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의 1인실
지난주에 제주도에 갔을 때 마지막 날에 묵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갑자기 내 방을 1인실로 업그레이드 시켜주겠다고 했다. 난 분명 4인 1실인 도미토리로 예약을 했는데 말이다. 내 입장에서는 2만 5천 원을 내고 1인실에 묵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땡잡은 것"이기 때문에 불만을 갖거나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1인실에 가보니 샤워실은 물론이고 TV와 에어컨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내가 믿는 신이 나를 위로하려고 마음을 먹었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내가 갑작스럽게 방을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예멘 난민 문제가 관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는 당시만 해도 말 그대로 '여행'중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히잡을 쓴 여자분들과 중동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에 상당수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이 여행 올 때 보통 갖고 다니는 짐도 하나 갖고 오지 않았더라. 내가 방을 업그레이드 받은 것도 정부에서 그들을 게스트하우스에 묵게 했고, 가족단위의 사람들을 도미토리에 묵게 한 결과가 아닐까 싶더라.
예멘 난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그 이후 온라인에서는 난리다. 난민들을 받으면 안 된다는 입장과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들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다. 그들을 수용할지 여부는 우리나라가 그들을 다 수용할 능력이 되는지, 그들 생계를 해결해 줄 수는 있는지, 예산의 범위는 물론이고 그들 각각의 상황을 개별 구체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일괄적으로 다 받아야 한다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사실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번 사례 외에도 우리나라의 난민 수용에 대한 문제는 관련 기관들에 의해서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는 우리나라가 난민으로써의 지위를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했다가 다시 방출된 사례, 계속해서 소속을 통해서 가까스로 난민으로써의 지위를 인정받은 사례들은 꽤나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500명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난민지위 인정에 대한 원칙에 대한 문제다. 그 숫자가 500명이라 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수용 여부는 결국 그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난민을 어지간하면 다 수용하는 국가였다면 그 규모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처럼 난민을 보수적으로 수용하는 국가에서는 그보다도 난민을 수용하는 기준 자체가 문제가 된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자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노직이 주장했듯이 국가는 아마 자연 상태 혹은 원시상태에서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 집단을 형성한 것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에서는 그 사회 구성원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신자유주의'를 외치지만 사실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국가들은 대부분이 신자유주의로 인해 이득을 볼 국가들이고, 그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그로 인해 피해를 볼 국가들이란 것은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자국중심주의]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부 국가들에서 자국 중심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극우파가 점점 득세하는 것 또한 국가는 필연적으로 자국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난민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무엇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국가 간의 관계와 국제사회에서 그 국가의 지위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보편적인 인권]이라는 표현도 나오는 상황에서는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그 국가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난민의 수용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난민을 수용하는 게 꼭 우리나라 국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물론 난민들을 수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처럼 난민을 수용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고,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고, 그들에게 너무나 많은 예산이 투입됨으로써 세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은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그럴 [가능성]으로 인해서 만약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인권보호에 관심이 없는 국가"로 낙인이 찍혀버린다면 그건 과연 우리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일까? 그리고 아직 입국도 하지 않은 사람들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맞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난민들이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좋은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와 사회구조를 고려했을 때 난민들은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일할 수밖에 없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업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처우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노동착취를 당할 것을 걱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게 사실이다.
핵심은 [기준]에 있다.
한 국가의 이익의 제1순위는 그 나라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생활의 보장과 인권의 보장이 맞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와 같은 정도의 경제 수준의 국가라면 이제는 많은 문제를 조금 더 보편적인 인권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는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난민 신청하는 사람들을 다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준을 지금보다는 완화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그리고 개별 구체적인 수용절차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서 그 기준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난민의 수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한단 목소리에도 문제가 있단 것이다. 난민들이라고 해서 다 범죄자인가? 그런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범죄자가 얼마나 많은가? 만약 난민들이 이 사회에서 구조적인 차별로 인해서 범죄자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면, 그들이 그렇게 전락하지 않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면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난민의 지위에 있는 자들이 일정 수준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추방한다는 기준을 만들면 되는 게 아닐까? 또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난민들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걱정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예산이 제한되어 있고,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난민을 무조건 다, 무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만약 그들을 과도하게 수용해서 그게 국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멘 난민은 물론이고 난민의 수용과정에서 그 의사결정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지 단순히 [해라] 혹은 [말아라]라는 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예멘 난민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사정은 모두 다를 것이기에 그 내용을 모두 고려해서 각 사람에 대한 난민으로써의 지위의 결정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그 전체를 수용하거나 수용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써의 지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과 그 기준에 비춰봤을 때, 지금보다 그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