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예술과 기술의 차이에 대하여

by Simon de Cyrene
예술 vs. 기술

예술은 사전적으로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이라고 정의된다. 이에 대해서 예술은 본래 기술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어휘였다는 설명도 덧붙여지는데 사실 과연 예술이 기술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는 ‘예(藝)’ 는 과거에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인간적 결실을 얻기 위해 필요한 기초 교양으로도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예술가'와 '기술자'는 분명 느낌이 다르지 않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예술자와 기술자는 숙련이 필요한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전문가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예술자와 기술자의 차이는 '창조성' 또는 '창의성'을 구현해 내고 있는지에 있다. 이는 예술자는 기본적으로 기술자의 능력에 자신만의 창의성을 갖고 그것을 자신의 기술에 구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단 것이다. 따라서 창의성은 있지만 기술이 없거나 탁월한 기술은 있지만 창조적이지는 않은 사람은 예술가라고 할 수 없기에 나는 전자는 예술가를 흉내 내는 떠벌이일 뿐이고, 후자는 기술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그 창의성 또는 창조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떤 이들은 창의성과 창조성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창의성과 창조성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은 접근하지 못했던 시각, 보지 못했던 이면, 생각하지 못했던 조합, 상상 못했던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창의성과 창조성이다. 어린아이들이 벽에 낙서를 한 것과 유명한 미술가의 그림이 때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가의 그림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안에 그 사람의 가치관, 사고와 인생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는 다르게 평가받는다. 그래서 예술작품은 작가의 배경, 가치관, 그가 살았던 시대를 알면 그 이면에 있는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예술이 이처럼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은 결국 사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시선이 예술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문과계열 전공에 학부 졸업 후에 받는 학위를 Bachelor of Arts(BA), 석사는 Master of Arts(MA)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추상적으로 '예술'의 의미라고 생각하는 Art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BA와 MA 학위가 수여되는 전공들은 대부분이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한 전공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Arts라는 표현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측면이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이는 예술 역시 인간에 대한 시선이 담긴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실 진짜 예술작품, 진짜 예술가에게는 자신만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저 막연한 비판, 아무나 할 수 있는 생각을 자신만의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허풍 또는 사기행각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시선이 담기지 않은 탁월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예술가라기보다는 기술자, 또는 technician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변기를 놓고 자신의 예술작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예술가일 수는 있으나 그러기까지는 본인이 어떤 고민을 했고 왜 그것을 변기로 표현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은 이처럼 감성과 감정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이성적인 고민과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예술이 존재하는가?

사실 예술에 대한 내 생각을 쓰고 있는 이 글은 이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연예인들을 'artist'라고 부르는데 과연 연예인들을 artist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연예인들 중에서도 artist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자신이 하는 연기, 만드는 노래, 추는 춤, 부르는 노래 안에 자신만의 느낌과 생각, 시선이 담겨 있다면 그 사람은 예술가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술자이자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내가 '그저' 기술자이자 엔터테이너라고 표현하지 않은 것은 기술자와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들의 재능과 노력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기획사와 소속사 시스템은 예술가보다는 기술자이자 엔터테이너만을 배출해 내고 있는 느낌이 있다. 내가 '안타깝다'라고 하는 것은 기술자이자 엔터테이너만이 갖는 역할과 기능도 있는 반면, 예술가만이 갖는 역할과 기능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순간의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는 반면 후자는 감정적인 부분의 동요, 감동과 깊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과거의 연예인들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은 후자가 줄 수 있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대중문화는 너무 전자에만 치우쳐 있는 느낌이어서 그게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건 어쩌면 우리 시대가 만들어 낸 현상인지도 모른다. 사실 예술작품은 위에서 내가 설명한 특성들 때문에 빨리빨리 나올 수가 없다. 이는 예술작품을 하나 만들 때까지는 수많은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저작권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예술가들이 먹고살 길을 만들어 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빨리, 많이 생산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들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기에 예술가들의 생계를 해결해 주기 위한 수단이 저작권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재산권에 대한 학문적인 영역에서는 과연 저작권을 재산권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복잡하게 있다. 이는 저작권을 누구에게 얼마나 인정해 줘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예술의 가치

조용필과 서태지. 두 사람을 나는 개인적으로 예술가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들의 노래 가사와 목소리에는 세상을 향한 자신들의 시선과 자신의 인생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기술적으로 보면 조용필과 서태지는 요즘에 나오는 아이돌들보다 뛰어난 사람들은 아니다. 조용필의 노래를 조용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목소리만 들으면 사실 그의 노래들은 목을 조금 쥐어짜는 듯한 느낌도 있고, 서태지도 기술적으로 독특한 창법을 갖고 있지만 엄청난 가창 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를 계속 듣는 것은 그들은 노래에 감정을 실어내고, 그들의 가사는 자신만의 시선과 인생관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예술이란 것이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만 잘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서태지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조용필은 고등학교만 졸업하지 않았나? 지식적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 일부 예술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사실 예술 담긴 그 사람의 인생이 그 결과물의 깊이를 결정한다. 서태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게 된 배경에서 그가 경험한 것들, 조용필이 공식적으로 데뷔하기 전에 1970년대에 음악을 하면서 경험과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묻어나기 때문에 그들의 노래들이 사람들 가슴에 남는다고 난 생각한다. 그들과 달리 현실에서의 고민,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과 여유도 없이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기술을 기획사에서 반복해서 돌린 이후에 나오는 음악과 연기는 기능적으로 뛰어나지만 울림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될 것이다.


빨리빨리, 잘하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느리고 깊게 접근하는 것들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느리고 깊게 접근한 것의 결과물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 또는 울림을 준다. 우리 시대에 만들어지는 음악, 미술, 공연작품이 과거의 것보다 깊이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은 자본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고, 투자한 것을 빨리 그리고 많이 회수하기 위해서 서두르며, 그 결과물을 그에 맞춰서 바꾸기를 요구하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가끔보다는 조금 많이 자주, 이 시대에 진정한 의미의 예술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안타까운 건 어쩔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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