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by Simon de Cyrene

한국말로 하는 개인 유튜브를 작년 말에 오픈하고, 영어로 과거에 했던 것을 재개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지난 3년 간 다양한 형태로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고 올렸던 경험에 의하면 유튜브는 잘 되기보다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싶어서 유튜브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는 것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그렇다면 나는 왜 유튜브를 하려는 거지?'가 정당화되기 힘들었다.


사실 내가 유튜브를 하고 싶은 이유는 글을 쓰는 이유와 비슷하다. 내 생각을 어딘가에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유명해지기 싫은 이상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시대, 그중에서도 특히나 우리나라는 의미 있는 말보다는 유명한 사람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내 생각과 글이 읽히고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유명해져야 하는데, 그렇게 유명세를 쫓거나 그런 바람에 휩쓸리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본질적인 것을 잃는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유튜브를 여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고, 유튜브를 연 후에도 고민이 많았다. 일부로 유명해지지 않고, 내 글과 생각보다 내가 앞에 서고 싶지 않아서 유튜브는 편집도 엉기성기, 흑백으로 해서 만드는데, 그렇게 해도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데 그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게 아깝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 이유를 찾지 못해서 12월과 1월은 꽤나 힘들게, 많은 고민을 하며 보냈다.


그러다 구정 연휴에 가족여행을 갔다. 그리고 가족여행의 기록들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건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여행을 다니면 비디오카메라로 부모님이 기록을 남기던 게 기억이 났고, 부모님과 여행을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모르니까 기록을 최대한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영상을 찍었고, 다녀온 후에 여러 가지로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보니 아직 들여다보지도 못했지만 가볍게 편집을 해서 가족 카톡방에 공유할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예전에 제주를 찾았던 사진들을 '구글 포토'를 통해서 찾아봤다. 안드로이드를 쓰다 애플 체제로 넘어왔다 보니 과거의 사진까지 보기 위해 구글 포토도 쓰고 구글 드라이브도 매년 결제하면서 쓰고 있는데... 꽤 오랜만에 지난 몇 년간의 제주를 찾았던 사진들을 봤다. 사진들이 자동으로 시기별로 저장되다 보니 언제 제주를 찾았고, 그때 어디를 다녔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고, 여러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그때 문득, 두 유튜브 채널 모두를 기록을 위해서 운영하고 유지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나는 이미 어느 정도는 그렇게 하고 있었더라. 한국어로 말하는 채널에서는 사실 얼마 전부터 지인들을 초대해서 그들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영상과 그들이 하는 일과 고민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었다. 그게 결국은 나에 대한, 그리고 지인에 대한 기록이 아닌가? 그리고 영어로 했던 채널은... 예전에는 솔직히 띄우고 싶고 잘 나가는 채널을 만들고 싶어서 기획을 한 것이었는데 문득, 내가 사는 시대의 서울을 기록하는 영상을 영어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있겠다 싶더라. 그리고 그런 컨셉이라면 내가 사는 서울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컨셉과 다르게 진짜 '나의 서울'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한국어로 말하는 채널에도 영상을 만들면 되겠더라. 이런 걸 '원 소스 멀티 유즈'라고...


기록하기로 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쓴 것도 사실 그 나이대의 나를 기록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계속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그러면 브런치에서도 올해가 지나도 계속 써야 하나...'라는 이유? 핑계? 도 생기고...


기록의 힘은 꽤나 크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기록은 추억이 되고, 그런 일상들의 기록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 삶과 나 자신을 꽤나 정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객관적으로 기록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모든 기록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주관성이 그 기록을 남긴 사람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주니까.


그 기록을 멀리, 길게 남기는 것에 대한 생각은 최소한 아직은 없다. 굳이 내가 죽은 이후를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은 이후에 대해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분명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가 남긴 기록들을 돌아보고, 그 기록들을 통해 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가장 최근에 함께 촬영을 했던 형이 어제저녁에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있던 중에 혼술을 하며 나와 찍었던 영상을 보니 위로가 되었단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같이 촬영해 준 게 고맙다고. 자신이 걸어오고 있는 길에 대한 얘기였는데,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그 영상이 자신이 왜 지금 가는 길을 가고 있는 지를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게 해 준 듯했다. 그 얘기를 들은 순간, 내가 하는 이 기록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단 생각이 드니 '아... 이건 의미가 있는 작업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작업이 충분히 의미가 있고, 그래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여기에서 조금 부탁을 드리려고 해요 :) 혹시나 제 글을 꾸준히, 많이 읽어 오신 분 중에 마음이 동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 유튜브 촬영에 초대를 하려고 합니다. 이 채널은 아마도 크지 못할 것이고, 유명해지지도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문득 제 글을 꾸준히, 많이 읽어 오신 분들이 생각하는, 그분들이 보는 저는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어떤 분들이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지도 궁금했고요. 그리고 그런 기록을 남기는 게, 2022년의 '나'의 모습과 생각을 기록해 놓는 게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고, 그런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채널 구독자도 매우, 극히 적고 제가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라 출연료는 드리지 못하고,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 한 끼는 사도록 하겠습니다 :) 신청을 해주신다고 해서 무조건 받지는 않을 거예요. 영상 숫자를 늘리고, 어떻게 해서든 채널을 키워보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겠지만, 제 입장에서도 얼굴 한 번 뵌 적 없는 분을 초대해서 영상을 찍고 밥을 같이 먹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어서 제가 아이디를 기억하는 분들과 촬영에 참여하시고 싶은 이유가 분명한 분들만 함께 촬영을 해볼까 합니다. 촬영 장소는 성수역 인근에 있는 제가 쓰는 공유사무실이고, 평일과 주말 모두 가능합니다.

한 분도 신청을 안 해 주실 수 있지만, 안되면 말고라는 마음으로 써 보아요. 이 채널(링크)에 올라가 있는 영상들을 참조하시면 될 듯하고, 신청은 이 링크(클릭)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