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지브리의 작품을 AI풍으로 즐기는 것이 사실 무엇이 그리 큰 잘못이겠는가? 그러나 콘텐츠 창작이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공포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사회가 예술, 창작, 연구와 같이 정신적인 노동을 기울이는 과정을 아주 값싸게 여기는 풍토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직감 때문이다.
영상 업계 사람들이 나누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박찬욱이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는 광고를 보여준 뒤로 많은 영상 업계 사람들은 많은 클라이언트나 상사로부터 "이거 그냥 아이폰으로 찍으면 되는 거 아냐? 왜 안돼?"라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이폰 뒤에 있는 (아이폰의 값어치와 비교할 수 없이 비싼) 수많은 스태프들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 정신적 신체적 노동이 영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무시한다.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마케팅이다. 그런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과 신남 또한 소중한 것일테다. 하지만 아무리 야단스러운 쇼를 만들어도 그 뒤에는 방망이 깎는 노인들의 노고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쇼들이 이 과정에서의 노고를 너무나 매끈하게 지워내는 모습은 아무래도 디스토피아적이다.