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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Jun 07. 2023

산다는 게 그렇다

남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한국 사람 치고는 덜 보며 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에 큰 관심 없고, 뭐가 핫 한지를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남들 하는 걸 굳이 하면서 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특별히 부러운 사람도 없고, 존경하는 사람도 없지만 그렇다고 또 일방적으로 혐오하는 사람도 없다. 한 가지를 가지면 다른 것을 잃을 수밖에 없고, 모든 사람들은 다면적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으면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며, 우리가 우리 모습이 된 것은 100% 순수하게 우리의 힘과 노력이나 탓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말과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느낀다. 그것도 꼭 내 몸이 안 좋아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야 깨닫는다. 내겐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게 그랬고, 프리랜서로 살면서 다양한 일을 하는 것에서 그렇다. 돌이켜보면 작은 것들은 꽤나 독립적으로 결정하며 사는 편인데 오히려 큰 문제들은 주위의 눈치와 시선을 의식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게 맞는 것인가? 반대로 되거나 둘 중에 하나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길을 잃고 헤매다 돌아오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단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 몸이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건 어떤 이유인지를 조금 더 잘 알게 되었고, 그에 따른 해결책도 상대적으로 빨리 찾을 수 있게 되었다. 


1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팠다. 잠깐, 아무것도 못할 정도란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기는 했으니까. 일은 집중해서 하지 못할 정도로 아팠단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하겠다. 이 상태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나는 이 몸상태가 정말 생물학적으로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이기보다는 멘털이 망가져 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멘털적으로 왜 그렇게 무너졌는지를 돌아보니... 거의 한 달 동안 브런치에서 글을 쓰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자 엔돌핀이 돌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 몸이 최악의 컨디션이 되면 그런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나? 그제서야 내가 또다시 '현실'적인 문제에 매몰되어서 '가벼운'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가벼운 글들을 써야, 글이나 말로 표현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편이다. 결국 나의 욕심과 욕망에 휘둘려 끙끙거리며 몸과 마음을 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몸과 마음이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일과 현실에 매몰되어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인 브런치에서의 글도 놔버리게 되면 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매일, 꾸준히 쓰는 행위가 깊은 터널을 지나고 있는 동안 나를 살려준 것 같은데, 나는 그 글쓰기에 대한 고마움을 너무 자주 잊어버린다. 물론, 나의 다른 모든 일들도 결국 글을 쓰는 것이지만 일로 하는 글쓰기와 가볍게 하는 글쓰기는 다르지 않은가. 


다시, 글을 잡기로 했다. 올해만 벌써 세 번 정도 이런 글을 쓰는 것 같아서 민망하긴 하지만, 이는 내가 그만큼 있어야 할 곳으로 빨리 돌아왔단 것을 의미하기에 민망하기보단 감사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글을 쓰니 지난 한 달 동안 느껴지지 않았던 엔돌핀이 머리와 몸에서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이상하고, 어쩌면 변태스럽게도 들릴 수도 있는데... 난 그냥 써야 사는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겐 산다는 게 이렇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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