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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Feb 28. 2022

10대들의 사랑이 진짜일지도 몰라

40까지 연애하며 알게 된 것들. 3화

'그게 무슨 사랑이야! 그 나이에 무슨 사랑을 아냐!'


다양한 자리에서 사람들이 꽤나 자주 하는 말이다. 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초중고 때의 사랑은 풋사랑일 뿐이고, 뭘 모를 때의 마음이라고. 지금은 다르냐고? 다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번 진지하게 묻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당신의 첫사랑은 누구인가? 당신은 언제 첫사랑을 했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연인이 된 관계 말고, 당신이 누군가를 좋아했던, 호감을 가졌던 마음만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당신이 처음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을 떠올렸다면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자. 당신은 왜 그 사람이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나? 그 사람을 무엇 때문에 사랑했나? 그 사랑하는 마음을 접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정도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하다 보면 사람들은 보통 '내가 정말 그 사람을 사랑했나?'라는 생각이 한 번쯤은 들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는 질문도 있다. '사랑이 뭐지?'


그렇다. 사람들은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첫사랑을 첫사랑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단순히 어렸을  느꼈던 감정이라고 해서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폄하한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본인은 사랑이 뭔지를 아는 사람처럼. 만약 본인이 사랑을 안다고 생각한다면 사랑을  마디로, 압축적으로 설명해 보는 것을 시도해 보길 바란다. 우리는 뭔가를 정말 알면 그것을 압축시켜서, 핵심만, 간결하게 설명할  있게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상대를 보고 설레이면? 그렇다면 연예인을 보고 설레이는 것도 사랑일까? 길을 가다 잘생긴, 예쁜, 섹시한 이성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사랑인가? 아니다. 그건 인간의 생물학적인 욕구와 욕정의 발현이지 그게 곧 사랑일 수는 없다. 상대를 갖고 싶어지면 그게 사랑일까? 아니다. 그건 상대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욕구이지 그게 사랑은 아니다.


그런 감정들을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고, 그게 착각이 아니라 그게 곧 사랑이라고 규정지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 번 물어보자. 그 감정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오로지 외적인 매력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마음은 시간이 지나서 익숙해지면, 스킨십을 하고 나면, 잠자리를 하고 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그 부분이 잘 맞는다고 느껴지면 스킨십이나 잠자리를 하는 시간 외에는 상대를 보고 싶지도 않은 경우도 있다. 그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를 갖고 싶단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일단은 외적인 매력이 그런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외적으로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마음이 전혀 없었다가도 생기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 상대의 재력, 능력, 스펙 같은 요소들. 상대에게 어떤 마음도 들지 않았는데 그런 요소들을 알게 된 이후에 상대에 대한 마음이 생겼다면 그건 상대를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대의 재력, 능력, 스펙을 사랑하는 것일까? 후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게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상대의 재력, 능력, 스펙을 내가 소유함으로써 그것들 위에 무임승차하려는 마음은 아닐까?


사람들이 '풋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하는 건 대부분 '머리와 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은 사랑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그런 것을 안 다음에 본인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면 머리로 '계산이 서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다른 것들을 사랑하는 것일까? 머리까지 쓰고 있다면, 당신이 상대를 사랑하는 이유를 그런 마음이 든 순간부터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나열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 번 물어보자. 당신이 상대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는 '현실적인' 지점들. 그 사람에게서 분리해 낼 수 있는 스펙, 돈, 능력이 없어도 당신은 상대를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나? 그런 것들을 배제한 상대의 매력은, 당신이 상대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사람 내면의, 본질의 것들 중에 끌리는 부분들이 뭐가 있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상대의 재력, 스펙, 능력을, 어떤 이들의 경우 무조건 '어리고 성적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을 우선순위에서 가장 높게 두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런 요소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만' 찾아서 그것에 맞춘 사람을 찾는 건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차피 결혼과 연애는 '거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만약 본인이 상대에게 거래의 대상이 되는 물건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진 않겠다. 다만, 그렇다면 상대가 본인을 사람이 아니라 물건으로 취급해도 그에 대한 불평불만을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오로지 상대의 돈'만' 보고 결혼을 했다면, 상대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자거나 당신과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불평을 할 자격이 없다. 당신은 자신을 상대의 돈과 맞바꾼 것이기 때문에. 상대의 나이와 성적 매력'만' 보고 관계를 형성했어도 마찬가지. 그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상대를 선택했다면, 다른 요소들에서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 불평하면 안 되지 않을까?


그렇게 머리로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계산해서 상대를 선택한 관계가 필연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렇게 선택하는 사람은 상대의 다른 것들도 자신의 틀에 맞춰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물건이 아니고 인격과 감정을 갖고 있기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물건처럼 보고, 다루기를 원하면 그 관계는 틀어지고 망가질 수밖에 없다.


순수할 때 느끼는 호감과 설레임은 다르다. 사람들은 '요즘 10대들은 다르다'라고 하지만, 40대가 되어오는 과정에서 봤던 사람들의 모습에 비하면 10대들의 사랑은 여전히 순수하다. 그렇지 않은 10대들은 많은 경우 그 부모들로 인해 괴물이 되는 것이지 그 아이들이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그렇게 보이는 10대들도 사실은 따뜻하게 다가가서 차분하게 대화를 해보면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지 속에는 여전히 순수함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10대들은 자신이 상대를 왜 좋아하는지를 지식적으로, 이성으로는 모르면서 좋아한다. 상대의 호감, 작은 말 한마디에 감정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면서 자신의 것을 주고 싶어 하고, 상대를 품고 싶어 한다. 상대와 함께 기뻐하고, 아파하며 때로는 상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기도 한다. 머리보다는 본능적으로, 감정이 흐르는 대로.


나는 사랑을 '상대를 나 자신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내 것을 희생해서라도 상대의 것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 상대의 그런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나 역시 상대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 그런 상황이 안될 때는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마음, 크고 거창한 것을 주고받지 않아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상대가 기쁘면 나도 함께 기쁘고, 아프면 함께 아픈 마음이 생기면 두 사람이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10대들의 사랑이 더 '진짜 사랑'에 가까울까? 아니면 '지식적으로 많은 것을 알고 계산하는 어른들의 사랑'이 더 사랑에 가까울까?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2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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