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세상을 보는 시선

by Simon de Cyrene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실 '다시'라고 하기는 조금 부끄럽다. 막 남들처럼 엄청나게 장비를 사고 출사를 나가고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부시절 사진을 전공하는 형을 포함한 10명 정도가 한 달 정도 해외에 취재 등을 하면서 머무를 기회가 생겼고, 그때 숙식을 같이 하면서 처음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옆에서 직접 봤다. 지금 보면 참 운이 좋았다. 지금은 드론 사진으로 한국에서 거의 몇 손가락 안에 꼽히고, 외국 통신사의 한국 사진을 전담하다시피 한 그 형 옆에서 사진을 처음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교양과목으로 '사진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었고, 그때부터 사진을 종종 찍기 시작했다. 그런데 뭐든지 심플한 걸 좋아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당시 DSLR은 대학생은 내가 사기에 너무 비쌌어서 당시 용어로 '하이엔드급' 사진기를 사서 종종 사진을 찍고는 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서 사진, 영상, 사진으로 알바를 뛰기도 했고 말이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세상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사진 안에 나를 녹여낼 수 있어서 좋았다. 글과는 또 다른 형태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종종 사진을 찍다 직장에 갔지만, 사회초년생에게 직장생활 외에 다른 취미생활을 하는 건 참 힘들더라. 평일에는 퇴근 후에 뻗고, 주말에는 약속 몇 개 뛰고(?) 나면 다시 평일이 돌아왔다. 그리고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렌즈를 사고 바꾸기를 반복할 듯해서 차마 그 세계에 깊게 발을 딛지 못하겠더라. 또 당시에는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사진을 꽤나 괜찮은 퀄리티로 찍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카메라를 놓고 살았다.


그러던 중 올해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다시 사진이 찍고 싶어 졌다. 사실 그런 마음이 생긴 건 어쩌면 작년부터 비공개 계정으로 시작한 인스타의 영향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침 같은 교회를 다니는 과선배인, 오랜 인연이 있는 형이 본인의 DSLR과 렌즈를 내놨고, 난 그걸 덥석 물었는데... 그 이후 날씨와 무게 때문에 도저히 공식 출사는 나가지를 못하겠어서, 폰카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새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서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는 평소에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한 10년 정도 된, 돌아가는 건 확인된 카메라를 후배한테 받기로 했다. 내게 버리라고... 해서.


사진을 그렇게 다시 찍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재미있고 즐겁다. 포토샵을 하는 동생에게 간단하게 포토샵 원리도 배웠고, 사진을 찍고 보정해서 새 인스타 계정에 가끔은 짧은 생각들과 올리기 시작하면서 매일 다니는 길들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내가 보는 것들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지게 되더라.


사실 과거에 사진은 '기술'이 핵심이었지만, 이젠 폰카들도 너무 훌륭해진 우리 사회에서는 '시선'이 핵심이다. 그냥 공개된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각도와 시선으로 사물을 프레임 안에 넣는 것. 그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로 빛을, 그리고 나와 사물 간의 거리를 조절해 가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의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기계로 조리개, 셔트 스피드를 조절해 가며 찍으면 뭘 할 것인가? 물론 프로들은 그게 필요하지만 사진 자체가 좋은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만 익히면 그 이후에는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5-6년간 구석에 처박혀서 웅크리고 지내다 이제야 다시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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