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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필 Feb 29. 2024

절제하는 사랑이 가능할까?

다시 두통이 찾아왔다.


김동현 작가의 작품을 게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영상 작업을 준비하느라 막바지 밤샘, 어젯밤은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새로 들어가는 프로젝트 기획안을 A 부터 C까지 옵션을 정리해 가느라 막바지 밤샘. 거기에 자잘한 일들이 겹치니 몸은 몸대로 지치고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왔다. 안녕 멍청아 또 나야.


장애 예술가들의 작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것, 장애 단체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확산하는 것. 이 일들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피칭 하는 자리에서는 주절주절 얘기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이 일을 사랑해서라고 말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에 동현 작가의 작업을 하면서 내가 어디에 애정을 갖는지, 내가 내 삶에 부여한 미션이 무엇인지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사랑하다보면 더 잘 하고 싶고, 그런 일들을 전력으로 계속하다 보면 탈진하고 더 사랑할 힘과 여력이 없는 나 자신이 참 초라해지는 순간이 온다. 수 년간 그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비축의 시간을 갖기로 다짐했다. 그럼에도 사람이라는 게 쉽게 바뀌지 않다보니 꼭 이렇게 좋아하는 일들을 만나면 오버하고, 오버하면 탈이 난다.


어렵지만 일에 대한 사랑도, 가치를 지향하는 일도 절제가 필요하다. 방향을 잃는 순간 그 모든 힘 쏟음이 자신과 타인을 다치게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일보다 사랑하는 사람, 일보다 중요한 사람들과 보다 오래갈 수 있도록 흥분된 마음, 조급한 마음을 누르고 페이스를 조절하기.



"기꺼운 방식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자신이 선택하고 조합한 활동을 해 나가면서 무언가에 속박되어 있거나 강제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는 삶이다. 가치들은 다원적이다. 그중 하나만 골라 그것을 최대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삶이라면 삶은 쉽게 피로해진다. (중략) 의무는 배경적 가치를 준수하는 것으로 충분히하다. 그러 한에서 내용적 가치를 추구할 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재하면서 자신에게 기꺼운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삶은 왜 의미있는가, 이한, 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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