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지속 가능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by Simon de Cyrene

돈으로. 물질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난 돈도 많지 않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롭지 않지만, 그것들이 나의 소위 말하는 '지속 가능한' 행복을 담보해주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안다. 물론 돈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줄 수 있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로 인한 행복은 분명 존재한다. 다만 돈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주는 행복감은 그 순간, 그것을 누리는 순간에 머무를 뿐, 그 행복감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행복은 내성이 쉽게 생겨서, 일정한 수준의 행복에 익숙해지기가 쉽다.


그렇다고 해서 물질에서 오는 행복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순간순간 한 번씩, 인생에서 누구나 간간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그러한 물질에서 오는 행복을 누릴 필요가 있다. 물질에서 비롯되는 행복감을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누리지 못하면, 그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결핍을 만성적으로 느끼게 되면, 그 인생이 불행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물질에서 오는 풍요'만'을 쫓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면, 그 다음으로 어리석은 것은 물질에서 느끼는 풍요로움을 무조건적으로 천시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장거리 레이스를 하다 보면 당이 떨어지고 수분이 떨어져서 보충을 해줘야 하듯이,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당보충을 하기 위해 초콜릿이나 사탕으로 보충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듯이, 우리 인생에 간간히 한 번씩 물질에서 오는 풍요에서 오는 행복은 추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모든 행복을 물질을 통해서 취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물질에서 오는 행복감은 그 순간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 즐거움이 이틀 이상 느껴지지는 못하고, 그 음식을 며칠씩 계속 먹다 보면 그 음식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의 수준이 떨어지게 되지 않나? 그래서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그것[만]을 향해 돌진하는 삶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서 물질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이나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공, 특정한 지위에 오르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어린 나이에 유명해진 연예인들이, 그리고 소위 말하는 셀럽들이 본인이 꿈꿔왔던 인기, 명성, 재산을 갖고 나서 우울증에 빠졌다는 소식이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것은, 그러한 것들이 주는 행복감은 순간에 그치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굳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꽤나 오랫동안 있었다. 더 많은 돈을 갖고, 더 좋은 것을 사고, 더 좋은 곳에 살아도 언젠가는 그것에 익숙해질 것이며, 그러다 보면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을 계속해서 추구하게 될 텐데 과연 그 끝이 있을까? 지금 1억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1억을 손에 쥐면 1억으로 하지 못하고 10억으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10억을 손에 쥐면 100억으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지 않나? 그리고 그런 돈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사실 그 과정에서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을 한다고 해서 그러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사실 <운>이다. 성공을 위해 노력은 필요조건이지만 (즉,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지만) 노력 그 자체가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란 것이다 (노력을 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 그렇다면 그렇게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고통을 감내하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 여기에서 삶을 끝내는 것이 지혜로운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매우 진지하게,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시니컬했던 나의 생각의 전환은 물질적 성공, 사회적 지위에서 '관계'로 눈을 돌리면서 시작됐다. 사실 그 시작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으로서의 의무감, 혹은 내가 금전적인 수입이 일정 수준에 있을 때 하던 후원을 끊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시작됐다. 수입이, 잔고가 거의 바닥을 향할 때 그래도 지금은 후원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고, 그렇게 1대 1 아동 후원을 시작하고, 그 아이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보면서 내 삶에 또 다른 종류의 행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삶이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설적으로 내 삶의, 내 존재의 이유가 되더라.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그런 깨달음을 얻은 것은 나 혼자가 아닐 것이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건 아니란 말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였던 빌 게이트가 재단을 설립하고 공익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환경 관련 일이라면 발을 벗고 나서는 것도, 그 일 자체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돈이, 자신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인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서 그들은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았을 것이다. 사실 물질적으로 뭔가를 더 갖고 더 하는데서 오는 행복감이 더 크다면, 그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살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런 행복을 주는 것들을 더 찾아서 소비하고 누리지 않았겠나?


어떤 사람들은 너무 박한 평가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난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부를 하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을 대단하다고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기부를 하고 봉사를 하는 사람이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 본인의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이 자신이 주는 것보다 더 크고, 지속 가능하기 때문에 기부와 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거 별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그럴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러한 기부와 봉사의 수혜자들은 그것을 고맙게 여길 줄 알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건 '대단하다'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그걸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부럽다'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란 뜻이다. 그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질에서 오는 행복이 큰데 그것을 그들이 '포기한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지만 사실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그런 삶을 사는 것이기에. 다만 모든 사람이 그 행복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헌신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지속가능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 된 것은 충분히 부러워 할 만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을 때 행복해지고, 살고 싶어 진다. 자신의 삶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나만 해도, 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이 곳에서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고민을 했던 순간들이 내 인생에 분명히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의 의미는 필연적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부도, 봉사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의 일종이 아닌가? 상대의 삶에 내 삶이 유의미해지는 그런 관계 말이다.


사실 그래서 사람은 사랑할 때 가장 행복할지도 모른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기에 그 사람을 위해 내가 살아야 할 존재의 이유가 생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살고 싶어 지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기에 더 살고 싶은 것이 아닌가?


어쩌면 우리가 하는 가장 큰 착각은,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성공하면 무조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더 많이 갖고 더 성공하기 위한 목표에 몰입하는 순간 인간이 어떤 일들을 저지르게 되는지를, 우리는 재작년 하반기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 가장 극단적인 모습을 보고 있지 않나? 입으로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하기는 쉽지만, 사실 물질과 성공에서[만] 행복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사람들이 가진 것을 갖고, 그만한 영향력이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면 그런 종류의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행동과 결정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삶이 물질과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람의 말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물론, 위에서 설명했듯이 그러한 요소들에서 오는 행복이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물질과 성공에서 오는 행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매일매일, 순간마다 기억하며 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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