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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Oct 13. 2022

5년반 동안 ‘사랑'에 대한 글을 써온 진짜 이유들

5년 반 동안 써온 주제에 마침표를 찍어서일까요? 아니면 밀려드는 일들이 쌓이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을까요? 한동안 글이 안 잡히고 생각이 많았어요. 그리고 이제는 아직 잉크가 마르지는 않은, 결혼을 하고 아이도 생긴다면 쉼표로 바뀔 수 있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지금까지 나누지 않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가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건, 5년 반 동안 수차례 밝혔듯이 스킨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콘텐츠와 글들이 너무 그 문제를 가볍게, 한 방향에서만 다루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게 결정적이었어요. 하지만 하루, 하루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글을 쓰고 그 파편들에 대한 고민을 하며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쌓이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더 진지해지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저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었다 보니 공부하는 마인드로 그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기도 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들이 쌓이는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왜 사는 거지?'라는 고민도 병행하고 있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고, 의미가 부여되는 일을 해야 행복한 사람이에요. 좋은 회사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나온 것도, 여러 경험을 하면서 돌고 돈 것도 일이 좋아야 행복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커리어와 일적으로 제 미래를 그려보다 보니 그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 끝에는 뭐가 있는데?'


힘든 시기를 보냈고,  과정에서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고민을 어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도 있었고, 죽으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을 해보기도 고요. 눈에 보이는, 함께 일했거나 공부했던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결혼해서 가정도 꾸리는 모습을 보고  소식을 들으니  상황이  비참하게 느껴지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워낙 일을 중시하고, 경쟁적인 사람이어서, 20대까지 원하는 목표는 항상 이뤘는데, 30대에는 좌절만 경험하다 보니 그런  아닌가 싶어요.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부정적인 지점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떻게 하면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로 생각이 전환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 고민 끝에 세운 일적인 목표도 있어요. 그런데 목표를 세운 후에 허탈감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렇게 된다고 해도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인데, 내가 명예를 얻고 성공을 한다고 해도 죽으면 끝인데, 그리고 난 언젠가 죽을 텐데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사는 게 맞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과정에서 행복해야 한다'였어요. 그런데 일이란 것은 성취감은 있을 수 있지만 과정이 항상 행복할 수는 없죠. 그때부터 '과정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라는 고민을 했고, 그 고민과 브런치에서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시리즈를 쓰는 작업이 병행됐어요. 서른에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었는데 이미 늦어진 상태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고민을 병행하면서 초점은 '과정' 맞춰지게 되었고, 지속 가능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분석을 했어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에도 지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운동도 좋아하고 취미가 없는 편은 아니지만 거기에서 비롯되는 재미와 즐거움도 영원하지못하다는  경험적으로 알다 보니 결국은 '사랑'으로 결론이 지어지더라고요.


사실  과정에서 저의 종교적인 믿음도 , 많이 정리가 됐어요. 소위 말하는 모태신앙을 가지고 살았고, 교회를 떠난 적은 없지만 항상 의심하고 다른 종교도 들여다봤던 전적(?) 있다 보니 진짜 성경이 말하는  무엇인지,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신  개신교의 핵심이어야 하는 지를 고민하게 되더군요.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성경을 미시적으로 보면서 이런저런 주장을 하지만 성경이 '진리'라면, 신이 인간을 정말  안다면 인간은 대부분 그렇게 성경을 파지 않게 된단 것도  텐데, 그렇다면 진리는 단순해야 하고 성경은 현실과도 밀접하게 닿아있는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걸 어디에서, 어떻게 도출해야 할지가 잡히지 않더군요. 제가 출석하는 교회가 성경 읽는 것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  고민도 병행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결론도 '사랑'이었어요.


(다른 종교로 얼마든지 넘어갈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개신교 신자로 '남았'고, 그러다 보니 제가 '사랑'을 주제로 이어가는 건 인생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제 가치관과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개신교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그 안에 담겨 있는 가치를 현실에 적용한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왔습니다. [사랑]이란 것이 비단 에로스적인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어떻게, 왜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원리를 [에로스적인 사랑]의 프레임 안에서 적용하면 이렇게 되겠다... 싶은 내용을 써온 것이죠.


제 글이 부족하고, 제가 생업 때문에 충분히 꼼꼼하고 충실하게 글을 쓰지  못해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사실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표현을 쓰면서 글을 쓰고 콘텐츠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겉으로 봤을 때 제가 쓴 글들이 차별화되는 지점들이 없어 보인다는 것도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브런치 북에서도 선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거의 100%라는 것도 알고요. 사실 그냥 스윽 훑어보면 너무나 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보이기 때문에 '다 아는 얘기를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지?' 싶을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마지막 시리즈를 어쨌든 끝내기 위해 노력한 ... 사랑에 대한 글을 정말 차갑게 쓰고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쓴다고 해서  글을 읽은 사람이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 너무  압니다. 이미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던 분들만 공감하며 읽으실 것이란 것도 알아요. 제 글을 좋아해주신 분들 중에는 아마도 추상적으로 이렇게 생각하시던 것을 제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내가 이렇게 생각했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겠죠.


그렇다면  시리즈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분들이 다음 사랑을 났을  본인이 브레이크를 잡고 고민하고, 만나는 사람이 사랑 아닌 것을 사랑으로 포장해서 강요할 때는 ' 생각은 이래'라며 근거로 들이밀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글과 생각의 반대편에  있는 글과 영상은 많은데, 같은 편에는 파편들있고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된 내용은 찾기가 힘들거든요.


'할 일 많은데 돈도, 이력에도 도움 안 되는 그런 글 왜 쓰냐'는 말, 많이 들었어요. '네가 연애를 얼마나 했다고?'라는 말도 들었죠. '결혼도, 이혼도 안 했으면서 네가 어떻게 그에 대한 글을 쓰냐?'는 말도 들었죠.


그런데 글을 쓰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것은 기혼자들은, 특히 빨리 결혼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경험에 매몰되어 이 주제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이 아니라 ‘주관적’인 생각만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단 것이에요.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결혼을 못한 싱글로 오래 지내면서 다양한 케이스를 듣고 수집하면서 분석하다 보니 그렇더라고요.  특히  결혼에 이혼까지 하신 분이 ‘해보지도 않은 걸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라고 하신 말에 용기를 내서 지금까지 써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에 아이도 없기에 모르는 영역이, 알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싱글로서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건 다 알게 된 느낌이고 더 이상 쓸 주제도, 내용도 이젠 없어서 마침표를 찍었고요.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었고, 있으며, 앞으로 있을 시리즈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왔어요. 아마도 어떤 쪽으로든 제가 잘 알려지거나 해야 다른 매체로 이 내용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겠죠. 하지만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아도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도움이 되고, 힘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영향을 받는 건, 한 세상이 영향을 받는 것이니까요.


부족한 글을 오랫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 주제에 대한 글은 재개하더라도 꽤나 오랫동안 쓰지 않게 되겠지만, 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주제들에 대한 글들을 이따금씩  정리해서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단 프리랜서에 대한 시리즈를 마무리해야겠네요 :)


구독자 수도, 조회수도 이제는 신경 쓰지 않지만, 구독하고 읽어주신 분들 덕분에 글을 계속 써올 수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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