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우리나라 음악산업에 대하여

by Simon de Cyrene

음악이 없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어렸을 때 교회에서부터 음악을 접해서인지, 아니면 미국인 학교에 다니면서 다양한 음악활동에 참여해 와서인지 몰라도 음악은 내게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정한 감정적 상태에 있을 때는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전반적인 상태가 좋아질 정도로 내가 음악에 의존적인 것이 내 삶에 있어서 음악이 갖는 의미와 비중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서부턴가 소위 말하는 [최신] 음악은 잘 듣지 않게 되었고, 내 취향에 맞는 음악들을 찾아다니며 듣게 됐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도 아니고, 내가 음악에 대한 엄청난 전문성이 있어서 매니악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틀에 박힌 음악들이 너무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리듬은 다르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비슷한 음악들, 그리고 분명히 노래를 잘 부르기는 하지만 찍어내듯이, 기계가 부르는 것 같은 발성과 창법, 기승전결이 없는 가사. 그런 음악들이 어느 순간부턴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난 그저 그런 음악들을 피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혹자는 그런 음악들을 [아이돌 음악]으로 분류하고, 많은 아이돌 음악들이 그런 건 사실이지만 모든 아이돌 음악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게 꼭 아이돌 음악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음악에 대한 접근법의 문제다. 사실 과거에 가수는 타고나게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노래로 먹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과거 음악들을 들으면 기술적으로 노래를 잘한다기보다는 본인의 개성이 강하거나, 아니면 목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꽤나 많다. 조용필이라는 대가수도 사실 잘 들어보면 그렇다. 그는 조금은 목소리를 쥐어짜는 듯한 느낌으로 소리를 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계속해서 듣는 것은 그의 독특한 목소리, 발성과 노래에 묻어나는 그의 감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음악가] 보다는 자본이 만들어 내는 음악과 퍼포먼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모든 회사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회사들은 노래를 하는 매뉴얼들을 만들어 놓다시피 하고, 가수들은 그렇게 부르도록 훈련받고, 그렇게 춤을 추도록 훈련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가수들을 비하하거나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그렇게 훈련을 시켜도 그걸 탁월하게 표현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훨씬 많고, 그들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그들의 엄청난 피와 땀이 들어가기 때문에 누구도 어떤 가수를 폄하하거나 평가할 자격이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회사들이, 기획사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본인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 가수들 고유의 개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가수들을 키워내기보다는 그들을 자신들의 틀에 맞게 바꾸는데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맞추도록 훈련된 가수들은 그 기획사에 종속되게 된다. 모든 것을 기획사에서 짜준 대로, 기획하는 대로 하도록 훈련만 받았기 때문에 그 가수들은 그 회사 밖에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낼 능력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 가수들이 아니라 연예기획사들의 문제다. 그들은 가수를 만들어"준다"라고 하지만 사실은 가수를 자신의 상품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기획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대형 기획사들 중에서도 YG의 경우 가수들의 사생활 문제가 가장 많이 터지는 건 소속 연예인들의 자율성을 엄청나게 인정해주고 있는 것의 부작용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고, 미스틱이나 안테나 역시 가수를 찍어내기보다는 가수가 자신의 색을 낼 수 있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성장한 가수들이 찍어내는 기획사들을 통해 데뷔한 가수들과 다른 것은 기획사가 없어도 음악을 계속하면서 스스로 음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데 있다. 이와 달리 회사에서 찍어내서 만든 그룹의 경우 가수들이 반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정기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버려지거나 음악이 아닌 다른 것으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그리고 그 반짝했던 시절의 기억들은 그들을 짓누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만약 '국가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사실 이런 현상이 문제 될 것은 없다. 사실 음악영역에서 한류가 자리를 잡고, 일정 수준 이상의 팬덤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획사들이 그렇게 투자하고, 가수들을 틀 안에 넣고 찍어내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철저하게 의상, 캐릭터, 노래, 춤까지 철저하게 자본을 투입해서 기획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와 같이 작은 나라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그런 가수들이 나오지 못하는 것 또한 그들이 우리나라의 그런 시스템도 없을 뿐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이 틀에 맞춰서 모든 것을 참으면서 쏟아내는 성향이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나라 가수들의 수준으로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건 거의 회사들의 자본과 기획력의 힘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인생은 길다. 그렇게 찍어내진 그룹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방송인으로 전환하고, 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유명세를 탔을 때 자신의 영역을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멤버들은 길면 몇 년, 짧으면 몇 달 동안 그렇게 반짝하고 나서 철저히 버려진다. 그들은 스스로 무엇을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 우리나라의 [음악 한류]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건 그들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알려질 정도의 그룹이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과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실패를 경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류가 조금 덜해지는 한이 있어도, 이젠 전반적인 음악산업의 건전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젠 최소한 가수를 [찍어내는] 문화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기획사들이 보컬, 작곡, 댄스 트레이닝을 하는 학원이나 전문대를 운영하면서 그 안에서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해서 앨범 내는 것을 지원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가수로 반짝하기보다 그렇게 트레이닝을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해답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시스템의 한계도 당장 내 머리에서 주르륵 떠오른다. 다만 '이제는 좀 물고기를 잡아서 먹이기보다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면 기계가 찍어낸 듯한 음악도 줄어들고, 음악을 강제로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그런 시스템 없이는 가수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가수가 되지 못하는 대신 자신의 다른 재능을 찾을 수 있는 시기를 빨리 열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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