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TC

목표에 매몰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by Simon de Cyrene

지난 주말에 장염에 걸렸다. 정확히 말하면 '운동 유발성 위장관 장애'를 겪었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운동선수 경력도 없고 운동선수도 아닌 사십대의 내가 이걸 겪는 게 맞는건가 싶어 스스로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운동 유발성 위장관 장애는 아주 쉽게 말하면 운동을 과하게 해서 위장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마라톤을 뛰거나 운동선수들이 오버트레이닝을 과하게 할 경우 몸이 극도로 항진되어 위장관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경우에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한다. 나도 제미나이에게 증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처음 들은 용어다.


금요일에 점심 약속 이후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를 춥단 느낌까진 들지 않아서 코트의 앞을 연 상태로 걸었는데, 그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기 얼마 전부터 복부가 차가운 느낌이 들어 그제서야 지퍼를 잠궜지만 속은 여전히 불편했다.


하필 그 날이 운동을 오후에 해보기로 한 날이었는데, 몸상태를 보니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한 상태여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3시간 후에 운동을 가기 위해 집에 와서 바게트 몇 조각을 먹었다. 그런데 내가 집도 온도를 낮게 해두고 지내는 편이다 보니 (컨디션에 따라 15-18도로 해놓고 있는 편) 여전히 소화가 잘 안되는 상태로 몸은 힘이 없으니 잠시 잠이 들었고, 일어나서도 속이 편하진 않더라.


하지만 지속가능한 체중조절모드에 돌입하기 위해 방학 동안 패턴을 잘 만들어 오고 있었고, 운동 패턴을 바꾸기로 한 첫 날이다 보니 운동을 포기할 순 없더라. 컨디션이 좋진 않다보니 최대한 뒤로 미루고, 미루다 마지노선이라고 여긴 7시에 운동을 갔다 (운동 2시간, 식사 후 3시간 후 취침을 마지노선을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이 과도하기에 체지방이 쌓이는 게 두렵기도 했다.


운동하는 내내 보통 운동 후반, 세트 사이에 잠깐 있을 어지러움이 있었고 심박수는 미친듯이 올라가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음에도 평소에 하던 운동 강도를 밀어부쳤다. 가슴운동으로 종목 별로 3세트, 최대 중량 120키로, 총 본운동 세트 18세트, 별도로 복근, 이두와 삼두 각 3세트씩. 강도에 대한 평가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컨디션이 최악일 때만 아니면 항상 최소한 맞추려고 하는 운동량과 강도였다.


그런데 유산소를 타던 중 이상징후를 느꼈다. 갑자기 땀이 나지 않더라. 심상치 않아서 유산소를 중간에 끊고, 스트레칭존에 누웠는데 일어나는 것조차 힘든 상태가 되었고, 가까스로 집까지 와서 누웠다가 불안감에 죽이랑 두부 정도로 영양보충을 한 뒤 잠이 들었는데... 새벽부터 속이 난리가 나고 설사가 시작됐다.


그 뒤 장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증상이 이어졌고 토요일에는 이온음료와 죽 외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몸에 과부하가 걸렸고, 컨디션을 돌려야 하다 보니 미열은 계속 났고 배는 아프고 난리 법석. 다행하게도 어제 오후부터 조금씩 입맛이 살아나서 죽부터 시작해서 바나나, 그 뒤로 AI의 조언을 무시하고 먹고 싶은 것들을 먹었고 오늘 아침에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모든 증상은 사라졌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미련하게 했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늘 그런 식이었다. 목표를 세우면 다른 모든 걸 잘라내고서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만 집중, 아니 집중을 넘어 집착을 했고 그 덕분에 20대에는 원하던 목표를 많이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과도하게 원하고, 그것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무리를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몸이나 마음이 망가지거나 불안정해지면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른 두려움을 만들어서 실패하게 된다.


하루 정도 많이 먹고, 하루 정도 운동을 쉰다고 해서 건강과 체중조절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 바라보다 보니, 정작 내게 더 중요한 건 보지 못한 것이다. 공부도, 성적도, 입시도, 취업도, 성공도, 명예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진짜로 더 중요한 것은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 목표들에 집착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자신이 망가져서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달성하더라도 중간에 잠시 쉬어줄 때보다 늦게 달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실패'로 분류되는 경험들은 모두 그랬다. 정말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심지어 같은 집에서 내가 다른 짓은 하지 않은 것을 아시는 부모님 마저 방안에서 딴짓을 한 것 아니냐고 하시는 경험은 고통스럽다는 말로 다 표현될 수 없는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내가 그런 실패를 했던 것은, 딴 짓을 해서가 아니라 너무 결과에 집착하고 매몰되었기 때문이었다.


운동을 할 때 휴식을 제대로 해야 근육이 성장하듯이, 우리의 삶도 잘 쉴 줄 알아야 목표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실수나 실패들은 웃어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 평생을 그렇게 집착하면서 살았음에도 여전히 그러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지만, 이번 실수를 경험삼아 다신 목표에 매몰되고 집착하는 실수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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