 소유자들 중 상당수가 50-60대 이상이라는 사실은 매물이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50대들 중 회사원과 일반 자영업자들도 20년 후에는 여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 집을 팔고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도 그런데 사실 더 큰 문제는 지금 영끌을 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30-40대 인구는 15백만 명 정도가 된다. 그중에서 지금 집을 소유한 사람들 중에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들, 특히 최근 몇 년간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20년 후에는 회사에서 퇴직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다. 퇴직을 하지 않았어도 지금보다는 경제능력이 떨어질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그런 사람들은 최대한 집값이 높을 때 팔아서 더 저렴한 집을 사서 여유자금을 마련하려 할 것인데, 그 시기도 비슷할 때 몰릴 확률이 높다. 한 연령대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집값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고, 집값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도 몇 년 후 은퇴를 위해 집을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으니까.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개인적으로 10년 이내에 그런 흐름이 나타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30-40대가 40-50대가 되어도 아직 그런 퇴직 러시가 일어나지지는 않을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출금은 갚아나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10-20년 후에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지금 우리나라, 특히 서울의 집값은 사람들의 수입 증가로 인한 게 아니라 영끌의 결과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지 않나? 


사실 정부에서 정책을 쓰지 않더라도 이젠 영끌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내 주위에 부부의 연간 수입이 연 2억이 넘는 사람들도 빚을 내도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그 정도 수입이 있는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 연령별 평균 연봉을 보면 가장 높은 45-49세도 5,100만 원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이는 회사원과 자영업자들 대부분은 맞벌이를 해도 연 수입이 2억 원이 될 수 없단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집값 난리 브루스는 빚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인 게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빚을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시점에 지금의 회사원들은 현실적으로 집을 시장에 던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영끌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고려했을 때 그 러시는 20년 안에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서 그런 흐름에 불안해서 집을 파는 사람들까지 생기면... 그때의 부동산 시장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경제상황도 끔찍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 선호되는 지역들은 견고할 것이다.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투자 또는 투기하는 사람들은 그럴수록 강남, 용산, 여의도, 잠실과 같은 지역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절대로 낮아질 수 없다. 우리나라에 부자도, 투기꾼들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 러시가 일어나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를지도 모른다. 다른 지역은 떨어지기 시작할 테니까. 


왜 서울 중심부만 얘기하냐고? 현실적으로 서울에 직장이 많고, 교육 인프라도 좋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시'를 유지하기 힘든 수준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자체들이 얼마나 많나? 지금도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50대 전후인 마을들이 수두룩 한 게 현실이다. 그런 지역에는 각종 인프라도 쉽게 들어서지 않기 때문에 서울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정도 후에는 서울 외곽, 경기지역에는 빈집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인구가 줄어들고, 그때도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살기 좋고 집값이 비싼 곳에 살 것이기 때문에. 임대업자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서울에도 수 백채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지만, 인구가 줄어서 서울 외곽에 임대업을 해봤자 수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부동산을 그들이 손에 쥐고 있을까? 차라리 서울 외곽의 집을 몇 채 팔아서 강남에 있는 집을 살 것이다. 그래서 서울 중심지역은 어떤 경우에도 집값이 내려갈 수가 없다. 그런데 그걸 잡겠다고......


20년 후에 20대가 몇 살인가? 지금 20대 후반이라고 해도 40대 후반 정도다. 만약 지금 영끌해서 집을 산다면? 지금의 20대는 그때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시기인데, 대출금보다 집값이 낮아져 있으면 그 사람은 돈을 모으기는커녕 노후 준비도 하기 힘들 정도로 빚을 갚기 위해 일해야 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만약 20년 동안 집을 사지 않고 열심히 투자하고, 모아서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면 최소한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지역에는 나쁘지 않은 집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대출만 끼면 살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집값이 올라가는 걸 보고 '돈 벌었다'라고 하지만, 정말 그게 돈을 번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을 2채 이상 가진 사람들은 돈을 번 게 맞다. 여분을 팔면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모든 지역의 집값이 올라가면, 이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공멸의 길로 가고 있는 것에 가깝다. 지금 집을 팔아서 다른 집을 사고 여유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없다면 집값이 오른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아니, 사실 [집값]이라는 게 허구에 가깝다. 집을 00억 원에 팔겠다는 [호가]와 실제로 거래된 [거래가]를 구분해야 하고, 언론들도 사실 호가가 아니라 거래가를 기준으로 보도를 해야 하는데 요즘에 얘기되는 [집값]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일까? [거래가]를 말하더라도, 한 두채 정도 거래된 건 사실 예외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게 곧 그 집의 집값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어떤 경우에라도... 이미 부동산 가격은 서울 중심부가 아니라면 사면 안 되는 수준에 이른 듯하다. 그리고 영끌해서 산 사람들은 남은 생을 빚만 갚으면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이런 계산을 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집값이 이렇게까지 미친 것처럼 오르진 않았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 불안한 마음에 영혼을 끌어모으다 보니 집값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치킨게임도 이런 치킨게임이... 


이 폭탄이 당장 몇 년 안에는 터지지 않겠지만 10-20년 후에는 터질 수밖에 없다. 연령별 인구와 수입구조를 보면. 그래서 그때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대한 걱정이......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대출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가 대출을 조이는 게 짜증 나긴 하고, 시장경제질서에 맞는 건가 싶긴 한데... 이미 상황이 최악이 되었고, 경제학에서는 다루지 않는 [인간의 불안감, 욕구와 욕망]이란 변수가 우리 사회에선 이미 최고조에 이른 상태여서 지금 대출을 풀어버리면 집값은 또 한 번 미친 듯이 오를 수밖에 없다. 더 큰 불안요소를 안으면서. 그건 최악의 결정이 될 텐데, 사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미 거의 최악의 상태여서... 이참...


내가 쥐고 있는 카드, 하고 있는 일들이 대박이 나도 나는 서울 중심부가 아니면 집을 살 생각이 없다. 서울 중심부가 아닌 지역에 지금 집을 사는 건 마치 마른나무를 하나 가득 짊어지고 활활 타는 불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차라리 서울 외곽의 주택을 사서 조금 숨 쉴 수 있는 삶을 선택하겠다. 어차피 프리랜서로 일하고 내겐 출퇴근이 필수는 아니니까. 


금수저이거나 이미 가진 게 많지 않은 이상 20대들은 정말로 이 영끌 전쟁에 참전하지 않기를 권하고 싶다. 전세 가격이 너무 올라서 그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차라리 월세를 조금 더 내면서 돈을 얼마만큼이라도 모으는 게 장기적인 안정에는 더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판에 뛰어들면 20년 후에 본인이 가진 자산보다 많은 빚을 갚으면서 후회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차라리 끌어모을 거라면 끝까지 끌어모아서 서울 중심부로 가던지, 정 불안하다면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지만 떨어질 것 같지도 않은 적당한 집을 찾아서 그 집으로 돈 벌 기대는 하지 말고 그 집에서 살기로 마음먹는 게 지혜로울 것이다.  


20년 후의 서울은,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 60대 이상인 분들은 자식들이 있어 용돈이라도 받을 수 있지, 지금의 30-40대는 애도 거의 낳지 않아서 그것도 불가능할 텐데 20년 후에 부동산 가격까지 폭락한다면... 지금의 30-40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국민연금도 지금 받으시는 분들만큼 받지 못할 확률이 높을 텐데...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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