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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Dec 11. 2021

브런치에선 내년까지만 쓰기로 했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 결과 발표가 다음 주 수요일이다. 최근 몇 번의 브런치 북 프로젝트 수상자들의 후기와 내가 은상을 받았을 때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미 수상자들에게 연락이 갔을 것이다. 나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섭섭하거나 아쉽지는 않다. 사실은 이번에 발행한 브런치 북들을 응모하면서 '야... 수상할만한 시리즈가 없네... 난 1년간 뭐를 쓴 거지...' 싶었기 때문이다. 4년 반이 조금 넘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방식이 바뀌기 전에 한 번 수상도 해보고 매년 어떤 브런치 북이 수상하는 지를 보면서 대충 어떤 부류의 글들이 수상하는지에 대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응모하면서도 안될 것이라 예상했다.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게 다시 한번 현실로 돌아오니, 그리고 브런치 북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출판사들에서 연락을 해서 책을 내는 사람들을 보니 생각이 조금 많아졌다. 내가 쓰는 글들이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책으로 내서 팔릴 글은 아닌가 보다... 싶더라. 그런 생각이 드니 사실은 써야 할, 현실적으로 쓸 필요가 있는 글들이 있을 때도 마음을 따라 브런치에서 먼저 쓰고는 했는데 이제는 조금 현실도 생각하고, 브런치에서 글 쓰기를 접어야 하는 건 아닌지, 현실적으로 써야 할 글을 쓰는 게 맞는 게 아닌지에 대한 생각들이 들었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책을 내는 게 목표는 아니다. 박사학위 논문이 책으로 나오기도 했고, 브런치에서 쓴 글로 제안을 받아서 팟빵에 오디오북도 냈지만 그런 경험을 해보니 굳이 실물로 책이 나와야 하나 싶기도 하더라. 책이 나온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중요한 건 내 글이 읽히고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문제는 글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글 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관종끼가 있다. 그중에서 나는 나라는 개인이 알려지는 게 아니라 내 생각과 시선이 주목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관종이다. 나는 개인으로서 나는 알려지지 않고 내 생각과 시선만 알려졌으면 하는 모순된 욕구와 욕망이 있는 이상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스펙이나 이력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싶지도 않다. 그걸 공유하면 모든 게 조금씩 더 수월해지는 것을 알지만 내 생각과 시선은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해석되었으면 해서. 


그런데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으니 글을 쓰는데 에너지를 쏟는 게 조금은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현실의 무게는 가볍지 않아서 논문과 대본 작업도 해야 하는데 이 공간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맞는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사실 그러면서 지난 몇 달간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패턴이 무너졌었다. 그리고 나도 사람인지라 눈에 보이는 성취가 없으니 조금은 지치게 되더라. 


오랜 고민 끝에 일단은 내년을 마지막으로 이 공간에서의 글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기획해 놓은 시리즈들을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나서도 이 공간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쿨하게 브런치를 떠나기로 했다. 사실 유튜브 채널을 연 것도 그러한 생각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갖게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글은 읽지 않지만 영상은 보는 만큼 내가 글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들을 영상에 말로 담아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많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말 그렇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년에 브런치에서 내가 쓴 글들이 어떤 형태로든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면 이 생각은 충분히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일단은 나를, 내 인생을 위해서, 현실을 고려해서 에너지를 분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사실은 그냥 지금 접어버리는 것도 고려했었는데 기획해 놓은 쓰고 싶은 글들이 아직 있다 보니 그 시리즈들은 마무리하고 접거나 생각해 보기로 했다. 


글을 써서 뭐를 해보겠다거나 뭐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지금도 구체적인 그런 것은 없는데, 정말 마음이 가고 쓰고 싶으면 썼는데 조금은 덜 순수해지고 현실적이 된 느낌이어서 이런 변화들이 싫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런 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솔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걸 인정하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글 대신 말로 유튜브에서 풀어내 보기로 했다. 


2022년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정말 좋은 글을 잘 쓰기로 다짐했다. 그래야 내년에 브런치를 정리할 때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테니까. 


ps. 4년 넘게 제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Like를 꾸준히 눌러주시는 분들은 아이디를 기억하는 분들도 있고, 그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2년 정도 글을 썼을 때 제 채널을 구독해 주신 분들 중에 독서모임을 함께 하실 분들을 모아서 독서모임을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중단이 되었었는데 그 경험이 민망하면서도 신기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유튜브 채널에 모셔서 제 글과 저에 대한 생각들을 편히 공유해 주실 분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신청은 이 링크(클릭)로 해주시면 제가 주 1회 정도 확인을 하니 확인하는 대로 회신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촬영 장소는 성수역 근처에 있는 제 공유사무실이 될 예정이고, 채널이 안정되지 않아 출연료는 드리지 못하지만 소정의 선물이나 밥 한 끼를 사겠습니다. 이 내용을 별도의 글로 쓸까... 하다가 민망하고 쑥스러워서 이 글의 추신으로 내용을 쓰게 됐습니다. 마음이 허락하시면 언제든지 편히 연락 부탁드립니다 :) 말씀하고 싶으신 주제가 있으면 그 내용도 같이 신청해주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유튜브 링크(클릭)에 있는 저와 홍대표가 대화하는 형식이 될 예정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1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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