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군상] 학원강사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치열한 생존기
자사고와 특목고 입학 전형은 12월부터 시작됩니다. 대개 12월 첫째 주에 원서접수를 하고, 중순경 면접시험을 봅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는 크리스마스 전후에 발표되죠.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될지, 최악의 크리스마스가 될지 아이들은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마주하는 제가 보기에 모든 아이들은 당연히 합격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누군가는 문 밖에서 좌절하거나 다른 기회를 찾아야만 합니다. 아이들의 노력과 강력한 소망을 알기에, 아이들의 불안감을 마주할수록 안타깝고 슬픈 기분입니다.
11월 초가 지나면 아이들은 기말시험을 끝내고, 남은 기간 동안 입시 준비에 매달려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정비하고, 면접 준비에 열을 올리며 아이들은 불안에 시달립니다. 본인이 가장 경쟁력이 낮은 학생일 것이라는 불안감, 자신보다 더 뛰어난 것만 같은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불안감, 합격하지 못하면 인생이 끝날 것만 같다는 불안감, 합격한다고 해도 제대로 적응할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 아이들의 불안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갑니다.
벌써 부모님께서 합격자 플래카드를 주문해놨다며 울상인 한 아이는 자정이 지날 때까지 학원을 떠나지 못합니다. 자신이 자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공부하고 있으리라는 생각, 친구들이 자신을 앞서가리라는 생각… 새벽까지 불이 켜진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떠오르고, 잠이 들면 꿈속에서 면접에 늦어 교문 밖에서 우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아이는, 이제 악몽이 무서워 제대로 잠조차 이룰 수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 저 떨어지면 우리 엄마 아빠 얼굴 어떻게 봐요?”
실망에 가득 찬 부모님의 얼굴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공포 그 자체입니다.
또 다른 아이는 이달 들어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을 하는 중에도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뱃속에 가스가 가득 차는 괴로움에 식사도 하기 힘듭니다. 시험이 끝나면 괜찮아질까요. 입시가 끝나면 괜찮아지겠죠. 그래도 끝이 있기에, 아이는 불안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불안(不安). 말 그대로 안전하지 않은 느낌이라는 의미입니다. 불안의 원인은 다양하지요. 사고에 대한 불안,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 아이들은 지금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중입니다.
사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적당한 불안은 필요합니다. 불안은 유한한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고 하던가요. 불안은 유한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채찍질합니다. 불완전함에 대한 불안과 강박은 한계를 돌파하게 한다지 않던가요.
교육기관에서는 항상 아이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불안을 유지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그러나 이 ‘적당한’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애매하고 어려운 개념입니다. 수치화할 수도, 평균화할 수도 없는 이 단어를,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젠가는 정답을 찾을 수 있을지, 성장이라는 영역 속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항상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질책은 다른 이들에게 넘기고, 아이들의 의지와 능력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기로 한 겁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게 어떡하죠?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따라잡으면 되지. 괜찮아.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요. 너야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는 사람이야. 그러니 괜찮아.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무서워요. 너는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어. 그러니 괜찮아.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 한다고 해도, 결국 노력에 배신당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디 좌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는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한 번의 성공에 자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의연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골인지점에서는 모두가 저마다의 성취를 통해 웃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