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몇이나 가질 것인가?

by Simon de Cyrene
자녀를 갖는다는 것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다루기가 조심스러운 주제다. 아이 한 명을 잘 기르는 것도 쉽지 않고,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무래도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서 육아용품, 학원 등에 많은 돈이 들어갈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으면 되지 않냐?'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내가 생각해도 주위에서 다들 '000가 좋대'라던지 '학원은 000, 000, 000를 다녀야 한대'라고 할 때 지조(?)를 지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내 주위에서는 아이를 하나만 낳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둘까지는 갖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둘이 있는데 아이를 입양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결심이 분명 쉬운 것은 아니다. 사실 아이 한 명을 갖고 낳기까지는 여자는 10개월의 임신기간,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아무래도 그 10개월이 영향을 준 모성애로 인해 아이에게 더 신경이 가게 되어 있는데 그 아이가 둘이라고 생각하면 아이를 보는 것 외에 다른 건 하는 게 매우, 매우 힘들 것이 분명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면서도 뭔가 미묘한 죄책감이 생길 가능성도 있고 말이다. 남자의 경우 본인이 임신을 한 것이 아니다 보니 여자의 마음을 100% 이해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아내에게 혼나거나 불만을 들어야 하고, 본인이 벌어오는 돈이 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것을 보면 본인이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아이의 양육방식에 대해 부부가 의견을 달리할 경우 두 사람은 그 아이로 인해 싸우다 갈라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자녀=희생?

이처럼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해봐도 엄청난 일이다. 그리고 한 아이가, 생명이 성인으로 자라기까지는 부모의 엄청난 희생이 요구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부모인 사람들은 다시 한번 사랑을 새롭게 배우고, 어른이 되어가는 듯한 모습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하지만 그게 좋게 해석했을 때 사랑을 새롭게 배우는 것이지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인생의 무게가 어떨지는 아이를 가져보지 않은 나는 감히 논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희생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해 보인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아이를 갖고 나서 잘 지내는 지인들도, 우리 부모님도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데, 그 모든 것이 아이를 보면 풀린다고 하더라. 부모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나는 얼핏 상상만 할 수 있게 절대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얘기다. 그저 '그런가 보다...'라고 할 뿐. 아이는 갖지 않겠다던 사람들이 왜 아이만 가지면 그렇게들 아들 바보, 딸 바보가 되어서 SNS가 아이들 사진으로 도배가 되는지... 그 세계는 부모가 되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세계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어느 정도 이상 건강한 자아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아이를 가졌을 때는 아이를 가진 것을 완전히 후회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지만, 한 명만 키우는 것도 힘들었다며 둘째는 절대로 갖지 못하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것이 이해되는 만큼 아이를 한 명만 갖고 키우겠다는 말도 이해는 된다. 우리 부모님 역시 본래는 아이를 한명만 가지려고 했으니 말이다.


나의 이야기

나는 7살 때까지 외동으로 자랐고, 내가 태어난 지 7년이 조금 넘게 지난 시점에 동생이 태어났다. 내가 태어난 직후에는 모든 관심사가 동생에게 쏠리면서 나는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꼈고, 그 박탈감은 내 행동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내 동생을 많이 혼내고, 엄하게 굴었다. 7살 차이가 나다 보니 동생은 대들지도 못했고. 그 과정에서 동생과 나는 그렇게 친하지 않은, 그저 형식적으로 형제인 형제로 지냈고 어머니는 '우리가 죽고 나면 너희는 서로 안 볼 것 같아'라고 걱정하시기까지 했다.


그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한 지도 벌써 4-5년이 됐다. 20년 동안 형제 같지도 않게 지냈는데 이젠 좀 형제 같다고, 내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동생이 연락이 와서 이제는 형을 신뢰하고 형이 가는 방향을 나도 따라가도 될 것 같다고 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렇게 4-5년을 지낸 지금, 남자 형제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모두 공유하고, 많은 것을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동생에게 내가 그런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동생은 내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됐다. 언젠가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셔도 어쨌든 내 가족인 동생이 있단 사실 자체가 내겐 큰 위로가 되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어느 정도 이상 신뢰할 수 있는 건 가족밖에 없단 생각이 들다 보니...


그러다 보니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아이를 하나만 갖겠다는 것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과연 그게 아이를 위한 일일까?라는 의문이 말이다. 어떤 이들은 '난 외동으로 자랐어도 충분히 행복했어'라고 하지만, 죄송한 말이지만 형제가 있었으면 조금 더 행복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떤 이들은 '없느니만 못한 형제도 태반이다'라고 할지 모른다. 맞다. 형제가 원수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런 형제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면 많은 경우에 형제가 그렇게 된 것은 대부분은 부모의 잘못으로 인한 것인 경우가 많은 듯하더라. 둘 중에 더 공부 잘하는 형제와 덜 하는 형제를 비교하고, 차별하거나 한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집중하면, 그것도 아니면 자녀들을 학대한 경우에는 형제관계가 틀어지지만 부모가 형제를 동등하게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두 사람에게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반복적으로 인식시켜주는 경우에는 대부분 형제들이 성장해서 서로에게 어느 정도 이상은 정서적인 지지대가 되어주더라.


아이를 위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절대로 '아이를 하나만 갖는 건 이기적인 것이다. 둘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없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는 형제관계는 분명 존재한다. 다만 어떤 것이 장기적으로 자녀를 위해서 더 좋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물질을 한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7살 때까지 나의 모습들에 대해서 들어보면... 그 단점들이 정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모든 관심과 물질이 집중되었을 때 그 아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 될 수 있는지가... 1가정 1자녀 정책을 펼친 중국에서 '소황제'라는 표현이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쓰이지 않는 것 역시 자녀를 가질 생각이 있는 가정에 주는 시사점이 분명히 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만약 자녀를 갖지 않을 생각이 아니라면, 부모의 상황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아이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둘 이상의 자녀를 '잘' 키우면 자녀들은 성장과정에서 형제관계를 통해 사회성이 길러지고 사랑하는 법을 익힐 수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결국 5할 이상은 부모가 하기 나름이다. 내가 결혼해서 둘 이상의 자녀를 갖고 있었다면 이 글이 더 설득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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