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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Jun 25. 2023

연애와 결혼의 상관관계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소고. 11편

연애는 결혼하기 위한 사전단계일까? 그렇다면 연애를 오래 해서 서로를 잘 안다면 결혼생활이 원만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사계절은 만나 봐야 알 수 있다고 하고, 그 말이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인 진리인 것은 아니다. 사계절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한 달 만난 관계보다 못할 수도 있다. 많은 것들에서 그러하듯, 연애와 결혼도 양보단 질이 중요하다. 


연애와 결혼을 둔 많은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나 착각은 연애가 결혼의 전단계라는 것이다. 아니다. 연애는 결혼의 전 단계가 아니고, 연애와 결혼은 완전히 다르다. 연애할 사람이 따로 있고, 결혼할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은 진실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인 측면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 표현을 돈이 많이 없어도 잘 맞는 사람이랑은 연애를 하고, 돈이 많은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식으로 쓰기도 하는데 돈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들을 살펴보자. 연애는 이벤트라면 결혼은 일상이기 때문에 다르다. 사람들은 연애할 때 데이트를 어디로 갈지, 어디에서 무엇을 할 지에 초점을 맞춘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이벤트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 것들은 우리의 일상에서의 탈출로 작용한다. 공부할 때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중에 데이트나 한 주 내내 일 때문에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데이트를 하면 그 시간은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과 굳이 연애를 할 필요는 없...). 연애는, 데이트는, 답답한 일상에서의 탈출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하지만 결혼생활은 완전히 다르다. 두 사람이 결혼하면 가정생활이 일상의 일부가 된다. 두 사람이 집안일을 같이 해야 하고, 가족을 같이 챙겨야 하며, 온갖 의사결정을 함께 해야 한다. 그 과정에는 새롭고 신기한 것보다는 익숙하고, 하기 싫으며, 심지어 때로는 의견이 달라서 대립구도가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런데 그걸 배우자와 한다니... 그 시간은 일상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결혼하기 전 연애가 아닌 다른 일들처럼 지루하고, 반복적인 시간으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전락하기 전까지 두 사람이 행복하고 즐거운 신혼생활을 보낸다. 그때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신기하고, 새롭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퇴근했을 때 집에 부모님이나 형제가 아닌 대등한 관계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처음이고, 같이 주기적으로 장을 보는 것도 처음이며, 연애할 때는 자주 못 보니 왠지 아쉬웠는데 상대와 매일 볼 수 있는 것도 처음이니 얼마나 행복할까? 문제는 인간은 무엇인가에 익숙해지면 그것의 효용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새로움도 곧 익숙함으로 전락하게 된단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두 사람 사이에 지속적으로 뭔가 새로운 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 어디 그렇게 항상 새로운 것이 생기는 게 쉽나? 매일, 매일이 이벤트로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행복하려면 두 사람은 함께, 같이 노력해야 한다. 마치 연애할 때 데이트를 하기 위한 노력을 했던 것처럼.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은 두 사람이 결혼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모르던 부분들을 발견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 중에는 신혼생활을 마냥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미친 듯이 싸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전자의 경우 신혼생활의 즐거움이 서로에게서 느껴지고 보이는 다름보다 크기 때문이고, 후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다름이 먼저 들어오기 때문이다. 연애기간이 길었던 사람들 중에 빠른 시간 안에 이혼을 하거나 결혼생활이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은 이유는 후자의 경우 연애기간이 긴 커플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은 아닐까? 10년 동안 연애를 했는데 결혼한 지 1개월 만에 자신이 전혀 모르던 상대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면 상대가 그런 모습을 10년 동안 숨겨왔단 생각이 들 수 있고, 그 외에 또 어떤 것들이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렇게 10년 동안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이는 그 사람이 상대를 속인 것일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닐 확률이 더 높다.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은 본인이 한 번도 처한 적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그게 어떤 상황이냐고? 결혼이 그렇지 않나? 이젠 누군가와 평생을 보내야 하는 상황, 챙겨야 하는 가족이 2배로 늘어난 상황, 내가 번 돈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항상 의논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걸 평생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그 사람에게 평생 경험한 적 없는 자극을 줄 것이고, 그건 당연히 상대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사람의 모습이 나오게 만들 것이다. 


이처럼 연애와 결혼은 완전히 다르다. 연애와 결혼은 배추김치와 무김치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한식과 양식 수준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누구나 참고, 맞춰주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평생, 매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예를 들어 에너지 레벨이 엄청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사랑에 빠져 연애를 했다고 치자. 에너지 레벨이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의 레벨에 맞춰서 데이트를 하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레벨이 낮은 사람은 데이트를 하지 않을 때는 그런 데이트를 하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내겠지만 에너지 레벨이 높은 사람은 데이트를 안 할 때도 뭔가를 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며 지낼 것이다. 


그 두 사람이 결혼을 하면 어떨까? 에너지 레벨이 사람이 낮은 사람은 배우자와 데이트를 한 번 하고 나면 잠도 자고, 침대에서도 뒹굴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레벨이 높은 사람은 그런 게 필요 없기 때문에 배우자와 계속 뭔가를 하고 싶어 할 수 있다 보니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에너지 레벨이 높은 사람이 결혼 전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에너지 레벨이 낮은 사람은 연애를 할 때는 몰랐던 상대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연애할 때는 상대가 연애를 마치고 본인 집으로 갔지만 결혼한 후에는 상대가 자신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그런 상대의 패턴에 본인이 불만이 없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배우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그런데 그 안에 심지어 이성이 있다면 불안해지고, 신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식으로 두 사람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트를 같이 하는 게 즐겁다고, 상대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게 자신과 잘 맞는다고 해서 무조건 결혼생활이 행복하고 즐거우리라는 보장은 없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말과 삶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의 말만 듣고 상대와 결혼생활이 완벽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걸까?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사람들은 연애할 때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상대에게 맞추거나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자신을 잘 모로고 자신은 000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 어떻게 악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결혼하기 전에 연애가 필요 없다거나 연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니다. 연애할 때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해서, 연애할 때 두 사람이 잘 맞는 것 같았다고 해서 그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해주진 않는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를 얼마나 오래 했느냐보다 그 과정에서 상대를 얼마나 깊게, 많이 알아갔는지가 중요하고 상대가 자신을 얼마나 잘 아는 사람인지도 중요하다. 연애라고 해서 다 같은 연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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