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정한 '엘리트'의 의미에 대하여

by Simon de Cyrene
엘리트와 좋은 대학의 관계

예전부터 학력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엘리트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내 학력을 들으면 내게 '엘리트네'라고 할 때도 사실 그 말이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단순히 어느 정도 이상의 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그 사람이 엘리트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어느 정도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을 엘리트라고 부르게 된 것은 사실 한 사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들을 할 사람들을 특별히 배려해서 더 오랫동안 지혜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대학이라는 것을 만들고, 그런 능력이 되는 자들을 선별해서 그들이 대학이라는 틀에서 지혜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래서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의 특정 시점까지는 더 좋은 대학, 아니 대학에 가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엘리트가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은 이들은 그렇게 사회가 자신들에게 베풀어준 기회를 사회가 아닌 개인의 유익을 위해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학의 본래 취지는 어그러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왜 대학에 가는 이들을 엘리트라고 부르는지를 잊어버리고, 그저 기계적으로 대학을 나온 사람을 엘리트라고 부르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또 대학의 숫자가 많아지고 대학들 간의 서열화가 이뤄지면서부터는 (어떤 기준으로 대학이 좋다고 분류하는지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더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을 엘리트라고 부르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대학 졸업자들이 망각하는 것

사실 그런데 이제는 '대학'이라는 명칭이 너무나도 흔해져서 누구를 엘리트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도 구분하기 힘들게 되었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대학에 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김영삼 정부 시절에 대학을 인가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바꾸면서 대학들이 난립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진정한 엘리트와 그들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희석되기 시작한 듯한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대학 재학 혹은 졸업자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본래 그들에게 사회적으로 특혜가 주어진 것은 사실 그들이 잘나서, 특별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그들이 졸업 후에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예를 들면 학부나 대학원생이 예비군 훈련을 2박 3일이 아니라 하루만 갔다 올 수 있게 하는 것도 사실은 단순히 '너희는 학생이니까 편하게 받아'가 아니라 학부나 대학원생은 그렇게 훈련을 받는 것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한 후에 우리 사회에 그만큼 더 기여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훈련보다 공부에 집중하라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많은, 아니 솔직히 대부분 학부 또는 대학원 재학생들은 그저 훈련을 짧게 받을 수 있는 특혜만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사실 대학, 즉 큰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사회적 책임이 우선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본래 한 국가 공동체가, 그 사회가 안정을 찾고 더 발전하면서 그 구성원들이 평안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정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정부에서 일정한 역할도 해야 하지만 사기업에도 들어가서 그 사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단 것이다.


대학이라는 곳이 만들어지고 본래는 소수에게만 의무교육을 넘어서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국가가 제공한 것의 이면에는 아마도 그런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은 영어로 University인데 이는 Universe에서 유래된 용어로 우주의 이치를 가르치는 곳을 의미한다. 대학이라는 곳이 우주 혹은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곳이라면 이는 더 나은 우주 혹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살고 있을까?


진정한 엘리트의 의미

그래서 사실 엘리트라는 표현은 좋은 대학을 나온 이들에게 사용될 것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 국가공동체를 위해서 일하는 이들에게 붙어야 하는 호칭이다. 즉, 내 개인의 유익보다 사회의 유익을 위해서, 그러한 사회적인 유익에 대하여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깔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과 같이 걸으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며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진정한 엘리트라는 것이다. (그런 전통 등이 아직도 유효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영국에서는 전쟁이 나면 엘리트교육을 받은 이들이 가장 먼저 최전방으로 나선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이 엘리트들의 사회적 책임이기에.


사실 생각해 보면 조금 더 큰 틀에서 사회를 보고, 장기적인 과점과 단기적인 관점에서 사건과 흐름을 볼 수 있는 눈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습득한 능력은 아니지 않나? 아니 물론 노력도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한, 타고난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런데 그러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을 업신여기면서 자신의 유익만을 챙긴단 말인가? 그렇게 하는 '좋은 대학'을 나온 이들이 사회에 무슨 유익을 주는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왜 굳이 그런 이들에게까지 엘리트라는 호칭을 붙여야 한단 말인가?


이는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있는 영역에서 자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