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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30. 2022

20대에 연애와 사랑할 이유

40까지 연애하며 알게 된 것들. 8화

20대에는 무조건 연애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브런치에서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던 30대 중반에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20대에는 무조건 연애를 많이 해야 한다는 글도 쓴 적이 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져서 비공개로 돌렸지만...


내가 20대에 연애를 많이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20대 초반에 한 번, 중후반에 한 번. 나의 20대에는 연애가 그렇게 두 번 밖에 없었고, 직전 글에서 밝혔듯이 20대를 그렇게 보낸 것을 후회했다. 지금도 후회한다. 그걸 후회했던 가장 큰 이유는 30대 중반에야 들어서 20대 후반에 만났던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조금 더 많은 연애를 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 더 잘 알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사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나의 20대의 연애를 후회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나의 20대의 연애를 후회하는 건 변함이 없지만 20대에 무조건 연애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어렸을 때의 연애가 그 이후의 연애와 결혼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정도는 30대에도 알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가능하면 이전 연애를 하면서 좋았던 면은 가지고 있지만 나빴던 것은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 정도는 일찍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어렸을 때 받은 상처가 그 사람의 그 후의 연애를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에는 연애를 많이 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해서 다 연애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알게 되는 것들만으로도 연애를 하기 위한 노력은 20대에 반드시 해야만 한다. 그런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차는 있지만 이성이 정말 싫어하는 것과 이성의 사고체계, 언어를 알 수 있게 되고, 그런 경험을 통해서 상대에게 적당히 맞출 줄 알게 된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까지는 너무 능숙한 사람은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대부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알 건 알아야' 연애를 이어갈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20대에 그런 것을 모른다면 30대에는 그런 것을 알게 될 기회가 거의 없어진다는 의미다. 20대가 아니면 그런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20대에 연애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는 그래야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연애를 할 때 본인에게 어떤 게 중요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연애를 해보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연애와 사랑과 결혼에 있어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30대에는, 특히 30대 중반을 넘어선 사람들은 대부분이 본인이 자신을 안다는 확신으로 인해 생각이 굳어서 연애와 이별의 과정에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깨닫기보다는 무조건 상대가 본인과 맞지 않는다고 여겨버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더라. 그건 아마도 30대에는 20대 때보다 연애 외적인 영역에서 신경 쓰고 고민할 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와 사랑에 있어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20대에 연애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20대에 연애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20대에 경험과 데이터가 쌓여야 [좋은 사람], 정확히는 '자신과 잘 맞춰가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치 연애나 결혼하기에 좋은 상대가 정해진 것처럼, 모범답안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모를 보는 기준도, 본인이 맞추며 지낼 수 있는 성격도, 품어줄 수 있는 상대의 단점도 달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과 잘 맞추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알아볼 수 있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러기 위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다. 20대는 그런 시행착오를 마음껏 겪어도 되는 거의 유일한 시기다. 


이처럼 본인이 맞추면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피해야 할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 있냐고? 있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사람, 타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절대로 만나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들은 관계나 상대가 자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적이 되거나 상대를 가스라이팅 해서 자신의 도구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관계는 한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그런 사람들은 처음에는 상대에게 맞춰주는 척, 상대를 위해주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조금씩 상대에게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상대들은 개구리가 천천히 끓는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듯이 그들의 폭력적인 말과 행동에 적응하고 그게 전부라고, 아니면 그들이 원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데 한 번씩만 그러는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보고 피해야만 한다. 이는 그런 사람들은 사랑을 하거나 관계를 형성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이용하고, 상대를 통해 자신의 필요,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과 '연인'이라는 틀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경험으로 인해 모든 연애에 회의적이 되거나 이성에 대해 일방적인 적대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망가진 사람들 중 상당수는 진짜 사랑을 평생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이 말하는 '연애'를 하더라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면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그들이 경험한 연애는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20대에 연애를 하기 위한 '노력'은 많이 할 필요는 있지만 '연애'를 무조건 많이 해보는 게 능사가 아니란 것은 20대에 이와 같은 '폭력적인 관계'를 경험하고 나면 그 사람의 평생이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대에 대화나 정서적 교감보다는 육체적 관계만 강요하는 관계나 상대를 자신의 지갑처럼 이용하며 그런 것들을 '사랑'으로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은 그 굴레에서 벗어난 후에도 제대로 된, 진짜 연애와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이는 그걸 경험을 하면 '이성'을 집단으로 분류해 버리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20대의 연애는 신중해야 한다. '결혼한 사람을 고르기 위해서' 신중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로 서로를 알아가고, 연애를 해야 한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가 나를 배려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듯 보였던 것이 사실은 자신의 욕구, 욕망,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던 게 분명하게 드러나면 이별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 이는 그래야 자신이 그런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고, 상처를 덜 받고 다음 만남을 조금 더 나은 사람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는 눈도, 본인을 알게 되는 것도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어있다. 


20대의 연애는 이처럼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이성으로 끝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이 여전히 상대를 향해도 약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자신이 다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하면 사람들은 '상대의 조건을 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상대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상대가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과 패턴으로 보고 판단하고, 상대가 맞춰가고 타협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성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단 것이다. 이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런 관계는 언젠가는 끝나거나 본인을 망가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이성적으로 계산하고 따지고 지켜보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연애는, 사랑은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연애는 직접 경험해 봐야만 한다. 세상이 교과서처럼 돌아가지 않듯이, 책으로 배운 연애가 현실에서 먹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상대를 마음으로 좋아하는, 사랑하는 습관을 들이고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20대의 연애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20대에 그래 봐야 30대가 되어도 마음으로 연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연애하고 사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놀랍게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더라. 자신 안에 드는 감정이 상대를 좋아하는 것인지, 호감만 있는 것인지를 몰라서, 심지어 때로는 그런 마음을 '불편함'으로 표현하기도 하더라. 우리는 감정도 직접 경험해 본 것만을 알기에 20대까지는 열심히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 


더 잘 연애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함께 그러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만날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20대에도 열심히 연애하고, 이별해보기도 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처음부터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20대에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은 사람들은 30대가 되어도 사랑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 사람들은 현실의 무게 때문에라도 30대에는 그런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킬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0대에만 할 수 있는 연애와 사랑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2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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