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희망을 갖고 있었다. 김하나 목사가 침묵하는 것을 보며, 그만이라도 아버지보다 하나님이 우선이기를 바랐다. 목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하나님을 더 경외할 줄 아는, 이 땅에 하나님의 질서가 세워지는 것을 아버지와의 정 보다 우선시하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랬다면 그를 존경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명성교회가 위기>라는 이유로 지금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서 사임하겠다고 선언을 했으며, 명성교회를 맡음으로써 이 땅에 교회들에 위기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명성교회 세습에 참담해하고, 비참해하며, 분노하는 이유다.
다른 사람들은 명성교회의 사례가 뭐 그렇게 특별하냐고 물을지 모른다. 이전에도 교회 세습은 일어나지 않았냐고 물어볼지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은 타당한 것이다. 세습하는 것 자체가 비성경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에서는 제사장직을 자녀들이 물려받지 않았던가?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작은 교회들의 경우, 정말 유지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교회들의 경우에는 그 자녀가 아니면 누구도 물려받지 않으려고 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그때는 세습이라기보다 교회의 유지를 위해서 자녀가 이어서 목회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경우까지 세습은 안된다고 하는 건 무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명성교회의 경우는 세 가지 이유로 분명히 다르다. 첫 번째로, 기존 대형교회들의 세습과 명성교회의 사례가 다른 것은 그 사례들은 교회법적으로 명시적으로 금지하기 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형교회들이 세습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것과 같은 형태로 교회가 운영되면서 그와 같은 방식의 세습이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교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 현상들이 발생하자 명성교회가 속한 교단은 교단 차원에서 세습을 금지하기로 4년 전에 세습금지법을 만들었었다. 심지어 김삼환 목사도 그와 같은 입장에 같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김하나 목사를 청빙 하는 것은 세습이 아니라면서 명성교회는 직전 담임 목사의 아들을 청빙 하기로 결정했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어디 있나... 교회가 크다는 이유로, 힘이 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교회들이 같이 제정한 법을, 원칙을 뭉갠 사례이기 때문에 명성교회의 사례는 다른 교회들의 세습과 차원이 다르다.
두 번째로, 명성교회는 힘이 있는 대형교회이기 때문에 세습금지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편법적인 세습을 한 다른 교회들과 다르다. 세습 교회가 300여 개가 전국에 있다면서 세습금지법은 실질적으로 무력화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규모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교인이 500명 이하인 교회들이 그중 대다수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교회들은 내부적인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교회들 형편상 다른 목사를 청빙 하기가 어려운 경우들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경우에 그것이 세습을 금지한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것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성교회는 규모 때문에라도 교단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교회인데, 그런 교회가 교단 차원에서 만들어진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그 원칙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낸다. 그래서 명성교회의 사례는 다른 교회들의 사례와 또 다르다.
세 번째로, 이번에 '형식적인 차원'에서 정당성을 취득했다고 주장하는 당회의 구체적인 진행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드러나는 등, 김하나 목사를 청빙 하기로 결정하는 절차적인 방법에서 문제가 많이 드러났기 때문에 명성교회의 사안은 다른 교회들의 경우와 다르다. 차라리 담임목사가 우기고 밀어붙였다면 그 의도가 성경적이지 않더라도 그 과정은 정직하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명성교회의 경우 어떻게든 김하나 목사를 청빙 하겠다는, 편법적인 방법으로라도 청빙 하겠다는 의지를 굉장히 강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교회 당회에서 투표도 비공개로 이뤄진 게 아니라 바로 옆에 앉아서 OMR 지를 작성하는 형태로 이뤄졌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이뤄진 투표가 교인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할 수 있을런지...
이는 에버랜드 주식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질적으로 편법적으로 증여한 사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사건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가서 명성교회의 결정으로 인해 교단에서 만든 원칙도 완전히 무너지게 된 사건이다. 사실 천주교와 달리 개신교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질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단이 독립적으로 존재해서 교회들이 성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단에서 통제를 해왔는데 이젠 그러한 교단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교회들이 이제 세습금지법이 아닌 다른 교회법의 내용인들 지켜야 할 이유가 있겠나? 이미 여러 가지 사건들을 거치면서 한국에서 교단이 갖는 의미와 역할이 이미 무너지고 있었는데, 명성교회 사건은 실질적으로 교단 자체를 형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세습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일각에서 한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보면서 유대인들이 예수님에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치적인 누명을 씌워 빌라도 앞에 억지로 세워서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신 것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유대인들이 어떻게든 바울을 사형시키고 싶은데 자신들의 공의회에서는 그런 권한을 갖지 않으니 총독 앞에 그를 세워서 그를 국가의 법정에 세웠던 것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교회들 간에 준수하는 원칙은 그 종교적인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지는 원칙이지 그것이 헌법의 판단을 받을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걸 무리하게 헌법 앞으로까지 갖고 가려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을 찾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김삼환 목사는 명성교회와 같이 큰 교회를 이끌고 가는 것은 큰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며 자신의 아들에게 세습을 정당화 하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그건 그가 더 이상 하나님의 종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말에 불과한 것이다. 그 정도 규모로 자리를 잡은 조직은 당연히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지 않을까? 정말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면, 교회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끌고 가신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거기까지 생각이 가지 않더라도, 큰 교회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김하나 목사는 2013년 장신대 종교개혁 세미나에서 세습 금지는 역사적 요구이며 총회 결의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겨우 4년이 지나 그는 그가 말했던 바를 뒤집는 목사가 되었다. 그는 또한 사임의 이유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명성교회에 가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했고, 모든 방법과 일을 강구했다. 그런데 교회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맞아 이번 주일 사임해야 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욕을 먹고 당해야 할 것은 감당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은, 그는 명성교회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 결정을 했지만, 그의 결정은 이 땅에 있는 교회와 기독교를 위기에 빠뜨리게 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명성교회 교인도 아니며, 명성교회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다만 명성교회로 인해서 이 땅에 하나님의 이름이 다시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이, 그리고 복음을 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힘들고, 가슴이 아플 뿐이다. 내가 분노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