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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Jun 08. 2023

집단주의적인 나라, 대한민국

야구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팬이다. 야구뿐 아니라 스포츠를 전반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농담이 아니고 하계올림픽 경기 다 챙겨보느라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재수까지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스포츠계 안에 묻어나는 우리나라의 이상한 문화들로 인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WBC에 국가대표로 나섰던 선수들에 대한 처벌에 대한 내용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경기 사이에 술을 마신 선수들을 KBO가 처벌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이 술을 마시지 않고 자기 관리를 잘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것에는 동의하지만, 경기하는데 무리가 생길 정도로 마시거나 마치 WBC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처럼 유흥가를 드나들며 음주가무를 즐겼다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번 건은 그 정도도 아니고 작은 술집에 가서 반주 정도를 기울인 듯한데, KBO가 그에 대해서 처벌을 한다니... 우리가 사회주의 국가에 살고 있었나?


개인적으로는 설사 경기하는데 무리가 생길 정도로 마셨거나 유흥가를 드나들었다고 해도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 아닌 이상 그게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에도 의구심이 있다. 그러한 행위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게 과연 공식적인 처벌을 할 대상일까? 개인에게 자유가 부여되는 자유주의 국가에서? 그러한 행위를 한 선수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음 국가대표 선발에 제한을 거는 방식으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그걸 KBO에서 공식적으로 처벌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이번 건에 대해서 처벌을 더 강하게 해야 했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학창 시절에 하루 24시간 공부만 했나? 하루에 10시간 공부를 한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수년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공부를 더 많이, 잘하기 위해서라도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하고 머리도 풀어줘야 한다. 이는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대표해서 나갔으면, 더군다나 야구에 대한 여론이 싸늘한 상태에 나가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나? 그런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풀 정도의 술을 경기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마시는 게 죄가 된다니. 우리는 정말 그런 나라에 살고 있나? 그들에 대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공부를 한창 하다 한 번씩 쉬고 있을 때 방문을 열고 '너 공부 안 하고 뭐 하는 짓이니?'라고 말하는 부모님처럼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일단 비난을 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치킨 가격을 올리는 게 왜 문제가 될까? 물론, 그에 대해 화가 나고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걸 제재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기업을 하고 있고, 기업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는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치킨 가격을 올리는 게 이윤의 극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치킨 가격을 올릴 자유가 있다. 


그게 옳은 결정이란 것은 아니다. 이는 치킨 가격을 무작정 올리는 건 결국 자신들에게 어느 순간엔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치킨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그 치킨을 사 먹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가전략으로 치고 들어오는 업체들이 생길 것이며, 그러한 패턴이 이어지면 결국 그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들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치킨 가격을 무작정 올리는 건 결코 좋은 전략은 아니다. 그들에 대한 가장 큰 공격은 가격을 올린 치킨을 사 먹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도 가격이 오른 치킨을 사 먹는다.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하기에 기업들도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것이다.


최근에 다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휴가철이나 축제에서의 바가지 역시 마찬가지. 비싸면 안 사 먹으면 된다. 그리고 비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지역은 휴가철이나 축제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현실을 마주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학습효과로 바가지 요금을 부과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수 십년째 반복되는 건 사실 사람들이 '어쨌든 놀러왔는데 사 먹는다'라고 상당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런 음식들은 사 먹지 않으면 된다. 그걸 정부에서 관리하라고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사회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개인'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개인'으로써 존중할 줄도 모른다. 사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의 결합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을 개인으로 온전히 존중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거나 힘들어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사람을 개인으로 존중한다면 내 기준에 조금 불편하거나 짜증 나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못해도 존중은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자신에 맞춰서 바꾸려 하고, 자신들의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처벌하려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강하다. 


그건 개인과 자유를 존중하는 행태가 아니다. 그건 개인에 대한 집단의 폭력에 가깝고,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집단을 형성해서 자신과 다른 자들을 짓밟으려 시도한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창의성'을 외쳐도 창의성이 발현될 수가 없다. 이는 진정한 창의성은 개인과 자유가 오롯이 존중될 때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번 WBC 관련 사태에 대한 내용을 접한 미국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거 지금 남한 얘기 맞는 거지? 북한이 아니고?'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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