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이 되어버린 세상
지상파 중간광고라...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허용이 될 듯한 분위기다. 어찌 보면 시간문제였던 일이다. 이미 케이블은 물론이고 종편들도 중간광고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 광고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미 PPL로 인해서 프로그램들 자체가 광고화 된 지가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 말에 관련 규제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PPL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다가 이젠 급기야 프로그램이 우선인지, PPL이 우선인지를 모를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대표적인 예는 드라마에서 흐름에 맞지 않게 갑자기 1분 정도의 시간 동안 특정한 앱으로 셀카 찍는 장면이 나가거나, 예능에서는 심지어 특정 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서를 보는 듯한 장면이 들어간 경우도 있더라. 한 예능에서는 AI스피커를 가동하는 것이 그 사람이 자연스럽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지인이 PPL 나간 것들을 SNS에 공유하는 것을 보니 그 장면도 PPL이었더라.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그 프로그램에서 PPL로 연출을 한 게 불편했고, 다른 예능에서는 대놓고 '이게 우리를 먹여 살려주는 거야'라면서 음료 상표가 화면에 보이게 물을 마시더라. 이게 드라마인가, 예능인가 아니면 광고인가?
중간광고가 들어가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PPL에 대한 규제를 높이던지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분위기로 가다 보면 어느새 뉴스에도 PPL이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TV는 방송을 위해 광고를 하는 것인지, 광고를 위해 방송을 기획하는 것인지가 모호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신미양요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 선샤인'에도 PPL이 곳곳에 숨어 있다고 하니... 이젠 정말 PPL이 안 들어간 곳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광고비는 어디로 가는가?
그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한, 적절한 대답이 있다. 그렇게 광고를 많이 받음으로써 열악한 방송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대답. 만약 정말 그렇게 방송 현실이 개선되고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그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광고를 더 잘 받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제작하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나이가 있는 배우나 예능인들이 예능에 나와서 '우리 때는 1시간 방송이면 1시간 10분 찍었는데...'라고 하는 반면 요즘 예능 중에는 하루 종일 찍어서 일주일 나가는 경우도 많지 않나? 그뿐인가? 출연자들이 많이 나오고, 그에 따라서 카메라가 늘어나며, 그 카메라들이 찍은 영상을 작가와 피디들은 어떤 그림을 쓰는 게 좋을지를 조율하면서 편집을 해야 한다.
그들의 노동강도가 그만큼 더 강해진 것이다. 반면에 그들이 받는 처우는 어떤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과거에 비해서 광고가 아닌 TV 프로그램 1회당 출연료로 받는 금액이 지난 몇 년간 부쩍 많이 뛴 듯한 느낌이란 것이다.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건 광고가 늘어난 만큼 증가한 수입이 방송업계에 일하는 스텝들보다는 출연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훨씬 더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에 걸쳐서 알려진 촬영감독님, 피디 등과 관련된 사례들, 그리고 현직 PD로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송계에서 스텝들의 처우는 크게 개선된 점이 없는 느낌이다. 최근에 입봉한 내 친구는 드라마 미니를 하나 끝내고 몸이 너무 망가져서 회복하는데만 꽤나 오랜 시간을 써야 하는 상태가 되더라.
물론 스케일이 커짐에 따라 투입되는 인원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1인에게 돌아가는 금전적 보상은 오르지 않아도 제작하는 입장에서의 비용은 증가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출연자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정당한 지 여부는 분명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방송을 만드는가?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받는 것을 비난이나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이어도 많이 받을 수 있다면 많이 받을 것이다. 물론 이전 글에서 썼듯이 '나에게 주려는 것을 000만 원 정도 줄이고 대신 스텝들 환경을 위해서 0000을 해 줄 것을 계약서에 명기해 달라'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럴 경우에는 소위 말하는 '업계'에서 유별나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기에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촬영 현장에서 밥차 등에 대해서 본인이 '쏘는' 사람들은 그걸 아는, 어느 정도는 빚진 혹은 미안한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차선이 아닐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방송 스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보다는 방송국에서부터 방송 스텝들의 처우와 연봉을 개선해 줄 필요가 있단 것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프로그램을 광고화 시키고 중간광고까지 넣을 것이라면 말이다. 우리나라는 뭐든지 더 잘 만들려고 하면서 사람을 쥐어짜는 경향이 있고, 사실 우리나라 콘텐츠들이 그렇게 해외에 팔릴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배경에는 그런 스텝들의 피와 땀이 있다. 가끔씩 예능촬영 현장에서 연예인들 앞에 도열한 카메라들만 봐도 예능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는 지를 알 수 있지 않나? 기본적으로 출연자 당 카메라 한대, 그 외에 전체를 찍는 카메라, 조명, 음향 스텝, 피디, FD, 작가까지. 거기다 연예인들의 개인 스텝들까지 하면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데 투입되는 사람의 수와 노력은 어마어마하다.
이젠 프로그램의 질도 좋지만, 스텝들의 삶의 질도 배려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획, 제작, 편집 과정에서 모두. 그렇다면 TV가 광고판이 된다고 해도 조금은 덜 불편해하면서 볼 프로그램들은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