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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필 Sep 01. 2024

비긴 어게인

다큐멘터리 "내 이름, 공선진" 제작 일지  


처음 다큐멘터리 <내 이름, 공선진> 를 기획했을 때 스토리 라인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선진. 사회로 나와 주변의 지지와 축복 속에서 결혼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내 이름, 공선진> 을 만들고 음악제에 초청이 되어 당당하게 무대에 선다.


다큐멘터리로서 다소 지나치게 "깔끔한" 그리고 평범한 구성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보기 힘든 이 모습을 잘 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진님의 인생도, 다큐멘터리도 예상을 벗어난 방향으로 구불구불 하게 흘렀다.

음악제는 무사히 잘 마쳤지만 선진님은 그 사이 다시 홀로서게 되었고 감정적으로도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일자리도 마음과 같지 않았고 결국 이직을 하게 된다.


다큐멘터리의 방향도 덩달아 갈 길을 잃은 채 그 과정들을 곁에서 틈틈히 기록하며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 있어 나의, 미디어필링의 관점은 무엇인가?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따로 해보려 한다.


지금, 선진님은 자신을 진심으로 케어하는 활동지원사와 새로 자리잡은 금천구의 자립생활지원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이 없어도, 결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다른 자립한 장애당사자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선진은 뮤지션 몬구와 다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의 마음을 담은 두 번째 노래를.


미디어필링에서는 이제 두 번째 노래를 만들고 이야기의 매듭을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몇 달 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했다. 선진도 틈틈히 메모를 적어서 단톡방에 공유해주었다. 하지만 과연 어떤 노래가 나올지 어떻게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지, 촬영 당일까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주제부터 정해볼까요? 분위기 부터 시작해볼까요?"

"분위기 부터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마법 같은 느낌이다. 몬구는 여러 코드와 분위기를 바꿔가며 선진님이 마음에 드는 분위기를 찾아갔고, 선진은 즉흥적으로 소리와 가사를 얹어가기 시작했다. 걱정이 많았던 나와 몬구와 달리 선진은 별 주저없이 그 일들을 해냈다.


말을 많이 하고 왔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날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더라도 뭔가 통했다는 마음이 들면 마음 깊숙히 만족스럽고 따뜻하고 즐거운 기분이 남는다. 그 날이 그랬다.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고 인스타그램하는 시간보다 지금이 정말 즐겁지 않나요?" 몬구의 질문에 선진이 끄덕였다.


이렇게 다시 프로젝트가 기분 좋게 시작했다.


* 다큐멘터리 <내 이름, 공선진>은 올 해 12월까지 제작을 마치고 먼저 텀블벅 후원인 (https://tumblbug.com/seonjin) 분들과 소수의 분들을 모시고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 미디어필링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peelingmedia

* 제작기 : https://blog.naver.com/peelingmedia

* 미디어필링 링크트리 : https://linktr.ee/peeling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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