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by Simon de Cyrene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너무,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일까?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어른이 되어서 이걸 하고 싶고, 이렇게 살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른이 되기 전에도, 또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신기해하는 편이다. 나는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른'으로 분류되기 전에 단 한 번도 어른이 되는 상상을 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주민등록 상으로 어른인 '성인'이 되어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성년자'를 벗어난 후에는 혼란스러웠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사람들은 왜 어제까지는 나를 애처럼 취급하다가 오늘은 성인이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많은 것들이 그렇다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더 잘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엔 그런 기준이 너무 인위적으로 느껴져서 싫었다. 성년의 날이라고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웃기다는 생각뿐... 딱히 챙기고 싶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어쩔 수 없이 어른으로 분류되는, 심지어 외모만 보고도 나를 어른이라 취급하여 술집에서 주민등록증 검사도 하지 않는 수준의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어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이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난 중학교 때 7살 어린 동생 손을 잡고 가다 '아들 참 귀엽다'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원숙미를 중학생 때부터 자랑했기 때문에...


아무튼.


내가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나보다 더 어른인 어른'들이었다. 어른이라고 하는데 내 또래나 아이로 분류되어 있는 사람들보다도 더 어른답지 못한 사람들을 보며 진지하게 '어른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사실 정치판에서 오가는 대화만 자세히 봐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진짜 어른들이라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거짓말과 권모술수를 그렇게 부릴 수 있을까?


'어른'에 대한 이야기들 중 가장 공감을 했던 건 기안 84의 [회춘]이란 웹툰이었다. 모두 어느 정도 나이에 이르면 물리적으로, 신체적으로도 젊어지기 시작하는, 아니 어려지기 시작하는 이야기. 나는 [회춘]은 나이가 들수록 다시 애가 되어간다는 말을 현실화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그려낸, 개인적으로 꽤나 딥한 요소들이 많은 좋은 웹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웹툰이 '어른들은 왜 나이가 들수록 애 같아질까?'라는 질문에 답을 준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나이가 들수록 [애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대부분 애초에 어른이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번도 성숙해지고, 정서적으로 어른이 된 적이 없는데 사회는 어른처럼 행동하기를 요구하니 그렇게 행동을 하다가 기력이 떨어져 사회적 요구에 맞춰 행동할 힘이 남아있지 않게 되면 자신이 성인이 된 이후 억누르고 살았던 본인의 진짜 모습, 미숙하고 유치한 모습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숙해지는 것, 정서적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마도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일 줄 알며, 나와 다른 사람이 다르게 되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존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반면에 미성숙하고 여전히 아이인 사람은 자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서라도 그것을 차지하려고 하는,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실패를 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과 실망을 하면서 현실을 '이성적으로' 알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모든 형태의 실패는 곧 인생의 실패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될 수 없는 것처럼 가르친다. 그리고 '너도 할 수 있어'를 외치며 더 욕망하고 욕구하기만 할 것을 강요한다. 우리 사회에 진짜 어른이 드문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만 어른이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이는 주위를 보면 그런 진짜 어른들의 노년이 아름답고 성숙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진짜 어른들을 닮고 싶은데, 지금 내 모습을 돌아보면 여전히 미숙한 면들이 있지만 그래도 5년, 10년 전보다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듯해서 다행이고, 돌이켜보면 나를 그렇게 만든 것들은 결국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경험들이었음을 발견하며 그 시간들을 감사하게 된다.


이 세상과 작별할 때는 그 이별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어른이고 싶다. 내 궁극적인 꿈과 목표, 어쩌면 가장 큰 꿈과 목표는 진짜 어른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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