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본적으로 글과 붙어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밥벌이도 대부분 글로 했고, 지인에게 '나도 생각이 많은 편인데 내가 보기에도 넌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생각이 많은 편인데 내 생각을 풀어내지 않으면 갑갑함을 느끼는 편이다 보니 글을 써야 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런 내가 작년에는 브런치에서 거의 글을 쓰지 않은/못한 이유가 두 가지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삶이 정신이 없고 바빴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몇 년간 너무 정신없고 바쁘게 살아왔는데, 그게 누적되다 보니 작년에는 글을 쓸 에너지가 없더라.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건 내가 정서적,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되었단 것이다.
이 계정에서 글을 오래 봐주신 분들께는 너무 죄송한 말이지만, 돌아보면 나는 수년간 내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감정적으로 요동칠 때 머리에 있던 생각들을 쏟아냈다. 내가 차분하게 사유하고, 다듬어서 공개한 글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이 훨씬 많단 것이다. 수년 전에 썼던 내 글들을 보면 그 안에서 내 안에 있던 욕구, 욕망, 불안과 조급함이 모두 묻어난다. 삭제하고 싶지만 그대로 두는 것은 그것 역시 그때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쓰레드'란 플랫폼을 거의 보지 않았었다. 사람들이 인스타에서 자기 과시를 한다면, 쓰레드는 글로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주에 A형 독감이 걸려 몸이 너덜너덜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이것저것들을 보다 쓰레드를 몇 시간 동안 아무 생각이 없이 내리다 깨달았다. 이 안에 아픈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브런치에서 내가 글을 마구 쏟아낼 때 그랬던 것처럼.
그 안에서 위로해 달라, 응원해 달라고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외로운 지가 보인다. 지인들 중에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모르는 사람들에게라도 받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안에서 자랑하고 자신의 스펙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계정에서는 그들의 인정욕구가 보인다. 그래서 몇 시간을 내려가면서 읽다 보면, 그 감정이 내게도 스며들어 내가 힘들어지더라. 그래서 쓰레드를 꺼 버렸다.
그 사람들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들의 글에서 그런 마음과 상태를 느끼는 건, 내가 수년간 그런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에 나는 내가 그렇게 아픈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 놀라운 건 주위 사람들은 그걸 느끼고 있었단 것이다. 해외에 나가기 전에 얼굴을 보기 위해 만난 군대 선임이자 과선배인 형이 몇 년이 지나 '사실 그때 이후 너 만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었어. 너 되게 불안정해 보였거든'이라고 말하더라.
그 말을 들었을 때도 나는 그 시기에 내가 그렇게 불안정하다는 걸 몰랐다. 그런데 그 형의 말을 듣고 돌아보니, 나는 정말 많이 불안정했더라.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형이 이제는 좋아 보인다고 했던 그 시기에도 나는 불안정했었다. 그 사실을 작년 연말에 1년 전의 내 모습과 그때 내가 했던 생각들을 돌아보면서 깨달았다.
나는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젠 감정에서 시작되어 쏟아내는 글은 쓰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이 공간에서도, 내 삶에서도 다양한 글을 써야겠단 생각을 지난 학기를 마치고 했다. 이젠 조금 더 이성적이고 정돈된 글을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고, 내놓고 싶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한 생각이다.
언제까지 그럴지는 모르지만, 일단 1월 정도까지는 시리즈를 쓰지 않고 지금처럼 차분하게, 감정적이지 않은 모드로 글을 다양한 주제로 쓸 생각이다. 그리고 벌려 놓기만 하고 마무리하지 못했던 시리즈들을 이번 방학이 지나기 전에 하나, 둘씩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이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쓰레드에서 하루에도 여러 개의 포스팅을 매일 쏟아내며 치열하게 버텨내고 계신 분들도 빨리 정서적, 감정적으로 안정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