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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Jun 09. 2023

비혼, 선언하지 않을 이유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소고. 9편

최근에는 '비혼'이 몇 년 전만큼 크게 화두가 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석에서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본인은 '비혼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섣부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인생도,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가? 자신은 결혼하지 않겠다며 '비혼주의자'를 하나의 상품처럼 만들어 방송에 출연했던 연예인이 만난 지 아주 오래되지 않은 연인과 결혼을 하는 모습을 우리는 모두가 지켜봤다. 그리고 그 연예인은 '비혼'을 팔아 방송에 출연을 하더니 최근에는 '결혼생활'을 팔아 방송활동을 한다. 그 예만 보더라도 우리는 '비혼'에 대한 한 사람의 다짐이 얼마나 약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고, 그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비혼을 강하게 외치던 사람들이 몇 년이 지나 결혼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다. 


그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애초에 처음에 비혼을 '선언'했던 것이 얼마나 짧은 생각에 비롯되었는지는 분명하다. 그들은 아마도 그 시점에 진심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그 영향을 받아 자신의 감정과 생각도 변하고 그 과정에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들이 비혼을 선언하던 시기에 자신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세상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만 그러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반대로 어렸을 때나 긴 연애를 하고 나서 상대를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상대가 변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사람도, 그러한 회의감과 그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갈등들 끝에 결국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결혼생활에 대한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큰 상태로 시작해서 예상하지 못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아이를 싫어해서 낳지 않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아들 바보, 딸 바보가 되는 경우는 내 주위에 넘치고 넘친다. 결혼은 추천해 주지 못하겠는데 아이는 꼭 낳아보라는 말을 절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던 시커먼 형들한테 나는 지겹도록 많이 들었다. 


결혼과 관련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고 싶지 않았던 회사에 '일단' 취업을 할 목적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천직을 찾는 사람들도 있고, 꿈꾸던 회사에 들어간 지 1년도 되지 않아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원하는 대학에만 가면 행복할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줄 세우면 지구를 몇 바퀴는 돌릴 수 있을 것이고, 40-50대까지 한 가지 일을 하다 그게 본인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음을 깨닫는 사람도 있다. 내가 아는 한 분은 한의사로 돈을 많이, 잘 벌고 건강한 가정도 꾸리고 계셨는데 아이들이 성인이 되자마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독일로 가 지휘를 공부해 지금 독일에서 작은 곳에서 지휘를 하고 계신다고 하더라. 


우리는 우리를 잘 모른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이 사실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는 그래야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무엇이 내게 더 잘 맞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사실 우리에게 잘 맞는 기회가 눈앞에 찾아와도 놓칠 수 있다. 언제든지, 어떤 선택이든지 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로 있어야 우리는 우리에게 조금 더 잘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는 연애와 결혼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결혼이 내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더라도 '정말 좋은, 잘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할 수도 있지 뭐' 정도의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그런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 사람을 잡을 수 있겠지만 '난 절대 결혼을 하지 않을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신이 그런 사람을 놓쳤다는 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가정을 함께 꾸려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를 갖는 것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잘 기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부담스러워서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아이를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런 사람들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정말 낳으면 안 되는 사람들은 무작정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런 사람들은 아이를 갖는 것이 가져오는 부수적인 영향들에 대해 무지하기에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를 본인 멋대로 대할 확률이 높고,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으며 망가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아이를 가지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당장 '결혼은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곧 불행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너무 확고하게 갖고 있는 것은 우리 삶에 들어올 수 있는 선물을 놓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유연하게 생각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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