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과정에 있다.
입양과 출산
결혼하지 않은 입장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은 부부들은 그냥 입양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사실 그에 대해서는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 이상 '민족'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서 과거와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면 사실 '혈육'이라는 것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아니 같은 길을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임신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여성분들이 10개월 동안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입양을 하는 것이 갖는 장점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애를 뭐하러 가지려고 하냐! 그냥 입양해라!'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가정을 꾸리게 되면, 아마도 우선은 우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를 갖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혈육'이라는 측면에서의 접근 때문이라기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는 아기를 보는 것과, 두 사람을 닮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낳은 아기를 보는 것은 분명히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부부관계적인 측면에서는 아기가 들어서고 나서 태어날 때까지 아내와 같이 보내는 10개월이 두 사람 사이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그리고 그때의 기억들이 아이를 양육하면서 더 깊게 사랑해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나는 아마 결혼을 하고 나서 내가 가정을 함께 꾸린 사람과 나 사이에서 아기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할 것 같다.
임신, 그리고 모성애
그런데 사실 어느 정도 이상 나이가 들고 친한 여자 사람들이 결혼한 이후 임신한 상태,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이후에 경험하는 것들을 듣기 전까지는 내 생각은 딱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성애' 얘기를 할 때면 뭔가 남녀가 타고난 게 다른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주위에 결혼한 사람들이, 그리고 결혼한 친한 여자 사람 친구들이 늘어나고 그녀들의 얘기를 듣게 되면서 조금 다른 관점을 갖게 됐다.
여성들이 아기에 대해서 사랑을, 모성애를 부성애보다, 남자들보다 강하게 갖게 되는 것은 여성들은 임신한 기간 동안 단 한순간도 아기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어났을 때부터 잠들 때까지 단 1초도 아기와 떨어지지 않은 삶을 살게 되는 여자와 아내와 함께 있을 때 외에는 아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남자가 아기와의 관계에서 갖게 되는 애착의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더군다나 엄마와 아기는 임신기간 동안 물리적으로 '한 몸'이 되지 않는가? 어머니의 몸을 통해서 아기가 영양분을 받는 형태로 말이다.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더 강한 것은 그러한 현실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임신기간은 또 한편으로는 필연적으로 부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임신을 해보지 않은 남자는, 현실적으로 임신한 상태에 여자가 경험하는 것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아무리 남자들의 군생활 얘기를 많이 들어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남자들은 임신을 하고 매 순간을 또 다른 생명체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얘기들을 들어봐도 말이다.
사실 그래서 여자가 임신을 하고 나서 출산을 할 때까지 남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기의 엄마에게 최대한 모든 것을 맞춰주는 것이라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는 편하게 생각한다. 그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평상시에 단 한순간도 군장을 내려놓지 못하고 10개월을 산다고 생각해보자. 사실 행군만 하더라도 중간에 쉴 때 다들 군장을 잠시나마 내려놓지 않나? 그런데 여자들이 임신을 한 상태로 10개월을 보내는 것은 그 잠시 동안의 휴식도 없는 행군과 같은 상태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그걸 경험하지 않은 남자들은 임신기간 동안 여자들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기를 갖는다는 것의 의미
그러한 상황들을 생각해보고 상상할수록 나는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 아기를 갖자고 하는 게 맞는 것일까? 그게 내 배우자인 사람에게 예의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솔직히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사실은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형제가, 남매가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에 최소한 두 명은 낳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평생의 삶 중에 20개월을 임신한 상태로 보내라고 하는 게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아기 한 명당 10개월을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아기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아기가 원하는 것을 먹다 보니 어머니들은 임신한 동안에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면 아기를 낳고 나서도 체중이 임신 전으로 회복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아닌가?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여성들은 골반 등에 신체적 변화도 일어나게 되어 임신 전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신체적 변화가 오지 않나?
그뿐인가? 그놈의 모성애가 뭔지 주위에 또래이거나 나보다 어린 어머니들을 보면 본인의 것을 챙기려 하다가도 아기가 눈에 밟혀서 본인 것을 결국 더 포기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되더라. 마음은 그렇게 가지만, 또 머리로는 본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룬 것이 있기에 그것을 병행하고 싶기도 하기에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아기를 낳지 않기로 하는 부부들이 그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네들은 위와 같은 시나리오를 그려봤을 때 두 사람만 같이 사는 게 더 행복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아이가 커가면서 들게 되는 양육비용도 사실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나지 않나?
아이를 낳을 것인가?
미혼인 나는 그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부모님, 그리고 주위 지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가정을 꾸리게 되면 내 아내와 나 사이에서 최소한 한 명, 가능하면 두 명의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사실 그 이상을 가질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함께 가정을 꾸린 '여성'이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처럼 가정을 꾸리면 아이를 반드시 갖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내가 어머니께 엄청나게 대든 다음날 어머니께서는 "네가 내게 이렇게 대들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해도 내가 너를 다시 품어주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네가 성장하면서 내게 준 기쁨과 행복이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야"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 잘 상상이 안됐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대들었는데, 그것도 내가 힘들 때면 종종 그랬는데, 그때마다 받으셨을 상처들을 합한 것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이 무엇 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이 기토록 큰 기쁨과 행복을 선물해 줄 수 있다면, 세상에 한번 태어나 사는데 다른 사람들이 느껴보는 그러한 희로애락은 나도 죽기 전에 한번은 모두 경험해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사실 세상 사는 일들은 다 비슷하다. 그 과정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천국에 있는 것 같을 수도 있고, 지옥에 있는 것 같을 수도 있다. 어떤 일에 절대적인 선이나 악이 존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기를 갖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과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아기를 갖지도, 출산을 하지도, 양육하지도 않겠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어떤 기억으로 남는지는 사실 그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아이가 들어서게 되는 과정, 여자가 임신을 한 상태에서의 아기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 가정에 대한 남자의 헌신의 정도가 사실 그 과정이 천국과 지옥을 좌우할 것이다.
주위에 아기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여자들이 아기를 완전히 유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머니들이 아기를 유기하는 경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나, 예상도 못했고 아기가 생기는 것이 감당되지 않는 상태에서 아기가 생긴 경우가 많고, 그러한 경우에도 사실은 10개월을 한 몸으로 지냈던 시간으로 인해 그 마음의 상처가 잘 해결되지는 않더라. 그처럼 아기와 한 몸으로 보내는 10개월의 시간은 대부분의 경우 어머니들이 아기와의 관계에서 어머니들의 놀라운 모성애와 보호본능을 만들어내더라.
그래서 사실 아기가 생기고 출산하는 과정이 천국과 지옥 중 어느 곳이 될지는 많은 경우에 남자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기 엄마와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남자가 아닌 이상 출산하기까지 남자들이 아기 생각을 하거나 직접 영향을 받는 시간은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남자들은 한걸음 물러서서 임산부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할지를 상상해보고, 배려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게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는 다툼이나 섭섭한 마음이 일정 부분 생길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두 사람이 잘 보낸다면, 그 과정은 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를 더 견고하고 깊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 쏟은 에너지와 시간만큼 아기가 태어난 이후에 그 아기를 더 사랑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난 이렇게 경험하지도 않은 것을 앉아서 글로 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