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디까지 따져야 할 것인가

by Simon de Cyrene

나이. 어렸을 때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상대적으로 나이에 둔감하다. 아 물론 외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그렇듯이 일정 부분은 한국에서만 산 사람들보다 더 한국적인 면도 있어서 사람들 간의 기본적인 예의에는 더 엄격한 편인데 나이만으로 위계질서를 따지는 것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혐오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 때문에 나를 어려워했던 후배들도 어느 순간 내게 책을 집어던지는 것을 학부시절 동아리 방에서 목도하고는 했다.


사실 '유교문화'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유독 나이를 많이 따진다. 같은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중국, 그보다 조금 덜 받았지만 그런 문화가 있는 일본도 우리나라만큼은 나이를 따지지는 않는데 말이다. 사실 나이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이 만든 '연도'를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진 개념이 아닌가? 예를 들면 2017년 12월생과 2018년 1월생은 생일이 한 달도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는 반면 2017년 1월생과 2017년 12월생은 364일이 차이가 날 수도 있는데 2017년생들끼리는 동갑을 하고, 2018년 1월생은 그들에게 형, 오빠, 누나, 언니라는 호칭을 부르는 게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지 않나?


추측컨대 이처럼 '나이'를 따지는 문화는 아마도 과거에 '윗사람'을 공경하는 문화에서 단순화되어 내려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과거에 나이가 많은 어르신을 공경했던 것은 그들이 더 먼저 태어나서, 이 땅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기 때문에 그러한 그들의 경험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즉, 유교문화에서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것은 그들이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대접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인생에 대한 경험과 깊이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란 말이다.


우리는 흔히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공경'하는 것과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 등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고는 하지만 사실 두 가지는 엄연히 구분이 되어야 한다. 평상시에 나이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그들의 나이대로 대접하는 것은 그들이 살아온 삶에 대한 공경하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지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어르신들이 연로해지시면서 신체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즉,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을 공경하는 맥락과 신체적인 약함에 대한 배려는 엄연히 구분 지어져야 한단 것이다.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보다, 일 년이라도 더 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지혜를 갖고 있는 경우는 분명 많다. 어렸을 때는 우습게 여겼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나이가 들수록 옳았음을 발견하는 경우가 최소한 내 경우에는, 꽤나 많다. 하지만 모든 어르신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이가 훈장'인 것처럼 여기시는 분들이 계신다. 어르신만 그런가? 학교에서도 나이가 한두 살 많다고, 때로는 몇 달 일찍 태어났다고 상대를 무시하고 찍어 누르려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본인이 나이가 더 많다면, '나잇값'을 하는 행동은 상대가 더 짧게 살았기 때문에 경험한 게 적고, 그에 따라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고려해서, 본인도 그러했을 때가 있었음을 기억하며 상대를 존중하면서 대하는 것이 아닐까?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본인이 나이가 많이 더 지혜롭다고, 더 많은 걸 안다고 치자. 그건 순전히 본인이 조금 더 일찍 태어나서 조금 더 오래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본인이 더 탁월하기 때문은 아니지 않나?


사실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꽤나 오랫동안, 아니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유지되어온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지혜롭고 더 많이 아는" 세상이 역전된 영향이 클 것이다. 물론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지혜로운 영역은 여전히 있지만, 세상이 빨리 변하고 빨리 움직임으로 인해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훨씬 더 잘 알고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전혀 알지 못하거나 최소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영역이 점점 확장되면서 갈등이 일어나는 듯하다. 어르신들은 나이만으로 더 존중받는 문화에 머물러 있으면서 자신들이 뒤처진 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반면,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본인들이 잘 아는걸 어르신들은 모른다는, 그러면서 본인들에게 함부로 대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조건 <꼰대>로 낙인찍어버리는 것이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인 것 같단 것이다.


사실 모두 조금만 겸손하고 상대를 존중해주면 해결될 일이다. 어린 사람들이 조금 미숙하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그저 조금 더 경험하는 게 필요할 뿐이야'라고 받아들여주고, 어른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하긴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지.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런 모습일지도 몰라'라고 인정해 줄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일단 상대의 말을 한번 듣고 그게 맞는 것인지, 어떤 맥락의 이야기인지를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아마 세대 간 갈등은, 나이를 기준으로 위아래 사람 간의 갈등은 확연하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한 갈등이 일어나는 과정은 어느 한쪽만 잘못된 것도 아니지만, 양쪽이 다 변하지 않는 이상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이 조금 많이 안타깝다. '네가 어리니까 참아, 순종해'라거나 '어른이면 참아야죠'라는 반응을 어느 한쪽이 하는 순간, 나이로 인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한쪽만 노력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노력할 때야 비로소 세대 간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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