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포스팅의 이미지는 모두 저작권 문제가 없는 pixabay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 그런데 '선배'라는 표현에 맞는 사진은 찾을 수가 없더라. 그건 아마도 그런 문화가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지역에서 국한되어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뭔가 안타깝고, 그렇게 기분이 상쾌하지는 않았다.
TV를 보다 보면 굉장히 불편한 표현이 있다. '선배' 혹자는 그게 불편할게 뭐가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그 표현이 우리 사회를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표현이 사용될 때마다 불편하다는 건 아니다. 같은 학교나 직장 정도를 다녔던 사람들끼리는 선후배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다. (사실은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은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예를 들면 가수 선배, 연예인 선배, 연기자 선배라는 표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같은 업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후배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 걸까?
'선배'를 우대하는 것은 그 경험을 존중하기 때문이지, 조금 더 일찍 태어나서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한 것 자체가 사실은 실제로 더 우월적 지위를 주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현대사회와 같이 정보 접근성이 높은 사회에서는 사실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간접경험을 통해서 더 많은 지식을 알 수 있다. 특히 사회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인 특성상 나이가 든 사람이 시대적인 변화는 읽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라는 표현은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만다.
물론 인생을 더 오래 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혜와 힘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엄청나게 변하더라도 그 안에서 인간의, 사회의 기초를 형성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겪었고, 그래서 힘든 상황을 버티는 힘도 강한 '어른'들만 갖고 있는 힘과 지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어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실질적으로는 애와 다름이 없는 '껍데기만 어른'인 사람들이 사실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만 많으면 대우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어쩌면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되는 '선배 문화'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유교사상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교사상이 나이를 기준으로 윗사람을 무조건 공경하라고 하지 않는다. 유교에서 군자를 만드는 요소는 '노력'과 '시간'이라고 하기 때문에 사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내면을 돌아보고 세상을 관찰하는 '노력'을 병행한 사람만이 존경받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 된다. 즉, 유교에서 군자가 만들어지는 데까지 시간은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선배문화는 유교사상을 임의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편집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상호 간에 존중, 그리고 서로에게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은 윗사람들을 잔 분별해서 따를만한 사람들의 조언을 잘 듣고, 그 조언의 맥락을 파악해야 하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시대를 사는 젊은 사람들을 무조건 무시할게 아니라 본인이 따라가지 못하는 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상호 간에 존중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젊은 사람들은 어른들이 하는 말은 '꼰대질'로 낙인찍고 무조건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어린것들'이라고 무시하며 짓누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누구 탓일까? 그건 무조건 자칭 어른들, 혹은 나이 든 사람의 탓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성숙해진다면, 당연히 어린 사람들의 치기 혹은 부족함을 이해하고, 본인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해야 소통이 가능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아니겠나? 그것도 하지 못하면서 대접을 받으려는 게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꼰대'인 거다.
우리 사회가 한걸음 더 나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동등한 지위에서 서로를 똑같이 존중하면서 서로의 장점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게 일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상호 간에 존중은 없고 나이가 많으면 더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이상하고, 비생산적이며 말도 안 되는 문화가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선배 문화'다. 그리고 그런 선배 문화가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이 가장 적나라하게 보이는 곳이 TV에서 가수, 연기자, 연예인의 관계다.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같이 일한 적도 없으며, 소속사도 다른 사람들끼리 왜 서로를 선배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그나마 20-30살 정도 나이와 경험의 차이가 나는 관계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같은 나이에 방송을 먼저 시작했다고, 혹은 나이가 2-3살 차이가 난다고 선후배라는 관계를 형성하는 문화는 기이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연예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적인 사건들과 미투의 대상이 되는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게 한 것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선배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방송에서 그 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 사실 중고등학교 동아리에서부터 그런 문화가 우리나라에 존재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그런 문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런 문제제기를 하면 '너희도 나중에 선배가 되어 봐. 너도 이게 좋을걸?'이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모르겠다. 난 그게 그렇게 좋았던 적이 별로 없어서. 분명한 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도 그런 문화가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선배들은 선배라는 이유로 일을 하지 않고, 후배는 후배라는 이유로 벌벌 기게 만들고 능력과 무관하게 허드렛일이나 하게 되는 문화. 그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위계질서가 있는 관계에서도 상호 간에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는 지켜야 한다. 그게 왜 그렇게 힘들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