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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Jun 18. 2022

다시 글을 쓰려합니다

실질적으로 한 달 조금 넘게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글을 하나 쓰고 발행했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 안에 제가 글을 쓰지 않고, 아니 못하고 있었던 모습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발행 취소를 했죠. 


시발점은 제가 운동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한 시점이었어요. 제 지인이 마치 지인이 아닌척하면서 계속 댓글을 달았고, 그 과정에서 제 기준에는 비판을 넘어선 비난으로 받아들여지는 말들을 댓글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내용들이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박혀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더라고요. 보통 스스로도 그 말 전부는 아니어도, 그중 일부는 사실임을 저도 아는 경우에 그러는 것을 알다 보니 계속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어요. 


브런치에서 글을 계속 써온 5년 넘는 시간을 돌아봤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글을, 어떻게 쓰고 있었는지. 그 친구가 제게 쏟아낸 방법이나 수단은 지금도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저를 위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있는 본질적인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요. 어느 정도 자아도취가 되어서, 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절대 옅지 않고, 아니 때로는 굉장히 짙게 배어있단 것을 제 글들을 보며 깨달았어요. 반성하고, 반성했습니다. 


제가 굉장히 글을 좋아했던 분이 브런치에 있어요.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면서도 이성적인 부분을 적절히 가미하면서 인사이트 있는 글들을 쓰시더라고요. 글에 반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분의 글 안에는 자신만 부각되고, 글이 글 다워지지 못할 뿐 아니라 본인의 사업과 현실의 필요가 결합되면서 그 아름다웠던 글들이 매력을 잃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이 분 왜 글을 이렇게 쓰시지?' 싶었는데, 지난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제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돌아보니 그분은 조금 더 드러내 놓고 그렇게 하셨고, 저는 아닌 척하면서 그러고 있었단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더 어리석고, 나쁜 놈인 거죠. 


한 때는 저도 그렇게 센티하고, 감성적이고 사람들이 읽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욕구와 욕망을 이 공간에서도 꽤나 자주 표현했었죠. 


한 달 넘게 브런치에서 글을 쉬고 있는 동안 깨닫고, 받아들인 건 저는 그런 글을 쓰는 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거예요. 물론, 제 글에서 그런 지점들이 읽혀질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센티하고 감성적이게 만드는 글보다는 조금은 차가우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쓰는 글들을 가장 잘 쓰고, 그게 가장 저답다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제게 지난 한 달여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올해 안에는 무조건 브런치에서 글을 그만 쓰겠다고 선언(?) 한 것도 얼마나 우스운 행동이었는지도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어요. 소재가 떨어지면 그만 쓰면 되는 거지, 뭘 또 그렇게 비장하게 글을 쓰나. 글이란 것은 원래 그냥 쓰는 것인데,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냥 글을 썼는데 나는 내 글로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는 책을 내고 작가라는 호칭을 갖고 싶어서 아등바등거리는 사람들과 내가 과연 얼마나 다른가...라는 생각을 하며 반성하고, 반성했습니다. 


지금까지 써온 시리즈와 글들을 발행 취소하진 않을 거예요. 그것도 제 모습이고, 제가 언제 다시 그 모드(?)로 전환할지 모르며, 그럴 때면 제가 자아가 과잉한 상태에서 쓴 글들이 있어야 그때를 돌아보면서 다시 제 자신을 돌려놓을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몇몇 시리즈는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ETC]로 옮겨놓고 처음부터 다시 한 땀 한 땀 쓸 생각이에요.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은 부분들이 있는 시리즈가 좀... 많아서요...


예전처럼 하루에 한 개나 일주일에 최소 2-3개를 쓰진 못할 확률이 높아요. 그렇게 쓰는 주도 있겠지만, 그런 목표를 놓고 기계처럼 쓰진 않기로 했어요. 이건 나답게 쓴 글이다, 자아가 과잉되지는 않은 것 같다 싶은 글들만 발행할 예정이고, 그런 글을 얼마나 자주, 많이 쓸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생업이 있고, 생업이 결국은 다 글로 하는 것이다 보니 하루에 생각할 수 있는 양도, 글을 쓸 수 있는 양도 보통 제한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한 땀 한 땀. 배설하듯이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글을 돌아보고 다듬으면서 발행하는 게 맞다고. 앞으로는 그렇게 써 나가보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최소한 한 개는 쓰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그게 절 위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열심히가 아니라 [잘] 써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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