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유난히 사고가 많이 일어나 가슴 아픈 겨울이다. 화재 사건이 이렇게 많이 났던 겨울이 있었을까? 그리고 거의 대부분 사건에서는 발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비상구에 짐이 쌓여 있고, 설치해야 하도록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세월호가 침몰한 이유도, 사실은 본래 지키도록 되어 있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본이, 그리고 많은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점은 '원칙'이 지켜진다는데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만큼 인터넷이 활발하게 활용되지도 않고 스마트폰이 그렇게 발달되어 있지 않지만 일본인들은 원칙은 철저히 지킨다. 미국과 유럽 국가 대부분이 행정이 느리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들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을 꽤나 잘 지킨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는 이면에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에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빨간 신호등에도 차가 없으면 무단횡단을 하고, 술만 조금 마시면 노상방뇨를 하는 광경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았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이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 많지 않나? 어떤 이들은 그런 게 안전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러한 일상의 크고 작은 영역에서 원칙을 지키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든지 '설마'하는 생각에 원칙을 준수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안전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작은 원칙 하나를 무시하는 습관이, 결국 큰 일에서도 원칙을 무시하는 습관으로 드러나게 된다.
우리나라, 아니 대부분 사회에서 정하고 있는 원칙은 대부분 경우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그래서 사실 평상시에는 그러한 작은 원칙들을 지키지 않는 것이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래도 돌아간다. 하지만 그러한 작은 일들에 있어서 원칙을 지키지 않는 습관들이 모이게 되면, 그건 큰 문제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그렇다. 우리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원칙들을, 어기더라도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원칙들을 준수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1인당 GDP를 선진국의 척도로 삼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런 기준도 특정 국가가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선진국은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수준이 높은 국가를 의미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선진국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인 척도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적용되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준수하도록 강제되거나 권유되는 원칙'을 얼마나 잘 준수하고 있는지도 그 척도가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국인 것이 분명하다. 경제적으로는, 아니 경제적인 평균에 있어서는 선진국에 가까워졌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발생한 안전 문제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영역에서는 여전히 후진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풍요럽지만 원칙은 준수하지 않는 사람을 흔히 '졸부'라고 하지 않나?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문화적으로, 일상의 삶에서는 가난했을 때의 천박한 습성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을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어쩌면 아직 '졸부 국가'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에 사람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한둘인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그러한 사회, 문화, 경제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렸나? 사실 70-8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발전 속도는 경제적 발전보다 느릴 뿐 '절대적으로' 느린 것은 아닐 것이다. 불과 60-70년 전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있지 않았었나? 사실 그랬던 땅에서 지금과 같은 '졸부'의 모습이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졸부적인 모습'이 용서되고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의 문제들을 보면서 일상에서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고지식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없다. 당장 안전과 관련된 문제와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도 말이다. 그러한 습관은,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영역들을 원칙에 부합하는 형태로 바꿔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됐을 때야 비로소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사람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받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