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올해 연초까지.
내 삶이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시간이었다.
밀려있던 논문을 쓰고 생계를 위한 일을 했다. 내게 소중했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2월 3일, 불법 위헌 비상계엄이 터지고 국회로 뛰쳐나갔다.
내 귀로 헬기가 국회로 향하는 소리를 듣고 "계엄 철폐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같이 외치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느꼈다.
이후 내란 사태에 신경을 곤두서고 일상이 망가졌다.
아무래도 살 가치가 없는 세상이 아닐까 느껴질 때도 많아 눈물도 흘렸다.
네이버 기사 댓글을 단 개수를 세어보니 거의 600개가 달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전에는 네이버 가입 후 10개도 안 되는 댓글을 달았을 뿐인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내 힘이 닿지 못할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같이 괴로워하고 불안해하는 편을 택했다.
다소 어리석은 부분이 있었더라도 그게 내가 이 시간들을 경험하고 몸에 새기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후안무치 짐승은 파면 후 4일 차임에도 관저에서 나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불완전하나마 우리 사회가 한 매듭을 지었다.
그리고 사회도, 개인으로서의 나도 회복이 필요한 순간이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영상에서 휴식과 회복의 차이를 얘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냥 쉬는 것은 휴식, 가벼운 신체 활동과 자기 돌봄으로 휴식으로 돌아온 에너지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 회복이라는 것.
이 사태에서 눈을 돌리고 어느 정도 멀어지는 것은 휴식이라고 볼 수 있다.(휴식도 필요하다.)
회복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왜 전지구적으로 극단주의 세력이 늘어나는지 천천히 좋은 책들을 읽으면서 탐구해 보는 것, 꾸준히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나 언론을 후원하고 모임에도 나가보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나의 회복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내 일에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인 자기 돌봄의 활동을 도입하는 것, 운동 시간을 좀 더 늘리는 것, 디지털 미디어에서 의식적으로 멀어지고 좋은 책을 읽는 것. 네이버 댓글 대신 블로그라는 비교적 더 비동기적 글쓰기를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어느 쪽에 서있던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다만 당신이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길 바랍니다.)
함께 잘 회복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