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그 의미에 대하여
브런치에서 첫 댓글이 달렸을 때였다, '작가'란 호칭을 처음에 들었던 건. 어색했고 부담스러웠다. 내게 '작가'라는 호칭은 꽤나 무게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게 그 호칭은 금전적인 보상과 연계된 호칭이라기보단, '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쓰는 사람'으로써의 의미를 지금도 갖는다. 그래서 사실은 지금도 그 호칭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 무게와 부담은 '그냥 글을 쓰면 그게 작가지 뭐'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은 극복할 수 있었지만 그 호칭은 여전히 가볍지 않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호칭을 탐내고, 책을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려는 듯하다. 브런치에서도 책을 내는 법, 작가가 되는 법에 대한 글을 쓰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신기했다. 그래서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책을 내기 위해서, '작가'란 호칭을 갖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을 하는지를 들여다봤는데 조금은, 아니 조금은 많이 실망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결국 유명해지고, 돈을 벌고,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큰 느낌이었다.
아 물론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독립출판을 하시는 분들 중에 자신을 표현해 내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서 사람들이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흐름이 가장 바람직하다고도 생각한다. 작가라는 것은 자신이 글을 쓰다 보니 그것을 업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어야지 그것을 업으로 삼기 위해서 목표하고 달려갈 직종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전업작가가 된 이후에는 글쓰기와 생계 사이에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처음부터 전업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목표로 한다고 해서 그게 달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사람의 글에서는 그게 보이고, 글을 읽는 사람은 '글 쓰는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얘기를 하는 사람'의 글에 끌리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나보다 브런치에서 먼저 글을 쓰기 시작한 동생이 어느 날 내게 그렇게 물어보더라. 형은 어떻게 글을 계속 써내냐고, 본인은 아무리 쓰려고 해도 안되더라고. 그렇게 답했다. 난 글을 쓰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나는 게 있으면 그걸 글로 정리할 뿐이라고. 음악가들은 음악으로, 화가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듯이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고민,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내가 있고 글이 있는 것이지, 글이 있고 나서 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비하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내 생각이 다 옳다고 생각했던, 내 모든 생각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그런데 다양한 고민과 경험을 해보니 나는 내 세계에만 있을 뿐, 내가 아닌 세계들, 사람들, 그리고 내가 속하지 않은 사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더라. 그때부터 책을 내는 것이 목표에서 빠졌다. 아니 뭐 만약 누군가가 책을 내자고 한다면 그걸 피할 이유는 없지만, 내가 내줄 사람을 찾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내 책을 내는 것 자체에 매몰되기 시작하면 내 글이 망가질 것을 알기에. 그리고 책으로 나올 가치가 있는, 필요한, 팔릴 책이라면 누군가가 찾아가게 되어 있다. 책을 내는 것보다 글을 쓰는게 더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내게 감히 [작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글을 쓰는 사람. 그러다 보니 다른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가득 차서 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 그리고 난 내 깜냥을 안다. 내가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만약 내 생각이, 글들이 그 정도 의미가 있다면 이미 누군가 내게 연락이 오지 않았겠나?^^ 그리고 사실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훨씬 커진 우리 사회에서는 어쩌면 브런치처럼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기에, 책이 나오지 않더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한 것 같다. 어떤 책들은 책으로 만들어지기보다 나무로 있는 게 더 낫고, 필요한 게 현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